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과 교회의 은혜로 신학과 철학을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그에 대해 조금이나마 보답하게 된 것 같아 기쁩니다. 한국 종교사상사 분야 연구가 더욱 활성화되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저서 「한국 종교사상사」로 한국가톨릭학술상 연구상을 수상한 이대근 신부(대전가톨릭대학교 교수)는 “저서는 철학과 신학을 연구해오면서 작은 결실을 맺은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면서 “한국 천주교회의 과제인 그리스도교 토착화 작업에 작게나마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신부는 한국 천주교회 역사를 단순히 서구종교 전래사가 아닌 한국 종교사상사 맥락에서 이해하고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힘써왔다. 특히 무교와 그리스도교의 핵심인 ‘하느님 신앙’에 초점을 맞춰 내용을 전개하는데 매진했다.
저자는 대전가톨릭대학교에서 ‘한국 종교사상’ 과목으로 강의하고 있는 내용 부분과 십여 년 전부터 틈틈이 연구해 발표한 논문들을 묶었다. 한국교회 안에 천주교 수용의 사상적 기반을 이해하는 새로운 안목을 제시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한국 종교사상사의 맥락에서 그리스도교를 바라보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그리스도교적 관점에서 한국 종교사상사를 바라보는 작업 또한 필요합니다. 두 가지 작업은 한국의 천주교가 무엇인지 이해하는데 중요한 계기가 됩니다.”
이 신부는 한국의 그리스도교를 이해하기 위해서 먼저 무교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무교(巫敎, shamanism)는 그리스도교가 우리나라에 들어오기 전부터 한국인의 문화와 심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면서 존속한 종교다. 이 신부는 무교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한국 종교사상사의 핵심을 이해했다고 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무교를 무속신앙, 굿, 미신 등으로 취급하고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유교, 도교, 불교 등 다양한 종교로 인해 무교가 사라진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무교는 외래 종교를 받아들여 한국의 원형적인 의식구조에 맞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무속과 무교에 대한 연구는 근대 이후 여러 방면에서 이루어졌다. 1970년대 전후로 한국 무교 연구는 민속학이나 역사학적 방법론을 넘어 사회학적·인류학적·종교학적·심리학적 방법론으로 확대됐다. 이 신부는 한국 무교에 대한 기존의 연구 성과들을 충분히 활용하고 재구성해 무교-그리스도교적 관점에서 새롭게 그리스도교를 바라보고 있다.
이 신부는 천주교가 한국에 자리 잡게 된 원동력이 무엇인지, 천주교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인지 고민해왔다. 책은 이러한 질문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한 결과물이다.
이 신부는 1998~2003년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에서 한국 철학으로 석·박사 과정을 밟으면서 철학 공부와 연구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우리 민족의 신화와 제천의식 등을 공부하면서 새로운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단군신화는 옛날이야기로 취급하는데 공부를 하면서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됐습니다. 한국적 토양 위에 그리스도 씨앗을 받아들이는 관계가 형성됐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과 그리스도인으로서 정체성을 함께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두 가지 정체성이 한 사람에게 잘 형성되려면 한국의 그리스도교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 신부는 1999년부터 심리학 분야에도 관심을 갖고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현재 대전가톨릭대학교에서 동양철학·불교·한국종교사상 등을 강의하며 영성지도를 맡고 있는 그는 후학 양성을 위해 상담심리 연구도 부지런히 하고 있다. 2004년 대구가톨릭대학교에서 상담심리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심리학 학회와 프로그램 등에 참석하고 있다.
이 신부는 신학자로서 연구뿐 아니라 후학 양성에 더욱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제 스스로 많이 배우고 경험하고 성장하는 만큼 신학생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많아집니다. 학생들이 한 학기의 짧은 강의이지만 제 수업을 통해 한국 종교문화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지니게 되고, 한국 그리스도교를 바라보는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참 보람 있는 일입니다.”
이대근 신부는
1993년 8월 사제품을 받고 1995년 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신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2000년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한국철학과 문학석사학위를, 2003년 동 대학에서 한국철학과 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2004년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육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대전교구 변동·봉명동·당진본당 보좌, 장항본당 주임 신부를 지냈다. 2007년 2월부터 현재까지 대전가톨릭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와 논문으로는 시집 「당신을 사랑한다 말하지 않게 하소서」(1998년), 「희랍의 로고스 개념과 노자(老子)의 도(道) 개념에 대한 고찰」(2007년), 「조선 후기 천주교 수용의 주체인 근기남인(近畿南人)의 천관(天觀) 연구」(2008년), 「조선 후기 사상적 변화와 천주교」(2010년), 「조선 후기 천주교 수용 연구-유교와 천주교의 만남」(2014년), 「한국 종교사상사」(2014년)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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