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를 하는데 이웃종교와의 대화가 왜 필요할까.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신자가 아닌 이들에게도 구원의 길이 있다고 밝혀줬는데, 그렇다면 비신자를 꼭 입교시킬 필요가 있는가. 신앙은 자유롭게 선택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아기들에게 유아세례를 주라고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다종교·다원화된 현대사회에서 선교는 어떤 의미를 갖는가….
가톨릭교회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통해 신앙의 내용을 재확인하고, 변화된 현대 문화와 상황 안에서 그 신앙을 새롭게 표현하고 실천할 방향을 잡았다. 하지만 공의회 정신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신자들은 다양한 의문들과도 맞닥뜨렸다. 신앙을 ‘삶의 진리’로 의식하고 삶 안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모습은 여전히 부족하다. 공의회 폐막 50주년을 맞이한 이 때, 왜 선교해야 하는지, 변화된 선교 개념과 선교를 위한 교회의 유형은 무엇인지, 선교를 위한 미래적 전망은 어떠한지 등에 관한 진지한 성찰과 인식을 새로 해야 하는 대표적인 이유다.
수원가톨릭대학교(총장 유희석 신부)가 10월 28~29일 학교 하상관 대강당에서 마련한 ‘바티칸공의회 이후 50년 복음화 선교’ 국제학술대회는 복음화를 향한 그리스도인의 소명을 신학적으로 풀어주고, 개선 방향을 공유하는 장이었다. 특히 한국교회가 공의회 결과를 적용해온 노력과 현 실태 등을 여실히 되짚고, 실천 방향을 논의해 눈길을 끌었다.
국제학술대회 기획과 진행 등을 담당한 곽진상 신부(수원가톨릭대 교수)는 “이번 학술대회는 신앙을 살아가는 방식도 역사적, 문화적 상황에 따라 변화하기에, 우리는 복음으로 돌아가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면서 구체적인 사목 현실에 귀 기울이는 것이 중요함을 다시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강조했다. 또한 “개개인이 복음 정신에 입각해 삶을 살아가는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국교회 사목현실 등도 올바르게 변화할 수 있다”고 전했다.
■ 왜 선교해야 하는가
선교란 비그리스도인에게 세례를 주고 가톨릭신자가 되게 하는 것이 아니다. 세상에 나가서 그리스도께서 보여주신 사랑의 증표를 드러내는 삶, 나 자신이 그리스도처럼 사는 ‘삶의 증인’이 되는 것이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우선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을 이어받아 선교 개념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무엇보다 ‘왜 선교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변이 이어졌다.
이와 관련해 앙리 제롬 가제 신부(파리가톨릭대학교 교수)가 ‘바티칸공의회 이후 어떻게 선교의 필요성에 대해 말할 것인가?’를, 이정배 목사(감리교 신학대학 교수)가 ‘개신교 선교 향방의 현상적·신학적 고찰–새로운 에큐메니칼 사조로서의 개신교 내 ’작은교회 운동’을 중심하여’를, 유희석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 총장)가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선교 개념과 그 후의 선교적 추이 및 전망’을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가제 신부는 발제에서 “‘복음화’ 한다는 것은 신앙고백이라는 응답을 끌어내기 위해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사심없는 사랑의 행위를 실천하는 것이고, 이렇게 사랑의 메시지를 선포하는 것은 구원의 약속에 미리 참여하는 것”이라면서 “복음을 하나의 윤리적 가치로 축소하는 오류를 주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유희석 신부는 “오늘날 현대인들 앞에서 과연 교회는 무엇이며 무엇을 위한 교회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해답을 찾아나서는 것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선교는 진리를 선포하고 그리스도의 사랑을 증거하는 것으로, 교회를 교회답게 한다”고 밝혔다. 이어 유 신부는 한국교회의 선교적 전망과 관련해 “한국교회는 ‘공의회 이전’ 교회에서 탈피하고, 교회 안에서부터 정의를 실천하고, 평신도들만의 자발적인 신앙을 되찾도록 사목형태를 바꾸고, 토착화 신학에 매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선교하는 교회의 모습
그렇다면 선교를 위한 교회의 유형은 무엇인가. ‘선교하는 교회’의 모습을 제시하는 노력의 하나로 프랑스와 모그 교수(파리가톨릭대 교육대학원장)가 ‘공의회 이후 교회론에 대한 이해의 발전’을, 이제민 신부(마산교구 명례성지 주임)가 ‘공의회가 발전시킨 교회 개념에 대한 한국교회의 수용과 그와 관련된 사목신학적 문제들’을 주제로 각각 발표에 나섰다.
각 발표에서는 하느님 나라를 확장한다는 개념이 교회 건물을 많이 짓고 세례자 수를 늘이는 것이 되지 않도록 성찰해야 한다는 조언이 이어졌다.
모그 교수는 “계속해서 세속화가 이뤄지고 있는 현재 교회론적 쇄신은 더욱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이제민 신부는 한국교회의 “익숙하고 사소한 일상에서부터 변화와 쇄신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른바 ‘복음의 재발견’을 강조한 발제였다.
이 신부는 예를 들어 “한국교회가 세계교회에 내세우는 자랑 중 하나가 평신도에 의해 세워졌다는 것”이라면서 “이 자랑이 진실이라면 교회를 세우는 평신도들의 정신과 마음이 오늘날 교회 안에도 살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공의회 정신을 수용하기 위해 신자들이 공의회 문헌을 공부하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고, 평신도들의 신앙 감각을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자세를 우선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 선교와 종교 간 대화
이에 앞서 학술대회에서는 선교와 종교 간 대화와의 관계를 밝히는 발제들도 마련됐다. 관련 발제는 조셉 도레 대주교(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명예 대주교)의 ‘공의회 이후 타 종교에 대한 신학의 발전사’와 송용민 신부(주교회의 사무국장)의 ‘한국에서의 종교 간 대화: 선교의 도구인가? 진리의 동반 여정인가?’등이다.
실제 많은 신자들이 이웃종교는 선교의 대상인지 진리 추구의 동반자인지, 종교 간 대화는 선교의 한 방편인지 선교하는 교회의 본질적인 자기이해인지, 종교 다원주의와는 대결할 것인지 대화할 것인지 의문을 품곤 한다.
조셉 대주교는 “구원의 잠재력을 갖춘 종교들과의 대화는 가능하고 또 바람직하다”면서 “이웃종교와의 대화에 적극 임한다는 것은 자신의 신앙을 포기하고 다른 종교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믿고 진실이라 평가하는 것을 나누는 것이고, 다른 종교인들을 개종시키는 것이 아니라 복음을 증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용민 신부도 “이웃종교와의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은 내 신앙의 혼란이 아니라 성숙을 촉진한다”고 전했다. 또 “우리 시대의 그리스도인들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덕목은 종교 다원주의의 도전에 맞서서 배타적 정체성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신앙적 신념을 확고히 세우면서도 타종교 안에서 발견되는 신앙의 공동 유산을 식별해 자신의 신앙을 심화시키는 노력”이라고 말했다.
■ 복음과 신앙 전달의 매개체
마지막으로 학술대회에서는 복음을 전하는 수단에 관한 발표와 토론이 활발히 이어졌다. 특히 토론에서는 그리스도인을 형성하는데 도움을 주는 인문식 교리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쥬느비에브 메드비엘 수녀(파리가톨릭대 명예교수) 는 ‘윤리신학의 쇄신에 대한 공의회의 기여와 현대의 윤리신학 과제’를, 조엘 몰리나리오 교수(파리가톨릭대 교리교육학부장)는 ‘공의회 이후 프랑스 안에서 교리교육신학은 어떻게 발전해왔는가’를, 한영수 신부(대구가톨릭대 교수)는 ‘공의회 이후 한국교회 교리교육의 변화와 전망’을 주제로 발표, 현대의 복음 전파를 위한 실천 방향을 제시했다.
메드비엘 수녀는 “선교나 복음화에 관한 숙고에서 윤리적인 것을 망각해선 안 된다”면서 프란치스코 교황도 그의 권고 「복음의 기쁨」에서 복음화를 위한 신앙과 행동 사이의 일치를 강조한다고 밝혔다.
한영수 신부는 발제를 통해 먼저 교회가 ‘그리스도교의 정통 교리와 윤리적 가치들을 정확하게 가르치고 전달하는 것이 더 중요한가?’, ‘각 개인에게 신앙의 빛을 비추어 존재론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더 중요한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어 한 신부는 “그리스도교 신앙세계와 대상자들의 삶의 세계의 융화와 융합을 이루는 교리교육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그리스도교 신앙의 원(原)체험이 표현되어지고 그 표현체계가 그 체험을 고스란히 중재해주고 재현시킬 수 있는 언어가 필요하다”면서 “이것은 성경과 전례가 더 적극적으로 또 전폭적으로 교리교육에서 활용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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