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복음말씀을 묵상하고 기도하면서 말씀을 썼습니다. 성경 말씀이 담은 느낌을 전해 주는 글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서예가 이수현(베르나르도·69·성남대리구 도척본당)씨는 ‘기쁜 소식’을 통해 2013년 2월부터 가톨릭신문 수원교구에 매 주일 복음을 서예 작품으로 표현했다. 그 수만도 130여 점에 이른다.
“한글보다는 한문이 더 쉬워요. 한글은 몇 자 안 써도 복잡한 한문을 쓰는 것보다 어렵습니다. 글자 한 자 한 자가 하나의 느낌으로 가야하는데 한글은 그게 어려워요.”
원래 이씨가 쓰는 글은 주로 한문이었다. 이씨만의 글자체가 있을 정도로 한글 서예도 공부했지만, 한자는 규칙이 있고 상형문자의 특성이 있는 만큼 글이 담은 느낌을 살리기 좋았다. 반면 한글은 느낌을 담으려면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했다.
게다가 말씀을 써야하기에 더욱 부담이 컸다. 이씨는 말씀을 어떤 느낌으로 써야할 지 떠오르지 않을 때는 작업대 위에 놓인 묵주를 쥐고 끊임없이 기도했다. 어떤 때는 며칠 동안 기도만 한 적도 있었다. 그렇게 기도 중에 묵상을 하면 작품이 떠올랐다.
평화, 기쁨, 사랑 등 핵심적인 단어들이 등장하는 작품에는 직접 그 글에 맞는 낙관을 파서 찍는 등 작품마다 정성을 기울였다. 특히 ‘평화가 너희와 함께’나 ‘五餠二魚(오병이어)’는 이씨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한 번은 교도소에서 수감자한테 편지가 왔어요. ‘글씨로 사람의 마음을 좋게 만드는 좋은 일을 하는 분이 다 있구나’하고 감명받았다는 내용이 적혀있었죠. 제가 이런 큰 칭찬을 받아도 되는가하는 기분이었어요.”
‘기쁜 소식’을 연재하면서 주변에서 격려와 응원의 말을 많이 듣기도 했다. 본당 신자들은 작품을 보고 “이번 주 정말 멋있었다”는 등의 평을 해주기도 했다. ‘기쁜 소식’에 실린 작품으로 전시회를 열면서 다른 예술가나 교수들의 호평을 얻기도 했다.
연재를 계기로 남한산성 순교성지의 현판을 쓰는 일을 맡게 되기도 했다. 이씨는 “저는 내로라하는 작가가 아니다”면서 “아마 사람들이 좋아해준 건 기도의 힘이 아니었을까 한다”고 말했다.
“말씀을 서예 작품으로 나눌 수 있었기에 더 뿌듯한 마음이 듭니다. 많이 모자라는데도 신문에 연재되는 작품을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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