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사관학교는 국가방위에 헌신하는 육군의 정예장교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특수목적 대학입니다. 그래서 학교기관이라는 특성상 상시 전투복을 입는 야전부대와 달리, 육사 구성원들은 평소에 근무복을 착용합니다. 하지만 월요일만큼은 육사인 모두 전투복을 착용해 군인적 품성을 함양하고 전투적 군인 기질을 유지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매월 첫째 주 월요일에는 국기게양식을 통해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다지고, 필승의 신념을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국기게양식이 있는 월요일 아침, 저는 전투복을 입고 집 현관에서 전투화 끈을 매고 있었습니다. 그때 첫째 아들 사도 요한이 바쁘게 출근 준비를 하는 저를 바라보며, “아빠는 전투복 입은 모습이 더 멋있어. 아빠, 파이팅!”이라고 말하며, 함박웃음을 짓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습니다. 아들의 이 한 마디에 분주한 월요일 아침을 기분좋게 시작할 수 있었고, 학교로 향하는 발걸음이 한층 가벼웠습니다.
상쾌한 가을 아침 햇살 아래, 국기게양식이 화랑연병장에서 거행됐습니다. 푸른 하늘에 펄럭이는 태극기를 바라보며, 전투복에 단독군장을 한 육사 전 장병과 생도는 모두 군악대 연주에 맞춰 우렁차게 애국가를 불렀습니다. 그리고 사열대 한쪽에 모셔져 있는 전사자 명부를 바라보며,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위해 묵념을 바쳤습니다.
우리 모두는 오직 구국일념으로 국가를 위해 장렬히 산화하신 선배 전우들의 조국애와 위국헌신 군인본분의 정신을 본받아야겠다는 각오를 다졌습니다. 저도 묵념 중에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이 주님 안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기를 기도드렸습니다.
국기게양식을 마치고 전투복을 입은 제 자신을 바라보며, 전투복의 의미와 가치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전투복을 입은 우리 국군 장병들은 군대의 역사와 전통, 자부심과 정체성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군인들은 국가 최후의 보루로서 국가를 수호하고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전투복은 군인의 ‘명예’를 상징하는 제복임과 동시에, 조국을 위해 생명을 기꺼이 바친다는 ‘헌신’을 의미하는 수의(壽衣)와도 같습니다. 조국을 위해 죽음을 불사하는 군인만이 입을 수 있는 성스러운 옷, 이 전투복을 입은 제 모습에서 강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세상을 떠난 이들을 기억하며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위령성월입니다. 저는 군인으로서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자신의 귀중한 생명을 아낌없이 희생하신 선배 전우들께 깊은 감사를 드리며, 그들이 주님 품에서 평화의 안식을 얻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국군 장병 모두가 불멸의 조국애와 무한한 충성심으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군인이 되게 해달라고 주님께 청했습니다. 또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투철한 군인정신을 본받은 모든 가톨릭 장병들이 신실한 가톨릭 신앙으로 정의와 평화의 봉사자가 돼 주님께서 부여하신 숭고한 사명을 충실히 수행하게 해주십사 주님께 두 손 모아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