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에서 다윗은 주님에게 ‘누가 당신 천막에 머물 수 있겠느냐’고 질문한다. 영적 고단함마저 내려둘 수 있는 하느님의 천막 같은 공소, 전국에 보물처럼 묻혀있는 그 공소들을 찾아 사진으로 기록한 이들이 있다. 서울대교구 가톨릭 사진가회다.
공소 찾기, 2년 대장정
서울 가톨릭사진가회(회장 이강덕)는 2014년 초부터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공소를 찾아내 사진을 찍었다. 이강덕 회장이 차로 길을 달리다 문득 바라본 전주교구 진안본당 평촌공소가 아이디어의 시작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무너져가는 공소들을 바라보며 사진으로나마 기록해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진가회 회원들과 함께하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서울대교구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의 후원을 받아 주교회의 공소 기록을 짚어가며 회원 30여명과 전국 675개 공소를 찾았다. 제대로 된 기록을 남기기 위해 내·외부 사진뿐 아니라 공소연혁과 구전되는 이야기도 조사했다. 각 교회사연구소의 문헌들을 찾아 공부하고, 최대한 사실에 가까운 이야기들을 기록했다.
섬 끝까지 찾아간 공소에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었다. 현재까지 폐쇄된 공소는 117개. 앞으로 더 많이 사라질 공소들을 생각하면서 교회 역사의 한 페이지를 사진으로 남겼다.
나이 많은 공소회장 혼자 외롭게 지키고 있는 공소, 본당이 팔았다가 중요성을 알고 다시 사들인 공소, 신자들의 귀농을 통해 신설된 공소, 도시의 본당 주일학교와 연계해 새로운 활로를 찾은 공소 등 다양했다. 호남지역에 보부상으로 건너가 세례를 받은 신자가 돌아와 전교해 시작됐다는 마산교구 고성본당 황리공소, 본당과 공소를 넘나들며 여러 번 변경됐던 전주교구 진안본당 어은동공소 등 공소에는 교회의 역사가 얽혀있었다.
▲ 우리나라 최남단 제주 마라도공소.
▲ 대전교구 홍성본당 운월리공소.
▲ 2011년 재건축된 수원교구 팽성본당 대추리공소.
▲ 대구대교구 용성본당 구룡공소.
▲ 안동교구 점촌동본당 동로공소.
신앙선조들의 열정이 담긴 공소
이 회장은 “먹고 살기 힘들었을 그 당시에 신앙에 대한 열정이 없었으면 이러한 공소 건축이 가능했을까”라며 “어려움 속에서도 매주 모여 공소예절을 갖추던 신앙선조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숙연해진다”고 말했다.
처음에 힘들어하던 몇몇 회원들도 공소를 취재하며 공소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자발적인 일이어서 더욱 즐거웠고, 천주교인의 긍지와 보람을 느꼈다. 공소 이야기를 나누면서는 한마음이 됐다. ‘고령의 공소회장들이 선종하면 누가 공소를 지킬 것인가’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다. 현재 공소회장들의 연령은 70~80대 이상으로 고령인 경우가 많다.
고해와 찰고, 교리문답, 공소계 등 신앙선조들의 여러 추억이 얽혀있는 공소는 대부분 초기교회 평신도들로 인해 시작됐다. 평신도 주일을 맞아 공소가 전해주는 이야기가 또 한 번 특별해지는 이유다.
서울 가톨릭사진가회는 11월 16~30일 서울 명동성당 지하 1898광장에서 공소가 전해주는 이야기를 담은 ‘공소- 한국천주교회의 뿌리를 찾아서’ 사진전을 연다. 전국 675개 공소를 사진에 담았으니 사진전에 출품된 작품 또한 675점이다.
이 회장은 “공소는 우리 신앙의 씨앗이자 뿌리였다”며 “편안한 신앙생활을 하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공소에 대한 관심을 갖고 한 번쯤 되돌아보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