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바티칸에 다녀온 심순화(카타리나) 화백을 만났다. 심 화백은 지난 9월 10일 교황이 머무는 바티칸 산타 마르타의 집 경당 미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자신의 작품 ‘한국의 성모님’을 봉정했다.
“교황청의 도움으로 작품을 봉정하게 됐는데, ‘교황님을 어떤 모습으로 봬야 하는가’하고 많이 긴장했어요. 오전 7시 미사에서 작품을 들고 교황님을 뵀는데, 너무나 환한 미소로 환대해주셔서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교황에게 봉정한 심 화백의 작품에는 어린 시절, 우리네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한국적 성모마리아가 그려져 있다. 한복을 입은 아이들이 성모의 치맛자락을 붙잡고 무언가를 조르는 모습이 한국교회가 기도하는 간절한 마음의 의미를 담고 있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역시 남북 분단 문제라고 생각해요. 한반도에 하루 빨리 평화가 찾아올 수 있도록 기도하면서 그림을 그렸지요. 지난해 교황 방한 당시 한국교회 공식 선물로 전달됐던 그림이 ‘평화의 모후’였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고요.”
이후 교황은 한국방문 기념메달 앞면에 새겨질 그림에 심 화백의 ‘성모자상’을 선택했다. 여러 인연에도 불구하고 교황을 직접 알현할 기회는 닿지 않았는데, 이번 작품 봉정으로 만나게 된 것이다. 특히 올해 2월 교황의 미소를 담은 작품을 완성한 후 ‘만남이 현실이 됐다’며 심 화백은 아이 같이 좋아했다. 교황은 ‘한국의 성모님’을 보면서 “아름답다”며 “자신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당부했다.
오랜 시간 한국적 정서가 담긴 성화만을 고집하며 외길을 걸어온 심 화백은 ‘이번 교황 알현이 많은 것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성화를 그려가야 할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자리가 됐다고도 했다. 많은 영감을 받고 한국에 돌아와 바로 붓을 들어 완성하고 있는 작품은 ‘원죄 없으신 모후’다.
“한국교회의 수호자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마리아 대축일인 12월 8일까지 이 작품을 완성하려고 해요. 자비의 특별 희년이 시작되는 날이기도 하죠. 아이들의 눈에도 친근하게 보이는, 엄마 같이 아름다운 성모님을 계속해서 그림에 담고 싶어요.”
그만의 성모신심을 그대로 이어나가 내년에는 ‘성모님의 일생’을 주제로한 연작도 기획 중이다. 원죄 없는 ‘새로운 하와’의 모습부터 승천까지 15장면 정도로 구상해놓았다. 자신의 작품을 ‘그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마음 속 성모를 표현하는 방법’이라고 말하는 심 화백의 모습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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