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종합】 가정생활에서 아픔을 겪는 이들에게 주님의 자비를 느끼게 할 소식이 전해졌다.
교회법상 혼인 무효화 절차를 간소하게 개혁한 프란치스코 교황 자의교서(Motu proprio) 「주 예수님, 온유한 재판관」(Mitis ludex Dominus lesus, The Lord Jesus, Meek Judge)과 동방가톨릭교회법상 같은 취지의 내용을 담은 「온유하고 자비로운 예수님」(Mitis et misericors lesus, Meek and Merciful Jesus)이 9월 8일 발표됨으로써 거의 100년 만에 혼인 무효 소송 절차에 큰 변화가 생겼다.
교황청은 지난해 8월 혼인 무효화 절차 개혁을 담당할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약 1년 만에 자의교서 초안을 내놓은 바 있다. 초안에 바탕한 자의교서가 발표되면서 교회법 규정 중 ‘혼인의 무효 선언 소송’에 해당하는 1671~1691조가 자의교서 내용에 따라 바뀌게 된다. 교회법은 1917년과 1983년 개정됐지만 혼인 무효화 절차는 이렇다할 변화가 없었다.
동방가톨릭교회 혼인 무효화 절차도 개혁한 것은 동방가톨릭교회 신자 대부분이 정교회 신자와 혼인하는 현실을 반영한 조치다. 정교회에 비해 가톨릭교회 혼인 무효화 절차가 까다롭고 시간이 오래 걸려 혼인 무효화 소송을 수행하는 동방가톨릭교회 신자들이 가톨릭 신앙을 포기하고 정교회로 개종하는 사례들이 적지 않았다.
이번 자의교서의 핵심 내용은 혼인무효 소송에서 각 교구법원의 권한을 강화한 것이다. 지역 교구장 주교들의 소송 권한이 커져 향후 혼인무효 소송이 1심 판결로 끝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이전까지 자동적으로 진행되던 항소심은 제한된 범위에서만 열리도록 했다.
교황청 교회법평의회 의장 프란체스코 코코팔메리오 추기경은 9월 8일 자의교서 설명 기자회견에서 “1심에서 혼인 무효 선언이 나와도 자동적으로 항소가 되던 의무조항은 폐지되지만 소송 당사자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권리를 여전히 갖는다”고 소개했다. 재판 당사자 모두가 1심 판결에 대한 항소를 포기하면 항소심이 열리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코코팔메리오 추기경은 이어 “1심에서 혼인 무효성 여부가 명백하지 않은 경우는 항소심이 열리며, 항소심이 진행 중이라도 재판 당사자의 항소가 시간을 끌기 위한 목적이 확실하면 항소심은 재판절차를 전부 진행하지 않고 혼인 무효를 선언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간소화된 혼인 무효화 절차가 모든 소송에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자의교서에 따르면 ▲혼인 당사자 한 쪽이나 양쪽이 가톨릭 혼인에 대한 충실한 동의가 결여된 점이 명백한 경우 ▲여성이 자녀를 원하지 않아 낙태를 했을 경우 ▲혼인 당시나 혼인 직후 불륜 관계를 맺고 있었던 경우 ▲배우자가 불임 혹은 중대한 전염병을 지닌 경우 ▲혼인 전 동거 관계 등에서 얻은 자녀를 숨긴 경우 ▲물리적 폭력으로 혼인의 동의를 강요한 경우 등에 한정적으로 적용된다.
이번 자의교서로 인한 혼인 무효화 절차의 변화는 ‘자비의 희년’이 시작되는 12월 8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실질적으로 각 교구에서는 새 절차를 적용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한 만큼 교구별로 발효 시점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12월 8일 이후에 나올 교회법상 판결은 새 자의교서의 내용을 존중해야 하며 소송 양 당사자가 동의하면 기존에 자동적으로 진행되던 항소심을 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교황청의 설명이다.
소송비용을 원칙적으로 무료로 한 것도 이전과는 큰 변화다. 교황은 올 1월 혼인 무효화 절차 개혁 특별위원회 위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성사는 무료인 것처럼 혼인성사와 관계 되는 혼인 무효화 소송도 무료가 돼야 한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세계교회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