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 회기의 두 주를 지낸 세계주교대의원회의(이하 주교 시노드)는, 하느님 자비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는 흐름이지만 주교들간에 여전히 의견의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10월 13일까지 전체 회의와 그룹별 토의를 두 차례 마친 시노드는 14일 두 번째 그룹별 토의 보고서를 발표한 뒤, 16일까지 전체 회의, 19~20일 다시 그룹별 토의에 들어갔다. 이후 최종 보고서 초안 토론(22일)과 투표(24일)를 실시한다.
제2주 그룹토의 보고서에 나타난 의견 차이
두 번째 세션은 의안집 제2부 ‘가정 소명의 식별’을 다뤘다. 그룹토의 보고서에서도 혼인과 가정에 대한 접근법과 표현 문제에서의 의견차가 뚜렷했다.
한편에서는 교리와 규율에 대한 분명하고 직접적인 표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다른 편에서는 어법과 말투에서 법적인 형식과 내용을 줄이고 현대인들이 더 쉽게 수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의견 차이를 영어권 그룹에서 보면, 호주 조지 펠 추기경과 미국 조셉 쿠르츠 대주교 그룹에서는 일차적 관심사가 ‘확고한 교회의 가르침을 명확하게 설명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영국 빈센트 니콜스 추기경과 아일랜드 디아뮈드 마틴 대주교 그룹은 현대인들에게 더욱 수용적인 언어와 표현을 강조했다. 심지어 혼인의 ‘불가해소성’(indissolubility)이라는 표현과 관련해서도, “덜 법적이고 은총, 축복, 사랑의 계약을 드러내는 하느님 사랑의 신비”라는 측면을 더 잘 드러낼 수 있는 표현을 함께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
아일랜드 이먼 마틴 대주교와 호주 마크 콜러릿지 대주교 그룹은, 교리는 하나이지만 구체적 적용은 문화와 대상에 따라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다른 문화에는 다르게 말해야” 하고, 구원의 신비는 지역과 문화들 속에서 다르게 구현되므로 “지역성과 보편성이 조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곧 일부 문제들은 그 해법이 지역 주교회의에 위임돼야 한다는 주장으로 보인다.
뚜렷한 의견차에 따른 우려와 관련해, 니콜스 추기경은 시노드에서의 논의가 ‘교착상태’(stalemate)라는 분석을 부인했다. 그는 “분명히 의견차가 있다”면서도 “우리는 가족이고 가족들은 서로 의견이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려운 주제들을 깊이 성찰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하지만 주교들은 결코 부정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세 번째 세션, 첨예한 논쟁에 돌입
두 번째 세션을 마치고 주교들은 이제 가장 험난한 마지막 세 번째 세션으로 들어갔다. 의안집 제3부 ‘오늘날 가정의 사명’을 중심으로 한 이 세션은 이혼 후 재혼자에 대한 영성체 허용, 동거 커플, 동성애 성향을 지닌 이들에 대한 사목적 관심 등 첨예한 논란의 대상들을 다루기 시작했다.
14~15일 93명의 주교들이 3분씩 전체회의에서 연설했다. 다양한 주제들이 언급됐지만, 대다수가 이혼 후 재혼자에 대한 영성체 허용으로 이어질 수 있는 ‘참회의 절차’(penitential path)를 언급했다. 참회와 식별의 과정을 거쳐, 교회법적 혼인무효 판결이 없어도 영성체를 허용하자는 이 제안은 지난해 독일 발터 카스퍼 추기경이 한 것이다.
현재 교회법은, 이혼 후 재혼한 이들에게는 첫 번째 혼인이 교회법정에서 무효 판결을 받지 않으면 영성체를 허용하지 않는다.
15일 브리핑에서, 대변인 중 한 명인 로밀다 페라우토는 주교들의 의견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고 말했다. 하나는 교리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혼인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교회가 이들과 ‘동행’해야 한다는 것, 다른 하나는 사목적인 문제는 “즉시 개선하고 해결하라는 경고”가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대변인은 주교들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참회의 절차’는 “일률적으로 영성체를 허용하자는 것은 아니고, 교구별로 적절한(customized) 접근법”을 허용하자는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혼은 “그 가정에 일종의 비극적 사건”이기에 “성체성사와 고해성사를 박탈해 징벌하는 것은 정의롭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주교들은 이러한 제안은 교리에 어긋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우려했다. 호주 조지 펠 추기경은 “많은 이들이 예수의 가르침을 불신하고, 자비는 엄격한 윤리적 가르침 안에서 발견된다는 점을 부인한다”고 말했다.
그는 “예수는 당대 사회를 거스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십자가 고통을 받았으며, 삶은 언제나 희생을 요구하는 도덕적 투쟁임을 가르쳤다”고 말했다. 그는 나아가 “주교들은 교리를 가르치고 설명하고 발전시킬 권한을 갖고 있지만, 교황과 함께 하는 공의회도 성경과 교도권에 따른 도덕적 가르침들을 바꿀 수는 없다”고 말했다.
시노드, 우려와 희망
계속해서 드러나는 견해의 차이는 시노드의 결과에 대한 우려와 희망 섞인 전망이다. 이혼 후 재혼자에게 영성체를 허용해야 하는가? 동거 생활 속에 어떠한 긍정적인 요소를 인정할 수 있는가? 혹은 동성애 경향을 지닌 이들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이 세 가지는 수많은 다른 시노드의 주제들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혼인과 가정에 대한 교회의 입장 전환 여부를 상징하는 중요한 문제들이다.
호주 마크 콜러릿지 대주교는 11일 개인 블로그에 자신의 전체회의 연설 내용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가끔 우리는 두 가지 선택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즉, 혼인과 가정에 대한 교회 가르침을 포기하거나, 또는 사람들이 하는대로 그냥 내버려 두는 것. 어느 것도 진정한 선택이 아니다. 우리는 결코 교회의 가르침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그렇다고 항상 했던 말과 행동을 되풀이 하지도 않을 것이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거라면 왜 두 번이나 시노드를 하느라 시간과 힘, 비용을 낭비하는가? 두 극단 사이에 아무런 가능성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그 사이에는 사목적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는 널찍한 공간이 존재한다.”
15일 전체 회의에서는 한 멕시코 주교가 이혼 후 재혼한 부모를 둔 아이의 첫 영성체 체험이 소개됐다. 부모는 비록 이혼해 영성체가 허용되지 않았지만 아이의 첫 영성체 준비에는 열심이었다. 마침내 아이는 첫 영성체를 하게 됐고, 부모가 영성체를 하지 못하는 것을 알고 있던 아이는 첫 영성체를 하던 날, 성체 일부를 몰래 떼어 집에 가져와 부모에게 각각 하나씩을 건네주었다.
이야기를 듣던 시노드홀의 주교들은 일제히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토론은 계속된다
시노드는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예수회 사제이자 기자인 토마스 리즈는 ‘시노드가 실패할 수밖에 없는 5가지 이유’를 이렇게 들고 있다. ▲‘가정’이라는 주제는 3주 동안 다루기에는 너무 광범위하다 ▲주교들은 지역과 문화가 서로 달라서 공통의 문제 인식과 대처를 할 수 없다 ▲했던 말들을 되풀이하는 시노드 자체의 문제 ▲바꿔야 할 것과 바꾸면 안 되는 것에 대한 의견차이가 너무 많고 크다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가 없는 기업처럼 신학자가 없다.
토마스 리즈 신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노드는 희망적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변화의 과정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에도 닫혀 있던 교회의 창문들을 교황은 열었고, 앞으로 나아가기에 3주는 짧지만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고 그는 확신했다.
그래서 “시노드는 실패할 운명이 아니라, 단지 끝나지 않을 뿐”이라고 그는 말했다.
어떤 의미에서 시노드는 폐막하면서, 최종 보고서가 나오면서 비로소 실제적인 논의와 그 적용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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