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릴 때 제 심장이 뛰듯 심장병 어린이들의 심장이 힘차게 뛰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마라톤 대회에 출전하고 있습니다.”
경기도 이천 육군 제7기동군단 대외협력실장 최달수(안토니오·56·군종교구 상승대본당) 대령은 한국심장재단에서 실시하는 ‘심장병 어린이 돕기 1m 1원 후원’ 마라톤 대회를 통해 10년째 심장병 어린이들에게 새 생명을 심어주고 있다. 그동안 최달수 대령이 마라톤 대회를 완주하며 모은 후원금으로 심장병 수술을 받은 어린이는 12명이나 된다.
1m 1원 후원 마라톤 대회는 42.195km를 완주하면 4만2195원이 한국심장재단에 적립되지만 ‘1m 1원’은 상징적인 개념이다. 최 대령이 마라톤 완주를 하면 고등학교 동창, 육군사관학교 동기생, 형제자매 등 가족, 군대 선후배로 구성된 후원자 200여 명이 자기 형편껏 후원금을 내는 방식이다. 후원자 중 80여 명은 최 대령이 마라톤 대회에 출전할 때마다 함께 달리지는 못하지만 꾸준히 후원금으로 심장병 어린이 살리기에 동참하고 있다.
최 대령은 전문 마라톤 선수가 아님에도 마라톤 풀코스 최고기록 3시간 12분을 보유하고 있다. ‘준프로’라고 할 만하다. 선수급인 그가 25년씩이나 달리기라면 치를 떨었다는 사실은 의외다. 최 대령은 “2005년에 마라톤을 시작하기 전 25년 동안 다른 사람이 달리는 모습만 봐도 마음이 불편해 고개를 돌리곤 했다”고 말했다. 무슨 사연일까.
육사 39기로 1979년에 입학한 그는 생도 시절 중장거리 육상선수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그 시절 지금은 없어진 서울 동대문운동장에서 육사, 해사, 공사 생도들이 기량을 겨루는 ‘3군 사관학교 체육대회’는 그야말로 장안의 화제였다. 프로 스포츠가 없던 시절, TV 화면에 방송되는 단 하루를 위해 생도들은 각 사관학교의 명예와 자존심을 걸고 오랜 기간 피나는 노력을 해야 했다. 유난히 최 대령에게는 떠올리기 힘든 기억이다. 그는 5km 중장거리 선수로 선발돼 대회를 앞두고 수 개월간 매일같이 40km를 달리는 혹독한 훈련을 소화해야 했다. 우승이라도 했으면 고생한 보람이 있어 3군 사관학교 체육대회의 추억이 오랜 세월 악몽으로 남지는 않았을 것이다.
최 대령이 다시 달리기 시작한 것은 2005년 대령 진급을 하고 마음의 여유를 찾으면서부터다. 1983년 소위 임관 후 22년 동안 하루에 4시간 이상을 자 본 기억이 없을 정도로 열심히 살았던 군생활을 뒤돌아봤다. 책을 손에 들었고 특히 미국 여류시인 에밀리 디킨슨(1830~1886)의 시를 탐독하며 타인이 상처 입지 않도록 돕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깨우침을 얻었다.
제일 먼저 실천한 것이 2005년 장기기증 서약과 조손가정 어린 손녀에게 매달 후원금을 보내는 일이었다. 최 대령은 “29살과 27살 아들만 둘을 두고 있어 딸에 대한 그리움을 지니고 살아서인지 조손가정 손녀를 도왔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다 1m 1원 후원 마라톤이 보다 큰 사랑의 실천이라는 생각을 하고 그토록 쳐다보기도 싫었던 달리기를 위해 운동화 끈을 다시 묶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5km를 달렸고 점차 운동량을 늘려 10km, 20km를 달렸다. 2006년 10월에는 처음으로 42.195km 풀코스를 달렸다. 이 첫 풀코스는 후원금을 모은 첫 대회이기도 했다.
최 대령은 “내가 달려서 심장병 어린이가 병을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최선을 다해 달리지 않을 수 없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그러나 그날 섭씨 30도가 넘는 무더운 날씨에 중도 포기자가 속출했고 최 대령도 35km 지점에서 다리가 풀려 휘청거렸지만 군인정신과 신앙심으로 마지막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러고는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후송돼 3시간이나 누워있어야 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가족들이 “이러다 큰일 난다”며 마라톤을 그만두라고 성화였다. 하지만 최 대령의 심장병 어린이 돕기는 10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
“심장병 어린이를 위해 달리지만 사실 제 자신의 인격과 신앙이 더 성숙해지는 것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군복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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