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1일 오전 10시30분 교구청 회의실. 가족들이 모여 미사를 준비한다. 어른도 아이도 연령대가 제각각이다. 각자 사는 지역도 달랐다. 이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같은 신앙을 가졌다는 것, 그리고 피보다 진한 사랑으로 맺어진 가족이라는 점이다. 매월 둘째 주일 입양가족들이 모여 봉헌하는 가톨릭생명사랑가족모임(지도 최병조 신부)의 미사다.
미사 시작 전부터 아이들이 삼삼오오 함께 모여 앉아 웃음꽃을 피웠다. 이제 아장아장 걷는 어린아이부터 고등학생쯤 돼 보이는 청소년에 이르기까지 연령대가 다양했지만, 사이가 가까운 듯 서로를 대하는데 거리낌이 없었다.
이들이 친한 이유는 매월 만나기 때문도 있지만, 다른 이유도 있다. 편견 없이 만날 수 있는 친구들이라는 점이다. 여기서는 입양됐다는 이유로 색안경을 끼고 보는 친구도 놀리는 친구도 없었다. 오히려 같은 공감대를 가진 이들이기에 마음을 터놓기 좋았다.
입양을 선택하는 많은 가족들이 처음하는 고민은 입양 사실의 공개여부다. 입양이 보편화되지 않고 혈연이 중시되는 우리나라에서 ‘입양’이란 말은 부정적인 인식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부모들은 입양 사실이 자녀에게 상처를 주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는 것이다.
모임의 가족들은 공개를 선택한 가족들이다. 가족들은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말한다. 가족이기에 서로에게 진실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오히려 학령기 이후에 입양 사실을 알게 된 자녀들이 받는 충격이 더 크다는 것이 이 가족들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입양 사실을 공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친부모가 아니어도 부모는 자녀를 사랑으로 보듬을 수 있지만, 사회는 그렇지 않았다. 학교에서 놀림을 받기도 했고 주변 어른들도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봤다. 심지어는 본당에서도 눈치를 봐야했을 정도다.
이런 입양가족들의 지친 마음을 달랠 수 있는 곳이 바로 이 모임이었다. 교구 사회복음화국 산하의 모임은 입양가족들이 정보공유를 통해 도움을 얻고 직·간접적으로 생명을 존중하는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지난해 1월 결성됐다. 전국적으로도 교구 차원에서 입양가족을 지원하는 모임은 교구가 처음이다.
모임은 입양가족들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아이를 건강하게 키울 수 있도록 힘을 모으고 있다. 이를 위해 매월 미사 외에도 부모교육, 피정, 성지순례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런 모임의 활동이 조금씩 알려지면서 초기에는 20여 명에 불과했던 모임은 지금은 30가족가량이 함께하고 있다. 또 입양은 하지 않았지만 입양가족들의 생명사랑활동에 뜻을 함께하는 가족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그래서 처음에 입양가족모임으로 시작한 모임은 ‘가톨릭생명사랑가족모임’이라고 이름을 변경하게 됐다.
최근에는 가족미사를 시행하는 본당도 종종 만날 수 있지만, 모임의 가족미사에서는 유난히 부모와 자녀가 친근해 보였다. 껴안거나 손을 잡고 미사를 드리기도 하고 친구에게 장난치듯 부모에게 장난을 치는 아이들의 모습도 보였다.
가족들은 오히려 입양했기 때문에 더 친근하게 지낼 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내 피를 이은 자녀가 아니기 때문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자녀에 관해 알려고, 이해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화목한 모습을 자주 접해서일까. 모임을 시작한 지 1년 반 동안 모임 안에 새로 입양된 아이가 4명이나 된다.
모임은 앞으로도 입양과 생명사랑문화가 더욱 퍼지도록 노력해나갈 계획이다. 모임을 지도하는 최병조 신부는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생명이나 영원한 생명을 잊고 살기 쉽다”면서 “이 모임에 생명을 사랑하는 모두가 와서 생명문화를 확산시켰으면 한다”고 말했다.
※문의 010-7148-4113 가톨릭생명사랑가족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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