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속이 궁금하다며, 집안 물건을 분해하는 딸. 어떻게 하면 딸아이의 이런 행동을 멈추게 할 수 있을까요?
중2 딸이 집안 물건들을 계속 망가뜨립니다. 망가뜨린다는 게 던지거나 부수는 것은 아니고요. 물건을 분해합니다. 선풍기·청소기·컴퓨터 등 종류도 다양합니다. 이런 일을 할 나이도 지났는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만 좀 하라”고 하니깐 “그 속이 너무 궁금하다”고 합니다. 모든 사물에 호기심을 가지는 것도 좋지만, 지금 딸아이의 행동은 과하다고 생각합니다. 딸아이의 이런 행동을 그만두게 할 순 없을까요.
A. 문제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자녀의 행동 하나하나를 면밀히 관찰, 자녀가 관심있어 하는 분야에 소질이 있는지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중학교 2학년이나 된 우리 아이가 좀 더 공부에 관심을 가지면 좋겠는데, 여자 아이가 허구한 날 집안의 전자제품을 뜯고 망가뜨리기까지 하니 속이 많이 상하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중학생이 되었는데도 아직도 그렇게 행동한다면 소질과 관심이 있는지 한 번 살펴보시길 권합니다.
아이의 일시적인 호기심인지, 아니면 스트레스를 그런 식으로 푸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그런 쪽으로 관심과 재능이 있는가? 이것을 살펴보는 게 중요합니다. 문제는 너는 왜 집안의 가전제품을 다 뜯어서 망가뜨리니? 하면서 그것을 뺐고 못하게 하면 오기로 고집을 부리면서 더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면 청소년기 아이의 인격 형성에도 도움이 안됩니다. 또 호기심 많은 우리 아이에게 뜯고 부수고 고치는 일을 못하게 했다면 그 시간에 뭘 했을까요?
살레시오 수도회 베네딕도 수사님은 80여 명의 청소년들과 함께 사는데 그 중에는 유독 컴퓨터에 매달리는 아이들이 있답니다. 컴퓨터 게임을 하다가 고장이 나면 안만지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왜 안 되지? 하고 뜯는 아이가 있는데, 박원태 군도 그 중 한 명이었습니다. 어느날 수사님은 원태에게 고장난 컴퓨터 한 대를 주면서 “이 컴퓨터는 네 거다. 자, 실컷해봐라. 네가 부수고 다 해봐라” 했더니 분해했다, 조립했다를 반복해서 하더랍니다. 원태는 학교도 안 다니고 아는 것도 별로 없었는데도 어지간히 고장 난 컴퓨터는 다 고쳤습니다. 저게 왜 안 되지? 하고 여러 번 뜯어봤기 때문에 구조나 형식을 모르면서도 고쳐냈고, 프로그램도 설치하더랍니다.
원태는 군 복무 후 현재 마트 계산대 설치 점검, 수리 능력이 뛰어난 기술자가 되어 승진도 많이 했습니다.
하나를 망가뜨린 아이는 하나를 배운 것입니다. ‘집안에 있는 온갖 전자제품을 다 망가뜨렸다’ 이런 아이는 진짜 기술자가 됩니다. 설령 직업, 진로가 아니더라도 어지간한 전자 제품을 고쳐가면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손해 볼 게 없습니다.
청소년 교육자 ‘돈보스코’는 부모와 교육자들에게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십시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이 뭔지 잘 살펴서 그것을 계속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라는 것이다. 막지 말고요. 막아야 할 것은 비행이나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입니다. 혹시 부모가 딸에게 바라는 다른 의도가 있는지도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를 양육할 때는 아이 중심, 이 아이의 관심분야가 뭔지 이 아이가 가지고 있는 재능이 뭔지 그것을 잘 살펴 도와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입니다. 부모는 자녀를 키울 때 그 자녀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가를 발견하는 것, 이게 진짜 조기교육입니다.
청소년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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