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길명 교수(종교사회학·요한 세례자·71)와 이대근 신부(대전가톨릭대학교 교수·동양철학·1993년 서품)가 제19회 한국가톨릭학술상 공로상과 연구상을 각각 수상한다. 연구상 수상작으로는 이대근 신부의 저서 「한국 종교사상사」(2014년/가톨릭출판사)가 선정됐다. 특히 노길명 교수는 한국교회가 민족사 안에서 지녀온 역사인식과 사회의식, 그에 따른 활동과 위상을 규명하는데 크게 기여한 공로로 이번 상을 수상하게 됐다. 올해 가톨릭학술상 본상 부문상은 선정되지 못했다.
‘한국가톨릭학술상’은 가톨릭신문사(사장 이기수 신부)가 제정, 운영하고 유도그룹(회장 유영희)이 후원하는 한국교회 유일의 학술 분야 상이다. 한국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제정된 상이기도 하다.
분야별 전문 심사위원들로 구성된 가톨릭학술상 심사위원회(위원장 심상태 몬시뇰)는 최근 개별 심사와 공동 회의 등을 거쳐 각 분야 수상작을 선정했다. 수상작은 평신도와 성직자 등 구분 없이 순수하게 학문적 성과만을 기준으로 선정됐다. 올해 심사는 심상태 몬시뇰과 이영헌·이재룡·김진태·이경수·곽진상 신부가 맡았다.
시상식은 11월 5일(목) 오후 4시 서울 중구 중림로 27 가톨릭출판사 요셉홀에서 열리며, 이날 공로상과 연구상 수상자에게는 각각 상금 500만 원씩과 상패가 주어진다.
한국 가톨릭교회에 대한 사회학적 연구 인프라는 여전히 낮다. 한국에서 종교를 연구하는 사회학자들 수가 적었던 영향이기도 있지만, 그나마 사회학자들의 관심을 비롯해 교회의 관심과 지원도 매우 미비했던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길명 교수(고려대 사회학과 명예교수·요한 세례자·71)는 한국 사회는 물론 교회에 대한 사회학적 연구의 ‘개척자’, ‘선구자’로 불리며 열정적인 활동을 펼쳐왔다.
“한국 천주교회사는 한국 근대사와 일치합니다.”
노 교수의 이 한마디 만으로도 종교사회학적 연구의 중요성을 십분 짐작할 수 있다.
교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교회 현황 등을 사회학적 입장에서 고찰해야 한다. 1970년대부터 천주교 사회학 정립과 연구, 발전에 힘껏 매진해온 노 교수의 활동에 새삼 의미를 두지 않을 수 없는 대표적인 이유다.
“종교는 사회 안에서 발생하고 기능하고 변동합니다. 종교는 사회를 떠나서는 존속할 수가 없습니다. 사회와 무관하게 됐을 때는 종교 스스로가 위축과 쇠퇴 과정을 겪을 수밖에 없지요.”
교회가 의도를 하든 그렇지 않든 교회와 사회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따라서 교회 입장에서도 먼저 신자들의 구체적인 삶을 깊이 성찰하고 공감하고 시대 흐름을 읽어내야, 시대에 적합하고 올바른 사목적 활동을 펼쳐나갈 수 있다. 그렇지 않을 때는 시행착오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노 교수는 “복음화를 제대로 이뤄나가기 위해서는 우리의 전통 문화, 역사적 체험 등에 관한 사회과학적 분석이 뒤따라야 한다”고 전한다. 그것이 바탕이 될 때 복음화의 방향과 방법을 명쾌하게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노 교수는 한국 근현대사 안에서 종교운동과 종교문화가 어떻게 전개돼 왔는지, 민족사 안에서 갖는 가톨릭교회의 역할과 과제는 무엇인지 폭넓게 연구해온 학자다.
실제 한국교회는 근현대사와 밀접하게 연결돼 성장 발전을 함께 이뤄왔다. 이와 관련해 노 교수의 연구는 우선 한국교회 전(全) 역사를 분석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두드러진다. 무조건 호교론적인 태도가 아니라 사회학자로서 명확하고 통합적인 시각으로 연구, 분석을 이어왔다. 이러한 노력은 교회사에 대한 ‘실천적–비판적 관심’도 수면 위로 이끌어냈다. 무엇보다 민족사 안에서 교회의 바람직한 기능 혹은 역할을 모색하는 노력이 돋보였다. 「가톨릭과 조선후기 사회변동」(1988년), 「한국사회와 종교운동」(1989년), 「가톨릭 신자의 종교의식과 신앙생활」(1988년) 등에서도 일관되게 드러낸 연구 태도였다.
영성을 사회학적으로 이야기하면 종교의식, 신앙생활 태도 등으로 표현할 수 있다. 영성이 올바로 이어지기 위해서도 한국사회 구조와 변동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복음화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예를 들어 현대인들은 성스러움에 대한 욕구를 더 이상 제도교회를 통해 얻으려 하지 않는다. 기성종교들이 조직화, 체계화되고 그 안에서도 성장의 논리 등이 드러나면서, 개인주의 영성이 빠르고 확산되고 있다. 제도교회에 대해 반발로 드러나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에 관해 노 교수는 “교회는 단순히 개인주의 영성이 문제가 있다고 외칠 것이 아니라 사목 형태와 프로그램 등을 변화시켜야 한다”면서 “바로 이러한 실태를 진단하고 대응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사회과학적 연구”라고 설명한다.
무엇보다 노 교수는 한국사회에서 전개되고 있는 신종교운동과 신영성운동의 성격을 규명하는데 큰 힘을 실어왔다. 왜 신종교운동과 신영성운동 등이 생겨났는지, 교회 안팎에 어떤 영향을 끼쳐왔는지부터 파악하고 그에 대한 교회 역할을 모색하는 것도 노 교수가 실천한 대표적인 활동이었다. 「한국의 신흥종교」(1988)와 「한국의 종교운동」(2005년) 등의 저서는 가톨릭교회 안에서 뿐 아니라 개신교계와 일반 사회에서도 주목받아왔다. 「한국 사회와 종교운동」(2006)은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로, 「한국의 종교와 사회운동」(2010)은 문화체육관광부 우수학술도서로도 선정된 바 있다. 특히 가톨릭신문사 지원으로 연구한 「가톨릭신자의 종교의식과 신앙생활」(1988)은 여러 논문을 통해 발표됐을 뿐 아니라, 이후 한국교회에서 시행하는 여러 조사통계 연구의 길잡이가 됐다.
‘한국가톨릭사회학연구회’를 결성하는데 주축이 되고, ‘한국가톨릭문화사연구회’ 회장 등으로도 활동하면서 한국교회 문화의 흐름과 과제에 관한 학문적 관심을 독려해온 부분도 노 교수의 큰 공적이다.
노 교수의 사회학적 연구는 현재도 ‘진행형’이다. 그는 2010년 대학교수 정년퇴임 이후에도 신학교, 교리신학원, 수도자신학원, 교회사아카데미 등에 출강하면서 신학생과 수도자, 평신도들이 한국교회의 정체성과 과제에 관해 갖춰야할 의식을 북돋아주고 있다. 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으로는 25년째 활동하며, 한국교회 신자들이 그릇된 영성에 호도되지 않도록 돕는데 힘쓰고 있다.
“한국교회는 조선 후기 학자들이 학문을 통해 신앙을 깨우쳐 형성된 신앙공동체입니다. 한국교회의 성장과 발전 배경에도 지적 바탕이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한국 가톨릭교회 학자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깊이 성찰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교회와 사회에 관한 연구 균형을 잘 이뤄 효율적인 사목적 대처에 나설 수 있길 기대합니다.”
노길명 교수는
고려대학교와 대학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중앙신학교와 강남사회복지학교를 거쳐 고려대 교수를 역임한 바 있다.
한국가톨릭문화사연구회 회장을 비롯해 한국사회학회, 한국종교사학회, 한국종교연구포럼, 한국종교학회, 한국신종교학회, 동아시아종교문화학회에서도 활동해왔다.
현재 고려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겸 재단법인 한국교회사연구소 고문, 한국사회혁신학회 고문 등으로 활동 중이다.
그동안 「한국의 종교운동」 등 38권의 저서를 펴냈으며, 「한국 신종교에 대한 사회학적 연구와 과제」를 비롯해 180여 편의 논문을 통해 활발한 연구 성과를 드러내왔다. 또한 고려대학교 석탑강의상(제7회)과 대한민국 녹조근정훈장(2010년)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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