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주교대의원회의(이하 주교시노드) 제14차 정기총회는 10월 25일까지 열린다. 이전과는 달리 1주일 간격으로 세 개의 미니 시노드와 최종 문헌 작성, 발표로 구성되는 이번 시노드는 특히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했다.
3부로 구성된 의안집의 제1부에 초점을 맞춘 첫 세션이 5~8일 이어졌고, 9일에는 언어권별 13개 그룹토의 보고서가 발표됐다. 21일까지 전체 발표와 그룹토의가 세 차례 반복되고 22일에는 시노드 최종보고서 토론, 24일에는 수정을 거친 최종보고서에 대한 투표가 실시된다.
혼란과 격동으로 시작
우선 운영 방식의 변화. 새 방식은 그룹토의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전체 모임 연설 시간을 3분으로 제한했다. 결과가 어떻게 쓰여질지, 즉 교황이 추후에 권고문 작성에 참조할 건의사항에 그칠지, 아니면 독자적 문헌으로 활용될지에 대해서도 확실치 않다. 그룹토의에서는 “우리는 누구에게 말하는지 모르겠다. 교황에게, 아니면 가톨릭 신자들에게, 아니면 교회 밖의 전 세계 사람들에게?”라며 혼란을 표시했다.
혼란은 ‘음모 이론’으로 가중됐다. 시노드 사무총장 로렌초 발디세리 추기경과 특별 서기 브루노 포르테 대주교가 운영 방식의 변화와 위원 선출 등에 개입, 조작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호주 시드니대교구장 조지 펠 추기경 등은 초안 작성위원회 위원 임명에 문제를 제기했다.
‘음모이론’ 떨치고 교회 선익을 위해
프란치스코 교황의 단호한 개입이 이뤄졌다. 6일 오전 교황은 ‘음모 이론’(hermeneutic of conspiracy)에 휘둘리지 말고 서로 믿고 교회의 선익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혼란은 잦아들었고, 오후부터 그룹 토의가 시작됐다. 변화를 수용하는데에는 시간이 필요했다. 7일부터 참석자들은, 이탈리아어 ‘A’그룹이 말한 대로 새 방식에 ‘적응’(adjusted)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노드는 궤도를 따라 진행되기 시작했다. 필리핀 루이스 타글레 추기경은 9일 첫 그룹 토의 결과 발표 직후 ‘혼란’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새 토론 방식이 “혼란을 야기”했지만 “잠시의 혼란은 좋은 징후”라고 말했다. 추기경에 따르면, 시노드 결과가 독자적 문헌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최종 보고서가 「세상의 정의」(Justice in the world)라는 문헌으로 발표된 1971년 시노드의 선례를 따를 가능성도 있다.
개막 후 첫 일주일이 지나면서 대부분 주교들은 그룹토의에서 주제에 대한 심층 토의가 이뤄지는 이번 운영 방식에 대해 만족했다. 불어 A,B,C그룹은 ‘매우 만족’했고, 스페인어 B그룹은 “참가자들이 주제를 토론하는데 있어서 보장된 ‘폭넓은 자유’”를 지지하고 환영했다.
다양성 확보
참석 주교들은 인종, 신학, 문화적으로 다양하다. 이를 프랑스 A그룹은 “보편성(Catholicity)의 독특한 체험”이라고 말했다. 연역적, 또는 귀납적 등 모두 다른 입장과 접근법을 갖고 있었다.
교황은 열린 자세로, 용감하고 겸손하게 경청하고 성령에 귀기울일 것을 당부했지만 소수 주교들은 토론 시작 전에 이미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서 마음을 정했고 “더 토론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에 많은 주교들은 “그러면 우리가 왜 시노드에 참석했는가?”라고 반문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제안이 나타났다. 즉, 일부 문제는 보편교회 차원에서, 시노드에서 다룰 것들이지만, 어떤 문제들은 지역교회 차원에 맡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영어 C그룹은 “다양성을 고려할 때, 어떤 문제들은 세계교회 차원이 아니라 지역교회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며 “우리들의 지금 논의에서 ‘분권화’의 경향이 있는데, 역설적이게도 그것이 우리의 일치를 저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불어 C그룹도 각 지역 주교회의에 더 많은 권한을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입장들의 뚜렷한 차이
시노드 첫 주 논의는 5~8일 이뤄졌고 9일 언어권별 13개 그룹의 토의 결과가 보고서로 제출됐다. 보고서를 바탕으로 볼 때, 가장 논란이 되는 주제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교회 가르침을 따르지 않는 이들에 대한 자비, 다른 하나는 혼인의 불가해소성에 대한 입장과 전망이다. 이 두 가지는 논란이 되는 이혼 후 재혼자의 영성체 문제, 동성애에 대한 교회 입장 등과 직접적으로 관련된다.
불어권 미디어 담당자인 로밀다 페라우토에 의하면, 주교들의 입장은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남을 판단하기 전에 스스로를 성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실을 열린 마음으로 인식하고 관용적인 자세로 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죄인들을 자비로써 대한다고 그것이 나약함이나 교회 가르침의 폐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자비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의와 진리가 선행돼야 한다며 조금은 엄격한 입장을 견지한다. 영어권 언론을 담당하는 토마스 로시카 신부는 “자비를 경험하려면 진리를 추구해야 한다”며 “현실을 포장지로 덮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주교들 안에서의 입장 차이는 현대 문화와 생활방식, 가정에 대한 접근 방법에서도 나타난다. 현대 문화와 가정에 비판적 입장을 취할 것인지, 혹은 긍정적 요소들, 교회 가르침과의 공통점들을 높이 평가할 것인지에 대한 입장 차가 나타난다.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가정 문제를 긍정적으로, 자비에 바탕한 접근을 해야 한다는 견해들이 큰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 변화된 운영방식, 그 근거는?
예수회 ‘집단적 식별’에 기초
‘올바른 결정 가능케 하신다’ 믿음 바탕
이번 시노드는 참석자들의 자유로운 언론 접촉은 물론 운영 방식 자체의 변화 등으로 인해 혼란스러워 보인다. 일부 그룹은 ‘혼란’(confusion)을 넘어 ‘무질서’(chaotic)로까지 표현한다. 교황은 ‘시노드 후속 교황권고’를 발표하지 않고, 교부들의 독자적인 문헌 작성까지도 허용할지 모른다는 소문이 있다.
예수회 잡지 ‘아메리카’(America)의 제임스 마틴 신부는 교황의 시노드 운영 방식에 대해서, 이를 예수회의 전통적인 집단적 식별(group discernment)의 방식으로 파악했다. 마틴 신부에 의하면, ‘식별’은 예수회에서 기도 안에서 의사 결정을 해나가는 과정을 통칭하는 용어이다. 두서없고, 혼란스럽고, 때로는 혼돈에 이르는 것이 특징이다.
이 방법은 하느님께서 개인, 단체로 하여금 올바른 결정에 도달하기를 원하시고 가능하게 하신다는 믿음에 바탕을 둔다. 집단적 식별 과정은 복잡하고 직관에 어긋나기도 한데, 사실상 예수회원들에게 조차 때로는 어렵고 힘든 과정이다.
마틴 신부는 교부들이 가정에 관한 올바른 결정을 해나가는 과정 자체를 ‘집단적 식별’로 분석한다. 예수회원으로서 교황이 시노드를 ‘식별’의 과정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따라서 이런 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주교들과 다른 참석자들은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올바른 식별은 자유, 완전한 개방성, 인내, 충분한 기도 시간, 그리고 ‘확인’(confirmation)이 반드시 요구된다. 여기에서 ‘확인’은 논의를 끝냈다는 안도감이나, 내 주장이 ‘이겼다’는 승리감이 아니다. 하느님의 원의와 일치했다는 것을 확인해주는 은총의 선물이다.
마틴 신부는 이러한 ‘식별’의 방식이 시노드의 어떤 요소와도 어긋나지 않으며, 단지 참석자들에게 익숙하지 않을 뿐이라고 말했다. 물론 그는 ‘집단적 식별’의 과정이 어렵고 힘들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만약 주교 시노드가 자유, 개방성, 인내심, 기도, 그리고 ‘확인’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요구되는, 특히 성령의 인도가 살아있는 ‘집단적 식별’이 되지 않는다면, 복잡한 가정 문제의 해법을 찾는데 있어서 문화의 충돌이 발생하고 모든 측면에서 절망스러운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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