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WYD를 개최하게 될 경우 교구 대회를 잘 준비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각 교구가 교구 대회의 의미와 목적을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교구 내 지역 고유의 신앙 문화와 그에 연관된 다양한 삶의 이야기들을 발굴하고, 그 이야기들을 WYD 참여자들과 소박하면서도 진실하게 나눌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새롭고 화려하기보다는 한국적 ‘정’이 넘치는 환대 분위기 속에 마련되는 환영식과 문화 행사들. WYD 참여자들을 맞이하는 교구 공동체의 기쁨이 묻어나는 교구장 주교님 집전의 미사 전례. 지역 내 신학교나 성지로의 순례, 가난한 이들을 위한 봉사 기회, 불교 등 다양한 종교 문화 체험, 그리고 한국어로 드리는 삼종기도, 묵주기도와 같은 소박한 저녁기도. 이렇듯 다양한 콘텐츠를 바탕으로 기획된 교구 대회를 참여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봉사자 그룹을 잘 양성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이때 봉사자 그룹의 구성은 청년들뿐만 아니라 고등학생이나 중학교 3학년과 같은 중·고등부 학생들도 봉사자로 함께 초대하는 것이 좋다. 이들 청소년·청년 봉사자들은 교구 대회에서 필요한 역할을 채우는 경험을 통해, 봉사의 기쁨과 함께 스스로 교회 공동체의 구성원임을 깨닫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또한 서로 우정을 맺고 신앙을 나누는 데 초점을 맞추는 교구 대회의 특성상, 여기에 함께 봉사했던 젊은이들도 깊은 우정을 맺을 수 있게 된다. 이로써 교구 내 여러 다른 본당 출신이지만, 교구 대회 봉사를 계기로 본당을 넘어 더 넓은 차원의 우정을 맺은 젊은이들의 그룹이 형성되는 것이다. 바로 이들의 관계성을 토대로 삼아 본당-지구-교구를 잇는 ‘교구 내 젊은이들의 조직체’를 구성한다면, 교구 대회의 신앙 체험을 지속할 수 있는 가톨릭 청(소)년 조직이 살아있게 되는 셈이다.
교구 대회를 위해서는 이렇게 젊은이들로 구성된 봉사자 그룹을 양성하는 것뿐만 아니라, 성인 신자 공동체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북돋우는 것도 무척 중요하다. 홈스테이, 성지순례, 일반 사회 단체와의 연계 봉사활동 등 교구 대회의 실질적 운영을 위해서는 성인들과의 연계가 필수적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교구 대회가 교구 전체에 불러일으켜 줄 젊음의 활력을 고려할 때 성인들이 이를 ‘젊은이들만의 행사’로만 치부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 시간 동안 WYD를 치렀던 유럽의 몇몇 교회들이 이미 체험했듯이, 교구 대회에 참여한 외국의 젊은이들을 환대하는 경험을 통해 교구 내 본당의 성인 신자들은 교회 안에서 젊은이들과 어떻게 함께 어울릴 수 있는지를 배울 수 있게 되며, 그 체험은 교구 대회 이후 성인공동체가 젊은이들을 교회로 초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자산이 된다. 그러므로 교구 대회에서는 각 본당의 성인 신자들이 WYD 참여자들을 맞이하고 함께 생활하는 과정에 직접 참여, 봉사할 수 있도록 구조화하고, 그들이 평소 교회 활동에 참여하지 않던 자신의 자녀들도 초대할 수 있도록 일깨워주어야 한다. 그리고 교구 대회 과정을 통해, 성인 신자 공동체가 향후 어떻게 지속적으로 젊은 사람들을 초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교구 대회에 함께 할 수 있는 연령대는 아기부터 노인까지, 그 참여에 제한을 두지 않되, 젊은이들을 주역으로 밀어주고, 교회의 성인들은 그들이 뛰어 놀 수 있는 배경이 되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WYD에 참여한 젊은이들과 교구의 청소년·청년 봉사자 그룹이 그 젊음의 기쁨과 열정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도록 교구의 어른들이 자리를 마련해주고, 재정적으로 지원해주며, 나이의 벽을 넘어 친구처럼 그들과 함께 머물러 주는 것. 그 과정을 통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관계, 좋은 추억을 맺을 수 있도록 해 주는 체험을 통해 교구 및 각 본당 공동체는 교구 대회의 열매를 풍요롭게 맺을 수 있을 것이다.
조재연 신부는 서울 면목동본당 주임으로 사목하고 있으며, 햇살청소년사목센터 소장, 아시아 주교회의연합회 청소년사목위원회 전문위원, 한국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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