살아가면서 가끔은 너무나도 당연한 질문들을 던지게 됩니다. 왜 사람은 죽어야 하는지, 왜 어떤 이들은 비교적 긴 삶을 살고 어떤 이들은 이른 죽음을 맞게 되는지. 더욱이 별다른 잘못도 없는 아이들은 왜 죽음을 맞게 되는지. 또, 왜 어떤 이들은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큰 어려움 없어 보이는 삶을 살고, 왜 어떤 일들은 반대로 힘겹게 살아가야 하는지. 사실 일상에서 만나는 모든 것들이 질문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사실 이 질문들에 모든 사람이 만족할 만한 답을 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신앙인들 안에서도 이런 질문들은 있습니다. 오랫동안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져온 것 중에 하나는 고통의 문제입니다. 왜 선하신 하느님께서 만드신 세상에 고통이 있어야 하는지. 왜 의롭게 사는 것처럼 보이는 이들은 고통을 당하고, 그렇지 못한 이들은 편한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 왜 하느님께서는 이것을 보고만 계시는지. 이런 질문들은 끊임이 없을 것 같습니다. 이런 궁금증들은 비단 지금 우리만 가지고 있는 것들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성경에서도 그 흔적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오늘 제1독서의 지혜서입니다.
“어리석은 자들의 눈에는 의인들이 죽은 것처럼 보이고, 그들의 말로가 고난으로 생각되면, 우리에게서 떠나는 것이 파멸로 여겨지지만, 그들은 평화를 누리고 있다. 사람들이 보기에 의인들이 벌을 받는 것 같지만, 그들은 불사의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 지혜서의 말씀은 세상의 삶에서 보여지는, 이해하기 힘든 일들에 대한 질문에 답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어쩌면 세상의 눈에는 여전히 의인들의 삶이, 죽음을 통해 신앙을 증거하고자 하는 이들의 삶이 이해하기 힘든 일일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정하상 바오로와 그 밖의 순교자들을 기억합니다. 신앙이라는 이유에서, 신앙을 위해 가장 소중한 생명을 바친 순교자들을 기억합니다. 여전히 생명은, 삶에 대한 긍정적인 애착은 많은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일 것입니다. 건강하게 오래 살고자 하는 것은 분명 많은 이들이 꿈꾸는 모습일 것입니다. 그렇기에 더욱이 ‘순교’에 대해 더 생각해 보게 됩니다.
우리 모두가 아는 것처럼 한국의 천주교회는 순교자들의 피에 의해 세워진 교회입니다. 신앙을 위해 자신들의 목숨을 내어놓은 선조들의 희생으로 우리는 지금 신앙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순교자들의 삶’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은 ‘순교의 삶’입니다. 지금 실제로 우리에게 신앙을 위해 목숨을 바치라고 요구하는 일은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신앙 생활에서 순교의 삶은 필요합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정녕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그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다.” 예수님은 매일, 날마다 자신의 희생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십니다. 다른 이유가 아니라 믿음을 위해,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 우리는 그 희생을 기꺼이 감수하는 사람들입니다. 왜냐하면 순교자들은 자신들의 삶 안에서 믿음을 증거했던 분들이고, 그 결실이 바로 순교이기 때문입니다.
삶에 뿌리를 두지 않은 순교는 없습니다. 증거하는 삶을 살지 못하면서 순교를 이야기하는 것은 가슴을 울리지 못합니다. 우리는 순교자들의 삶에서 마지막 죽음보다 그 삶을 통해 신앙을 증거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의 삶이 신앙을 증거하는 것이 될 때, 우리는 순교자들의 후손이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허규 신부는 서울대교구 소속으로 1999년 사제서품을 받았으며 독일 뮌헨 대학(Ludwig-Maximilians-University Munich) 성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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