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역사상 대부분의 공의회가 ‘쇄신’의 방법을 다뤘다. 하지만 ‘쇄신’을 단순히 앞선 상태를 회복하는 것, 원칙적으로 쇄신을 임시적인 악습들을 폐지하는 것으로 이해해왔다. 반면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밝힌 쇄신은 ‘교회의 현대화’를 향한 것으로 큰 의미를 지닌다.
그렇다면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현재 우리에겐 어떤 의미를 제공하고, 우리는 공의회 정신을 어떻게 수용하고 있는가. 서강대학교 신학연구소(소장 이규성 신부)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폐막 50주년을 기념하면서 세계적인 석학들을 초청, 이에 관해 성찰하고 해답을 공유하는 국제학술대회를 마련했다.
기억과 희망’(Memoria et Spes)을 주제로 9월 18~19일 서강대 다산관에서 연 국제학술대회는 ‘기억’, ‘기억의 현존’, ‘희망’을 주제로 한 3개 세션으로 진행됐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폐막 5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 첫 번째 ‘기억’에 관한 세션에서는 ▲‘하느님 백성: 맥락과 기능’ ▲‘칼 라너,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숨겨진 기획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의 연속성, 쇄신, 그리고 불연속성’ 등을 주제로 한 발표가 펼쳐졌다.
이어 ▲‘계시와 체험: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계시헌장을 통해서 본 한국 교회의 신학적, 사목적 과제’ ▲‘한국교회의 교회헌장 수용에 대한 신학적 전망’ ▲‘혼인성사에 대한 재고찰: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근본적 변화가 있는가’에 관한 주제발표가 마련됐다.
‘희망’에 관해서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와 교회론: 원천으로의 회귀’ ▲‘공동체의 구성적 가치로서의 연대: 교회헌장 9항에 함축된 연대의 신학적 개념’ ▲‘사목헌장 50년, 그리고 일본의 오늘’ ▲‘희망의 아이콘인 마리아: 교황 프란치스코의 자비에 대한 가르침을 중심으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성령론적 전망, 그 계승과 과제들: 아시아 복음화의 맥락에서’ ▲‘역사, 기억, 망각을 통한 희망: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기초로 우리시대를 위한 복음을 기억하는 기쁨’이 발표됐다.
오늘날 교회는 기술적인 발전은 풍성하지만 의미나 관계, 신뢰 등의 면은 더욱 악화된 인간 상황에 공헌해야 한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교회가 새로운 문제에 직면했을 때 봉사를 위한 교회의 사명 안에서, 열린 자유로운 대화 안에서 기준을 제공한다.
이와 관련해 도미니끄 베이멜 수녀(프랑스 파리가톨릭대 교수)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전통의 외투를 두르고 창의적이 되라는 초대’ 즉 보수적 태도에서 진보적인 태도로 쇄신하는 것이 아니라 ‘선교사로서의 쇄신’을 희망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러한 맥락은 교회가 직면한 각종 도전들에 응답하기 위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천편일률적인 목소리를 내는 대신 역동성을 택하고, ‘사목적이고 사명적인 회심’의 관점에서 행동을 촉구하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고 강조했다.
클라우스 샤츠 신부(독일 상트 게오르겐대 교수)도 공의회의 연속성, 쇄신, 불연속성에 관해 설명하고 “교회의 전통은 정적이거나 항상 일정하거나 균일한 실재가 아니라, 신념과 선택과 실천의 역동적인 네트워크”라고 전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제시된 성령론적 전망을 복음화의 관점에서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특별히 아시아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박준양 신부(가톨릭대학교 교수)는 “아시아가 직면한 각종 문제는 결국 사회적 정의문제와 연결되고 교회의 예언자적 소명을 다시 일깨워준다”면서 “아시아의 상황에서 현실의 문제와 도전에 복음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성령의 인도를 받아 한편으론 예언자적이어야 하고 다른 한편으론 신비적이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한국교회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결과를 적용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다양한 발표들이 이어졌다.
한민택 신부(수원 가톨릭대학교 교수)는 이번 주제발표에서 「계시헌장」을 통해 계시의 한국적 토착화 과제를 짚어보고, 그리스도 계시를 한국인의 구체적 체험과 실질적으로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신앙행위와 ‘자연적 신 인식’ 사이의 관계 연구와 ‘전통의 위기’ 현상의 신학적 분석을 수행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윤정현 신부(부산교구 엄궁본당 주임)는 ‘쇄신의 해석학’이 한국교회의 「교회헌장」 이해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밝히고, 한국교회에서는 교회헌장의 수용을 잘 시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교회헌장의 수용이 한국교회의 모습을 어떻게 드러내는지 연구하는 기획은 무엇보다 교회를 구조로만, 제도로만, 겉으로만 바라보던 시각에서 교회의 모습이 지닌 신비를 바라보려는 노력이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국제학술대회에서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혼인성사에 관해 근본적인 변화가 있었는가를 짚어보는 시간도 마련돼 관심을 모았다. 구정모 신부(일본 상지대학교 교수)는 세계 주교대의원회의 제3차 임시총회 보고서 내용을 새로운 신학적 전망에서 고찰, “현대적 의미에서 볼 때 대죄란 재혼이라는 객관적 사실로 규정되기보다는, 인간의 내면에서부터 하느님의 사랑을 거부하고 동일한 태도로 결혼의 인격적 통교를 거부하는 이기적 자세 안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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