죠셉 도레 대주교
“교회는 시대의 소리에 귀기울이며
세상 안에서 복음선교에 노력해야”
앙리 제롬 가제 신부
“이슬람 힌두교 등 타종교인에게도
구원은 열려있어… 배척해선 안돼”
쥬느비에브 메드비엘 수녀
“개종이 곧 선교인지 묻는 신학생들
구체적인 질문에서 신학적 고민은 시작”
지난 달 말, 수원가톨릭대학교에서 열린 ‘바티칸공의회 이후 50년 복음과 선교’ 국제학술대회.
급변하는 현대 사회 안에서 교회가 공의회 정신을 얼마나 실천하고 있는지 성찰하고 앞으로 선교 패러다임을 살펴보는 자리였다.
학술대회에 초청된 프랑스의 저명한 신학자들, 죠셉 도레 대주교(스트라스부르대교구 명예 대주교), 앙리 제롬 가제 신부(파리가톨릭대 교수) 쥬느비에브 메드비엘 수녀(파리가톨릭대 명예교수)를 11월 4일 경주에서 만났다. 현대 교회의 신학 방향과 과제, 프랑스교회와 한국교회 현주소 등 보다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인터뷰는 수원가대 교수 곽진상·한민택 신부 통역으로 2시간가량 진행됐다.
- 올해 제2차 바티칸공의회 폐막 50주년을 맞았습니다. 공의회 정신이 현대 신학에 미친 영향은 무엇입니까.
▲죠셉 도레 대주교(이하 도레 대주교)- 교회는 여러 차례 공의회를 개최해 왔는데, 공의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신비를 그 시대 안에서 어떻게 이해하는지를 논의하는 자리입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50년 전 폐막했지만, 여전히 그 정신은 교회 안에 살아있습니다. 20세기 들어 사회·경제적, 정치·문화적으로 급변하는 사회 안에서 특히 인간의 자율성이 강조됩니다. 교회는 그동안 계속 반복해 온 교리를 설명하는데 만족하지 말고, 지금 이 시대가 고민하는 문제들에 대해서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이것이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신학에 미치는 영향이기도 합니다.
- 그렇다면, 현대 신학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요.
▲도레 대주교-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통해 교회는 세상 밖이 아니라 세상 안에 있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세상 안에는 그리스도교 종교 이외에도 여러 많은 종교가 존재하죠. 공의회 정신은 가톨릭교회 신자들뿐 아니라 타종교 신자들에게도 구원의 가능성이 열려 있음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다른 종교를 배척하고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죠. 이는 다종교 사회 안에서 오늘날 신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입니다.
▲앙리 제롬 가제 신부(이하 가제 신부)- 이슬람교, 불교, 힌두교 등 다른 종교인들도 선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단지 우리 종교와 다르다는 이유로 하느님께서는 배척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이 진리의 빛 안에서 각자 선함과 정의를 실천하는 삶을 살아간다면 그들에게도 구원은 열려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모든 인류를 구원하심을 보여주셨습니다.
- 타종교에 대한 이해와 존중에 대해 말씀해주셨는데, 이는 관용과 자유의 ‘똘레랑스’ 정신과도 연결되는 듯합니다.
▲도레 대주교- 프랑스교회는 다른 종교인들과 만나 대화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신학적 주제뿐 아니라 구체적 삶을 이야기하는 진실 된 대화를 나누죠. 스트라스부르대교구에서는 이슬람, 유다교 랍비, 불교 대표 등 종교 책임자들이 정기적으로 만남을 갖고 있습니다. 20년 전 대주교로 임명됐을 당시, 시장이 알자스 지방 안에 모스크(이슬람 사원)를 짓는 것에 대해서 의견을 물어왔는데 우리는 찬성했습니다. 다른 종교에 열린 마음, 교회 밖에도 구원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죠.
- 교수이자, 신학자로서 신학생 양성에 있어 중요하게 여기시는 것은 무엇입니까.
▲도레 대주교- 한국교회 양성 사제들이 고민하는 문제들, 프랑스교회에서도 공감하는 부분들입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 말한 전례 등 교회 전반적 삶을 신학생들이 삶 안에서 적응하고 살아가도록 도와주는 것이 양성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 때문에 세상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도록 일깨워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제 신부- 자신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해야 합니다. 늘 고민하고, 질문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사제 양성을 맡는 사목자는 단순한 기능인이 아닙니다. 신앙 안에서 세상과 사람들을 위한 봉사자가 돼야 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믿음을 삶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양성자의 역할입니다.
- 이번 학술대회 참가 소감을 말씀해주신다면.
▲쥬느비에브 메드비엘 수녀(이하 메드비엘 수녀)- 한국에 세 번째 왔어요. 이번에 인상적인 것은 특히 신학생들이 과감하게 질문을 던지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깊이 생각하고 고민하는 자세였습니다. “오늘날 자살자가 많은데, 그들에게도 구원은 열려 있는가?” “우리 아버지는 신자가 아니다. 어떻게 하면 신자가 될 수 있을까. 반드시 개종을 하도록 하는 것이 선교인가”와 같은 구체적이고 인간적 질문들이 바로 신학적 문제들이죠. 이러한 문제들을 제기하는 신학생들을 보면서 한국교회의 밝은 미래를 보았습니다.
- 동시대를 살아가는 프랑스교회와 한국교회의 과제는 무엇일까요.
▲가제 신부- 포스트모더니즘 시대를 살며, 많은 것이 변했습니다. 전통이 권위를 잃어버리게 됐는데, 한국사회 역시 비슷한 사회적 변화를 겪고 있는 듯합니다. 싸이 ‘강남스타일’ 성공을 보면서 한국사회에서도 유교 전통이 힘을 잃어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통이 힘을 잃고 자유와 자율을 중시하는 사회 안에서 교회는 신앙인으로 살아가는 삶이 가치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을 근거로 한 삶을 보여주는 것 말이죠.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복음의 기쁨」을 통해 말씀하신 것을 삶 속에서 실천해야 합니다.
- 프랑스와 한국교회의 신학적 교류 의미는.
▲가제 신부- 오늘날 인류는 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말하듯 공동의 집에 사는 공동체입니다. 신학자들 간의 교류는 절대적으로 필요하죠.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한국교회가 아시아교회 중심이 돼야 한다”고 말씀하신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중국교회 복음화가 중요한 과제인데, 한국교회 신학자들이 동아시아, 특히 중국 복음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메드비엘 수녀님께서는 저명한 윤리신학자이신데, ‘성형공화국’ 한국의 모습에 대해 말씀 해주신다면.
▲메드비엘 수녀- 한국인도 아니고 외국인도 아닌 인위적인 모습이 느껴져요. 그리스도교 윤리신학적 입장에서 볼 때 문제는 젊은이들이 인위적인 아름다움에 익숙해져 십자가 위에서 형체를 못 알아볼 정도로 계신 그리스도를 보면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십자가 위에 계신 예수님 안에서 아름다움을 볼 수 없는 것 말이죠.
- 한국교회는 순교자 영성으로 이뤄진 교회입니다. 이번 방문에서 인상적인 것은 무엇입니까.
▲도레 대주교- 성 요한 바오로 2세와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한국을 찾아 103위 시성과 124위 시복식을 거행했습니다. 보편교회 안에서 한국의 순교자 영성은 중요합니다. 이번에 방문한 성지에서 예전에는 순교자가 어디서 순교하고 어떻게 순교했는지 연구했는데, ‘지금은 그들이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해서 연구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인상 깊었습니다.
- 끝으로 한국 신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은.
▲도레 대주교- 그리스도인의 신앙은 의무가 아닙니다. 하나의 기회입니다. 빛이고, 힘이고, 행복이고, 은총인 것이죠. 살아가면서 짊어져야 할 짐이 아닙니다. 그리스도인들은 무엇보다 행복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제 신부- 1970년대 이후부터 한국은 경제적으로 강대국이 됐습니다. 경탄스러운 일이기도 하지만, 그리스도인들은 물질적 가치를 떠나 영성적 힘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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