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 종교인들의 만남이 11월 9~10일 금강산 일대와 금강산호텔에서 진행됐다. 2011년 모임 이후 4년 만에 성사된 자리였다.
특히 이번 모임에는 7대 종단 지도자들이 모두 참가해 우리 사회에서 남북 화해와 평화통일에 관해 종교 간 갈등은 없다는 것을 드러내고, 종교가 통일의 밑거름이 돼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가톨릭 측에서는 한일주교교류모임에 참석 중이었던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 대신, 이은형 신부(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총무)가 대표로 참석했다.
모임 참가자들은 남측 한국가톨릭교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대한불교조계종, 원불교, 유교성균관, 천도교, 한국민족종교협의회와 북측 조선카톨릭교협회 중앙위원회, 조선불교도련맹·조선그리스도교련맹·조선천도교회 중앙위원회 소속 지도자들과 대표 신자 205명이었다.
◎… 평신도들이 주체적으로 나서는 장
민족 화해와 통일의 필요성과 의지는 충분히 확인했다. 이제는 통일을 구체적으로 실천할 동반자를 찾고 마음의 장벽부터 무너뜨려야 하는 때. 특히 참가자들은 평신도들의 능동적인 활동이 더욱 절실하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한국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권길중 회장은 “평신도들이 남북 대화와 교류에 보다 주체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고 “앞으로 남과 북 가톨릭신자들이 신앙에 관한 대화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또한 권 회장은 남북 가톨릭신자들이 만난 자리에서 북측 신자들을 초청해 함께 성지순례를 하며 신앙의 한 뿌리를 체험하고 신앙적 교류를 이어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에 관해 북측 참가자들도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 종단별 모임
오랜 친구를 만나는 시간과도 같았다. 이전의 관계를 회복할 뿐 아니라 새로운 친구를 만나 새로운 관계를 여는 장이기도 했다. 남측에서는 주교회의와 각 교구 민족화해위원회 담당 사제와 수도자들, 평신도 대표들이 참가했다. 북측에서는 조선카톨릭협회 중앙위원회 강지영 위원장(바오로·조선종교인협의회 회장 겸임)과 서철수 서기장(모세·조선종교인협회 부회장 겸임)을 비롯해 조선카톨릭교여성회 리산옥 회장(카타리나)과 리어금 부회장(테레사), 평양교구 장충본당 김철웅 총회장(프란치스코) 등이 참가했다.
◎… 각 종단 지도자들의 만남
10일 오전에는 각 종단별 만남에 앞서 예정에 없던 각 종단 지도자들의 만남 시간이 이어졌다. 남측 7대 종단과 북측 4대 종단 대표 지도자들은 따뜻한 차를 함께 마시며 공식 연설 시간에 못다 밝힌 의견 등을 나눴다. 각 지도자들은 통일의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인내와 수고가 필요하다는데 적극 공감했다. 무엇보다 참가자들은 서로가 오랜 시간 갈라져 살아온 시간과 환경적 차이를 이해하고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데서 화해의 대화가 시작된다고 입을 모았다.
◎… 금강산 품에서 어깨동무
금강산의 빼어난 절경은 참가자들이 저절로 어깨동무를 하게 만들기도. 2008년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으로 금강산을 오가는 문이 닫히기 전 이곳을 찾았던 이들은 ‘하나도 변한 것이 없다’고 감탄을 이어갔다. 모임 일정 중 남북 종교인들은 두 번에 걸쳐 금강산 공동등반에 나섰다. 일정 내내 폭우와 같은 비가 내려 절경이 많이 가려지고 길이 미끄러워 힘겨울 법도 했지만, 참가자들은 오랜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라며 도리어 환한 웃음을 보였다. 빗속 산길을 오가며 서로 우산을 씌워주고 미끄러지지 않도록 손을 잡아주는 모습 등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모임이 진행됐던 금강산국제관광특별구 내 금강산호텔 2층 로비를 채우고 있는 금강산 벽화 또한 남북 종교인들을 하나로 묶는 끈이 됐다. 참가자들은 공식 환영·환송 연회를 전후로 벽화 앞에 삼삼오오 모여 대화하고 기념촬영을 하는 시간을 갖기도.
◎… 긴 여운과 새로운 약속
남북종교인모임의 공식 행사는 환송 연회 말미 한국종교인평화회의 대표회장 자승 스님이 북측 조선종교인협의회 강지영 위원장에게 ‘평화통일 기원의 종’을 선물하면서 마무리됐다. 이어 남북 종교인들은 금강산 삼일포 지구 산책 후 산 아래에서 작별인사를 나눴다. 헤어짐의 아쉬움을 대신하는 듯 하늘에서는 굵은 빗줄기가 쉼 없이 쏟아졌지만, 서로는 힘껏 잡은 손을 쉽사리 놓지 못했다. 다시 만날 희망과 약속이 마지막 인사를 대신했다.
한편 KCRP는 북측 KCR에 오는 2018년 세계종교인평화회의 총회를 한국에 유치하게 되면 서울과 평양, 금강산 등지에서 공동으로 행사를 진행하자고 제안, 긍정적인 답변을 듣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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