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전현충원(이하 대전현충원)에서는 매일 오후 2시 합동안장식이 진행된다. 고인과 유가족이 마지막으로 인사를 나누는 이 자리는 엄숙하고 경건한 분위기 속에 거행된다. 그 가운데 천주교, 개신교, 불교, 원불교 등 4대 종단이 함께하는 종교예식은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이들의 아픔과 상처를 보듬기에 충분하다.
천주교 의식을 주례하는 임종택 신부(대전교구)는 한국교회 유일무이한 대전현충원 전담 사제다. 4대 종단 성직자 중에서도 상근하는 이는 임 신부뿐이다. 위령성월을 맞아 유가족들의 아픔을 돌보고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그를 만났다.
“유가족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성사를 집행하는 것만으로도 그분들께는 큰 위로와 선물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특히 고해성사와 상담의 힘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임 신부가 이곳에 온 것은 2012년이다. 1978년 설립 이후 국방부가 관할했던 대전현충원이 2006년 국가보훈처 소속으로 이관되면서, 당시 종교예식을 맡았던 군종교구는 대전교구에 이곳 사목을 담당해주길 요청했다. 초창기에는 인근 지역의 사제들이 돌아가며 매일 안장예식을 거행했지만 교구는 전담사제의 필요성을 느끼고 임 신부를 임명했다.
교구와 현충원 모두 전례가 없는 일이기에 어려움도 많았다. 처음에는 개별 공간도 없어 현충원 내 가족쉼터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유가족들을 만났다. 현충원 전담사목을 시작한 지 3년만인 올 상반기에 ‘종교집전자실’을 개설, 아늑한 공간에서 면담과 미사 봉헌이 가능해졌다.
그의 주요 업무는 합동안장예절, 위령미사(월요일 제외) 집전과 유가족 상담이다. 요청이 있으면 묘소에 직접 가서 미사를 집전하고 주일미사 후에는 유가족들이 서로 고민을 나누고 위로를 받는 사별모임을 진행한다.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호국영령을 위해 기도하는 것 역시 그의 역할이다. 임 신부는 허허벌판에서 하나, 둘 사목 프로그램을 갖춰나가고 있다.
“다들 안 된다고 했던 일들이 이뤄지는 것을 보면서 하느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이곳에 온 이유도 확실히 알게 됐습니다.”
이러한 노력은 유가족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천안함 사건 유가족 중 한 명도 임 신부와의 면담을 통해 냉담을 풀었고, 인천교구에서 찾아온 유가족은 자식에게도 못한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을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2012년 남편을 이곳에 안장한 김명순(실비아·63)씨는 “현충원에 신부님이 계시다는 소식을 듣고 연락드렸더니 당장 달려와서 미사를 집전해주셨다”며 “죽는 날까지 그 고마움은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임 신부가 해야 할 일들은 여전히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그는 대전현충원 전담 사제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유가족들에게 한 발 더 다가갈 생각이다. 신자든 비신자든 누구나 찾아와서 아픔을 이야기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종교집전자실을 꾸며나갈 계획이다.
“유가족들이 하느님 안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 기쁘게 살아가는 데 제가 작은 도움이라도 드리고 싶습니다.”
※문의 042-718-7128 국립대전현충원 종교집전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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