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3개월만 봉사한다는 말을 듣고 남수단을 찾았어요. 갔더니 3개월을 운운했던 스스로가 너무 부끄러웠어요. 3개월, 6개월이 아니라 계속 있어야 할 곳이었죠.”
여현숙(헬레나·64·용인대리구 이천본당)씨는 지난해 4월 세상을 떠난 남편의 첫 기일을 보내고 바로 남수단을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남수단 봉사 제안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지만 3개월만 해보기로 하고 떠난 길이었다.
막상 남수단에 가니 해야할 일 투성이었다. 누가 시키지 않았지만 여씨의 눈에는 필요한 일들이 보였다. 정신없이 봉사를 하다보면 하루가 갔다. 그리고 그 순간순간은 보람으로 가득 찼다. 여씨는 “만약 남수단을 향하지 않았다면 방황했을 것”이라면서 “인생의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할 지 알려주시려고 하느님이 아프리카로 보내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남수단은 너무도 척박해요. 직접 보지 않으면 몰라요. 우리로선 상상할 수도 없는 가난 속에서 살아가고 있어요.”
이렇게 척박한 곳이 다 있을까 싶었다. 건기에는 6개월 동안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아 바람이 불면 온통 흙이 날리고, 우기에는 연신 흐르는 땀에 온몸에 땀띠가 났다.
남수단 사람들은 먹을 것이 없어 1년 12달을 옥수수가루를 끓여 만든 한 가지 음식을 먹었다. 그나마도 있으면 다행이었다. 이토록 척박하다보니 서로 빼앗기 위한 부족 간 전쟁이 비일비재했다. 어린 아이조차 손에 총을 쥐고 눈에 살기를 띠었다.
“어떻게 저런 상황에서 춤이 나올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라면 하느님을 원망했을 것 같은데…. 이 아이들은 미사 시간에 하느님 앞에서 남의 눈을 개의치 않고 흥에 겨워 춤을 춰요.”
이 땅에 성당이 세워지면서 마을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하루 종일 성당에서는 어린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사람들은 주린 배를 채울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무엇보다 부족한 가운데도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 수 있게 됐다.
여씨는 변화하는 남수단 아이들을 보면서 “이 아이들을 한 번이라도 더 웃게 해주고 싶고, 하느님 사랑을 뿌리 내리게 해주고 싶다”면서 “이들이 영적인 행복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바람”이라고 말했다.
여씨는 다시 남수단행 티켓을 끊었다. 이번에는 돌아오는 항공편을 예정하지 않은 편도 티켓이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아프리카행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여씨의 얼굴에서 햇살처럼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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