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바빠도 너무 바쁜 한 주간을 보낸 적이 있습니다. 밀린 원고들과 해야 할 일들 그리고 몇 건의 회의와 그 다음 날 마감해야 할 글! 그러다 보니 화장실에 갈 시간조차 없을 정도로 일에 쫓기며 살았습니다. 잠도 새벽 2시 정도에 눈을 잠시 붙인 후, 새벽 5시에 일어나 다시 시간을 쪼개서 급한 것부터 일을 처리하는데 눈과 생각은 컴퓨터 모니터에, 손가락은 자판에 놓고 입에서는 ‘죽겠네! 죽겠다!’는 말을 연신하고 있었습니다. 혼자 속으로 ‘내가 왜 이러고 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동 식탁에 앉아 밥을 먹으면서도 생각은 해야 할 일을 머릿속에 떠올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밥 먹으면서도 ‘에고, 죽겠다, 힘들어 죽겠다!’ 이런 한탄을 연거푸 했습니다.
가까스로 모든 일들을 마무리 한 후, 영성지도 신부님을 찾아뵈었습니다. 너무나 지친 몸과 마음을 이끌고 영성지도 신부님을 만나니 마음이 그렇게 평온할 수가 없었습니다. 가벼운 인사를 나눈 후 차를 한 잔 마시면서, 그동안 살았던 나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나도 모르게 입버릇이 되어 버렸는지 말하는 도중에도 그때의 힘든 상황을 떠올리며 ‘너무 힘들어 죽을 지경이었다’는 말을 자주 했나 봅니다.
내 이야기를 들으시던 영성지도 신부님이 말씀하시기를,
“강 신부님, 힘들어 죽을 뻔했다는 말을 자주 하시는데 본인이 느끼고 계셔요?”
순간, 움찔한 나는,
“그래요, 제가 그런 표현을 하던 가요?”
“신부님, 질문 하나 할게요. 그렇게 힘들었던 일들이 공동체를 위해서 한 일 맞죠?”
“예, 대부분이 우리 공동체를 대표해서 하는 일이에요.”
“가치 있고, 뿌듯한 일인 건 맞죠?”
“예, 하면서 힘들기는 했지만, 공동체를 위해 가치 있는 일을 했다는 생각에 마음 안에 뿌듯한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그 일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밀려오는 시간의 압박과 함께 일들이 겹치는 바람에 힘들게 느끼는 것 같아요.”
“그러면 죽겠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살겠다, 꼭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야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왜 한탄스러운 말로 죽겠다고만 말하는 거예요? 가끔 혼자 내뱉는 말들이 현재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때가 있어요. 그리고 공동체를 살리고자 했던 일인데, 자신은 지쳐 죽겠다, 힘들어 죽겠다고 하면 그 말은 안 맞아요! 그러니 죽겠다는 한탄 말고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하느님 도와주세요’라는 뜻이 담긴 말을 해 보세요. 그런 감탄사들로 힘든 마음도 표현할 수 있고 지금 최선을 다하는 마음도 드러내고 또한 최선을 다한 자신을 스스로 인정하고 그런 다음 하느님께 온전히 자신을 맡겨드리는 그런 말을 해 보세요. 살아야죠, 암,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 살아야 하잖아요!”
영성지도 신부님과 속 깊은 대화를 나눈 후, 다시 수도원으로 돌아오는데, 또다시 밀린 원고에 대한 압박이 찾아왔습니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휴, 진짜 순교하겠네!’라는 말이 툭 - 튀어나왔습니다. 영성지도 신부님이 해 준 말이 다 포함되었습니다. 힘든 마음도 표현되고, 최선을 다하고 있는 내 감정도 표현되고, 그리고 하느님께 온전히 자신을 맡겨드리는 말, ‘순교하겠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의 내 마음을 잘 표현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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