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님! 안녕하세요!”
찰흙 작품을 만들던 한 장애인이 큰 목소리로 김운회 주교를 불렀다. “아이고 다했어? 잘했네! 잘했어!”라는 김 주교의 칭찬 세례에 장애인의 얼굴이 더없이 행복한 표정으로 변한다. 지적장애가 있는 그는 주교가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모른다. 하지만 자기 곁에 다가와 행복을 전해준 사람이라는 것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
최기산 주교(인천교구장), 김운회 주교(춘천교구장), 정신철 주교(인천교구 총대리), 이성효 주교(수원교구 총대리)는 4일 경기 화성시 서신면 장애인생활시설 둘다섯해누리를 방문해 하루 동안 장애인들과 어울리고 그들을 위해 봉사했다.
이날 프로그램은 ‘2015년 주교 사목현장 체험’의 첫 프로그램이다. 주교단은 사목현장을 체험하기로 뜻을 모으고, 지난해부터 다양한 사목현장을 찾아가 신자들을 만나고, 현장에서 이뤄지는 활동에 몸소 동참해왔다. 이번에 찾은 둘다섯해누리(기관장 이기수 신부)는 중증 지적·자폐성장애인 80명이 함께 생활하는 시설이다.
복지관 경당에서 기도로 일정을 시작한 주교단은 시설을 둘러보고 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주교들은 장애인과 짝지어 체육활동도 하고 장애인들이 참여하고 있는 승마, 목공, 도예, 원예프로그램에 함께했다.
주교들의 방문에 시설은 평소보다 들뜬 분위기였다. 도심에서 떨어진 시설인 만큼 사람을 만날 기회가 흔치 않다는 것도 이유지만, ‘주교’가 찾아왔다는 사실이 장애인들 사이에 활기를 가져왔다. 장애인들은 주교들을 만날 때마다 “주교님! 주교님!”하고 부르면서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하거나 악수를 청했다.
주교들과 프로그램을 함께한 고인해(엘리사벳·32)씨는 “주교님이 친절히 가르쳐주셔서 좋았다”면서 “평소에는 혼자 만드는 걸 좋아하지만, 같이 하니까 더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기수 신부는 “장애인들이 ‘주교’의 뜻은 몰라도 좋은 사람이 왔다고 느껴 기뻐하는 것”이라면서 “기쁨 속에서 함께 활동하고 소통하는 것은 사회성발달에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프로그램은 주교들에게도 뜻깊은 시간이었다. 최기산 주교는 “이렇게 장애인들이 감사하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 자신을 반성하게 됐다”면서 “늘 감사하며 살고 모든 장애인들과 그 부모들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일정의 마지막은 우리나라의 장애인복지 현황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주교들은 우리나라의 장애인은 인구의 5%를 차지하지만 그중 열의 하나만이 이런 시설을 이용하고 있다는 설명을 경청하고 질문을 하는 등 장애인사목에 큰 관심을 보였다.
김운회 주교는 “체험을 통해 장애인 하나하나가 다 밝은 모습을 봤다”고 말하고 “교회 안에 장애인들이 행복하게 지내는 이런 시설이 있음이 감사하고 자랑스럽다”면서 “이런 시설이 더 많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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