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실에 누워있는 김영숙(안나·50·부산 사상본당)씨는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아들에 대한 미안함과 남편에 대한 죄스러움이 한데 섞인 울음이었다.
김영숙씨는 B형 간염이 간경화와 간성혼수로까지 이어져 지난 6월 27일 양산부산대학교병원에서 간 이식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평소 앓던 당뇨가 문제인지, 이식 후에도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계속 중환자실 신세를 지고 있다.
“아프면 아프다고 얘기를 해야 하는데, 혼자 끙끙 앓더니 저 무슨 고생인지…. 게다가 아들은 무슨 죄라고….”
남편 이강성(루도비코·60)씨는 착잡한 심정에 말을 잇지 못했다.
김씨에게 간을 이식한 사람은 아들 이훈재(예비신자·21)씨다. 이강성씨와 김영숙씨는 재혼한 사이로, 훈재씨는 전처로부터 얻은 아들이다. 친어머니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훈재씨는 김씨에게 선뜻 간 이식 의사를 밝혔다.
“가장 필요할 때 저에게 어머니 사랑을 주신 분입니다. 이런저런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어머니가 죽을지도 모르는 절박한 상황인데 재고 따지고 할 것이 어디 있나요?”
이강성씨 가정은 어려운 형편에도 서로에게 의지하며 살아왔다. 1급 시각장애인이기도 한 김씨는 사실상 경제활동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씨가 건설현장 일용직으로 평균 월 90만 원 정도를 벌며 생계를 책임져왔다. 훈재씨는 고교 졸업 후 군입대한 상태였고, 최근 간 이식을 사유로 의가사 제대했다.
김씨는 2년 전 당뇨 진단을 받고 인슐린 치료를 받아왔지만,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이 사실을 숨겨왔다. 당뇨는 점점 심각해졌고, 간 기능에도 이상이 왔다. 간 이식을 받아야 하는 상황까지 왔지만 김씨는 병으로 인한 고통보다 미안함이 앞섰다.
훈재씨가 간 이식을 해주겠다고 했을 때도 김씨는 “너는 네 아빠 분신이나 마찬가지인데, 어떻게 간을 받겠느냐”고 했다.
막막한 상황에 의지할 곳은 신앙 밖에 없었다.
이씨는 끊임없이 기도했고, 비신자였던 김씨 역시 하느님께 모든 걸 맡기겠다는 심정으로 8월 27일 양산부산대학교병원 원목실 강지훈 신부(부산교구)로부터 비상세례를 받았다. 훈재씨도 현재 부산 사상본당에서 예비신자 교리를 받고 있다.
당장 병원에 갚아야 할 돈이 5000만 원이다. 게다가 면역억제제 등 지속적인 의료비와 가외비용, 훈재씨 통원치료비까지 생각하면 이씨 혼자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도 재난적의료비 지원을 요청했지만, 지원받는다고 해도 고액의 병원비를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희망을 잃지 않으면 출구가 보일 것이라는 심정으로 하느님께 매달리고 있습니다. 이 시련이 지나가면 우리 가족도 하느님 안에서 행복을 누릴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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