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종 주교님 성품에 맞춰 겸손함과 착한 목자를 나타내는 목장(牧杖)을 만들었어요.”
수원가톨릭미술가회 소속 이재옥(모데스타·57·안양대리구 중앙본당) 작가는 문희종 주교가 사용할 주교 지팡이, ‘목장’을 제작했다. 문 주교가 서품식에 사용한 나무재질의 목장이다.
“목장 제작 요청이 들어왔을 때 선뜻 응답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부족한 저에겐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라 거절하다 결국에는 순명하게 됐죠.”
이 작가는 목장을 만들어 본 일도 없었고, 성물 제작도 많이 하는 편이 아니었다. 게다가 문 주교가 의뢰하는 목장은 나무지팡이였지만, 이 작가가 주로 사용하는 재료는 금속이었기에 더더욱 승낙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수원가톨릭미술가회를 지도하는 나경환 신부가 간결하고 상징적인 이 작가의 작품성향을 보고 문 주교가 바라는 지팡이를 제작하는 데 적합하리라 판단해 요청했던 것이다.
“주교님께서 단순하고 간결한 목장을 원하셨어요. 양을 치는 목자의 지팡이라는 목장의 본래 의미를 살리는데 충실했어요.”
이 작가는 의뢰를 받아들이면서 최대한 많은 자료를 수집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100가지가 넘는 작품의 자료를 모아 분석하고 연구했다. 문 주교에게 제시한 샘플 디자인만도 20여 개였다.
문 주교 목장의 목 부분에는 양 3마리를 단순화시켜 기하학적으로 조각한 장식이 들어갔다. 세 마리의 양은 목자로서 돌볼 양을 상징하는 동시에 양떼 안에서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을 만나길 바라는 의미를 담았다. 목장의 머리 부분은 마치 겸손한 사람이 고개를 살짝 숙인 듯한 이미지를 형상화했다.
디자인은 나왔지만 제작은 만만치 않았다. 디자인을 구현하는 것 자체도 어려웠지만, 나무재질인 만큼 여러 차례에 걸쳐 기름을 먹이는 작업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7월 말부터 제작에 들어간 목장은 서품식 전날 간신히 완성할 수 있었다.
“그동안 작품 만들 때와는 또 다른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만들면서 가슴 울컥한 순간도 있었어요. 주교님의 목장을 만드는 시간은 저 역시 겸손을 배우는 은혜로운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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