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회의가 있어 지하철을 타고 어디를 가던 길이었습니다. 그날따라 지하철 안에는 빈자리들이 좀 있어서 기분 좋게 앉아서 갈 수 있었습니다. 지하철에서 빈자리를 보면 나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앉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걸 보니 이제 서서히 나이가 들어가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렇게 오랜만에 지하철에서 앉아서 가고 있는데, 어떤 역에서 지적 장애를 가진 분과 다운증후군을 가진 분, 그리고 봉사자 한 분이 탔습니다. 그 세 사람은 나와 맞은편 자리에 앉았고, 장애를 가진 두 분은 계속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도 봉사자의 손을 꼭 쥐고는 놓지 않았습니다. 누군가의 손을 꼭 쥐는 그들의 마음. 그냥 ‘찡’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내 옆자리에 앉은 50대 여자와 20대 초반의 남자가 작은 목소리로 하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이야기인 즉, 여자 분은 남자에게 정상적으로 태어나서 지금 이렇게 건강하게 잘 사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 일인지를 생각하며 살라는 훈계의 말이었습니다. 그 말 속에는 누구를 비교하며 지칭하는 말인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내렸고, 다시 달리는 지하철 안에는 두 분의 장애인만이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역에서 몇 사람들이 타더니 어떤 여자와 그녀의 딸처럼 보이는 사람이 내 옆자리에 앉았습니다. 두 분은 지하철을 타자마자 작은 소리로 수다를 떨었습니다. 그러다가 아마 앞에 앉은 두 분의 장애인을 본 모양입니다. 그러자 엄마로 보이는 분과 그녀의 딸이 나지막한 소리로 하는 대화를 들었습니다.
“너는 평소에 장애인들을 만나면 어떻게 하는지 잘 알고 있지?”
“무슨 말이야, 생뚱맞게!”
“장애인들 만나면 그들 역시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생각은 잘 하고 있지?”
“그걸 말이라고 해! 그들이 장애를 가진 것은 우리의 손길이 필요하기 때문이고, 서로가 마음을 나누면서 살다 보면, 나눔은 그 자체로 주는 사람이나 나눔을 받는 사람이나 서로를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는 거, 잘 알고 있어.”
두 사람은 다시 수근, 속닥거리면서 친구처럼 대화를 하다가 내릴 때가 되었는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장애인 두 분을 향해 가벼운 목례를 했습니다. 그러자 두 분의 장애인도 그들의 눈을 보고는 아무 말 없이 그냥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습니다.
참으로 묘한 경험이었습니다. 같은 자리에 같은 사람이 탄 것 같은데,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각이 전혀 달랐습니다. 그리고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 보니,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나도 목적지에 도착해서 일어나, 장애인 두 분에게 두 눈을 찡긋하며 가벼운 눈인사를 했더니, 두 분도 나를 보며 함박웃음을 보여 주었습니다. 특히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분의 눈인사는 천사의 표정이었다고나 할까요!
나이를 든다는 것은 지하철에서 앉아 갈 자리만 찾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공간 안에서 함께 있는 사람의 얼굴을 바라 볼 여유를 가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내가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한 시각에 따라서 내 시선도 달라진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평소 사람을 대할 때 건강한 시각을 가지고 있으면, 건강한 시선으로 사람을 보게 됩니다. 그러므로 좋은 시각은 좋은 시선의 원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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