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제에 나선 유경촌 주교(오른쪽)와 조현철 신부가 질의응답 시간에 답변하고 있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유흥식 주교) 환경소위원회가 마련한 제15회 가톨릭 에코포럼의 주제는 지난 6월 반포된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찬미받으소서」였다.
9월 15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1층 강당에서 이뤄진 이날 포럼에는 400여 명이 참석할 만큼 성황을 이뤘다. 가톨릭 역사상 최초로 ‘환경’과 ‘생태’를 주된 내용으로 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회칙의 중요성을 입증하는 자리였다.
▲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 유흥식 주교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어 “하느님께서 이 놀라운 회칙을 통해 이 시대에 우리가 어떻게 당신의 부르심에 응답해야 하는지를 가르쳐주고 계시기에 이는 새로운 삶을 향한 하느님의 초대”라고 강조했다.
이재돈 신부(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학술소위원회 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포럼에서는 ▲유경촌 주교(서울대교구 사회사목담당 교구장 대리)의 ‘사회교리적 관점에서 본 회칙 「찬미받으소서」’ ▲조현철 신부(예수회·서강대학교 신학대학원 교수)의 ‘회칙 「찬미받으소서」의 통합생태론과 인드라망’ 발제가 이뤄졌다.
발제 요지를 소개한다.
▲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 유흥식 주교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유경촌 주교 ‘사회교리적 관점에서 본 회칙 「찬미받으소서」’ 발제 요지
“경제 논리로 파괴된 환경, 인간 생존 위협 국제 환경협약 마련 등 구체적 행동 촉구”
인간과 자연 ‘한몸’ 연결 조화로운 관계 유지 당부
‘즐거운 불편’ 등 노력 강조
“가정은 생태교육 못자리”
회칙은 환경문제에 대해 지식이 많은 것보다 실천이 중요함을 밝히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칙 제1장을 통해 공동의 집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통렬하게 자각하는 ‘현실직시’를 하게 한다. 각종 오염과 온난화, 물 문제, 생물 다양성 감소, 삶의 질 저하, 세계적 불평등문제들을 짚는다.
회칙 제2, 3, 4장은 ‘판단’을 하도록 한다. 모든 피조물이 서로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된 ‘통합생태’를 이야기하며 조화로운 관계의 단절이 곧 죄임을 말한다. 이윤을 극대화해 무한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 기술관료적 패러다임과 그릇된 인간중심주의, 상대주의문화 등에 대항할 수 있는 시각과 사고방식, 생활양식, 영성이 필요하다.
회칙 제5, 6장은 행동을 하라고 촉구한다. 국제정치에서 환경협약들을 실행하고 위반시 국제적 제재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세계적 합의가 필요한 것이다. 지역에 따른 고유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비정부기구와 중간집단들, 국민과 시민단체들이 정부정책을 감시하고 통제해야 한다.
이윤극대화에 붙잡힌 경제가 스스로는 환경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므로 정치가 결여된 경제는 정당화될 수 없다. 과학 또한 종교와의 대화를 통해 그 한계를 보완해가야 한다. 생태교육과 영성 또한 중요하다. 학교, 교회, 수도회나 사회단체만이 아니라 가정이 가장 중요한 생태교육의 못자리이다.
회칙은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는 자연 파괴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룸으로써 사회교리의 확대된 핵심관심사, 인간존엄성의 원리를 잘 드러냈다. 세상이 하나의 관계망으로 서로 밀접히 연결돼 있다는 통합생태론의 통찰은 연대성과 공동선, 보조성의 원리 등 가톨릭 사회원리의 핵심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또 ‘지구는 인간이 이용할 수 있지만 인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사실’은 재화의 공통목적과 공동사용 원리와도 맞닿아 있으며, 통합생태론이 제시하는 목표 또한 가톨릭사회교리의 핵심인 ‘사랑’과 같다.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인간과 하느님의 관계를 회복하고 창조주 하느님께서 원래 만드신 대로 세상 안에 사랑의 질서를 회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회칙 반포는 창조질서가 정의평화를 대치하는 의미가 아니라 정의평화의 문제를 창조질서로 통합하는 문제다. 따라서 인간과 자연을 한마음한몸으로 돌아보며 한몸 의식을 갖길 바란다. ‘즐거운 불편 운동’과 ‘아나바다 운동’ 등 실천 운동프로그램 강화, 각 본당 환경분과 조직 활성화, 하늘·땅·물·벗 정신을 토대로 한 본당 사도직단체 조직 등을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
■ 조현철 신부 ‘「찬미받으소서」의 통합생태론과 인드라망’ 발제 요지
“세상은 하느님 사랑의 질서로 움직여 욕심에 집착하면 자연·사회 모두 파괴”
만물이 서로 영향끼친다는 ‘통합생태론’이 회칙 큰 주제
핵발전 문제가 대표적 사례
각 개인 ‘생태적 회심’ 필요
회칙 「찬미받으소서」에는 프란치스코 교종의 세계관이 잘 드러나 있다. 세상의 모든 것은 연결돼 있다, 우리 공동의 집, 통합생태론 등이 큰 주제다. 건전지를 아무 곳에나 버리면 건전지에서 발생되는 수은을 물고기 등 생물이 먹는다. 그 생물은 다시 우리 식탁 위에 올라 우리 몸으로 들어온다. 간단한 예로 통합생태론을 이해할 수 있다.
생태적 세계관은 세상 만물이 근원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것과 함께 하나의 개체마다 모두 고유하고 본질적인 가치가 있음을 인정한다. 유용성의 여부에 따라 폐기되고 대체되는 기계적 세계관과는 다르다.
세상을 하느님의 피조물로 보는 것은 세상을 하느님의 선물로 보는 것이다. 세상에는 창조주 하느님의 사랑의 질서가 들어있으며 이는 모든 피조물을 지탱하는 힘의 원천이 된다.
창세기의 주요 모티프인 아담은 흙의 존재이며, 아담과 아담의 협조자 하와는 에덴동산을 일구고 돌본다.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에 대해 동일한 관계를 제시해주는 것이다. 창조설화에 나타난 창조질서는 인간과 인간 사이는 존엄과 평등으로, 인간과 자연 사이는 존중과 돌봄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인드라망은 불교의 세계관을 집약하는 상징이다. 세상 만물은 개별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는 서로 연결돼 있어 서로를 비추고 있는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뜻이다. 이 근원적 유대관계를 부인하고 자신의 욕심에 집착하는 것이 타인과 자신의 고통의 뿌리며, 이 관계를 깨닫고 그 질서에 따라 사는 것이 바로 해탈이다.
핵발전 문제는 인간과 자연환경이 연결돼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핵발전은 자연과 사회 모두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친다. 핵발전소는 외부 세계와 절대적으로 분리, 차폐돼야 하지만 서로 연결된 세상에서 완벽한 분리와 차폐는 불가능하다. 핵발전이 요구하는 피폭노동은 결국 사회의 가장 힘없는 이들의 몫으로 돌아가며, 전기를 대도시로 보내기 위한 송전탑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 파괴된다. 설악산 케이블카 문제 또한 마찬가지다. 법으로까지 보전을 규정한 지역이지만 산에 대한 존중과 돌봄의 정신은 경제 활성화라는 돈벌이 앞에서 여지없이 사라져버렸다.
교종은 개인의 깊은 내적 회심, 바로 생태적 회심을 요청한다. 생태적 회심은 생활양식의 변화를 가져오고 소유의 삶에서 존재의 삶으로 변화를 일으킨다. 우리가 직면하는 복합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생태적 회심에서 비롯되는 이웃을 향한 나눔과 배려, 돌봄의 정신이 공적 차원으로 확대, 강화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