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계기로 교회는 평신도 역시 세상을 복음화하는 사도직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을 널리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 공의회의 주보성인이기도 한 성 빈첸시오 팔로티는 공의회 개회보다 100년 이상 앞서 성직자·수도자·평신도를 불문하고 누구나 사도직에 참여해야 함을 강조한 성인이다.
1795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태어난 팔로티는 1818년 사제품을 받았다. 1835년에는 성직자·수도자·평신도를 모아 ‘천주교사도직연합회’를 창설하고, 가난한 소년들을 위한 야간학교와 직업학교를 세웠다. 이어 수도회와 수녀회도 설립해 같은 영성 안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했다.
그는 세상의 삶 안에서 하느님 뜻을 실천하는 것이 거룩해지는 길이라고 봤다. 1937년 콜레라가 창궐했을 때도 환자들 안에서 그들을 돌봤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사제를 쏘겠다고 위협하는 환자에게 노파로 변장해 다가갈 정도로 헌신했다.
자신의 옷을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반라의 모습으로 돌아오곤 해 성 필립보 네리에 비견되기도 했다.
특히 사람들의 영적 목마름을 채워주고 죄인들의 회개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팔로티의 영성은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에 대한 깊은 체험에서 우러나온 것이었다.
그는 주님은 인간의 나약함을 잘 알고 있기에 어떤 작은 일을 봉헌하더라도 그분의 기쁨이 된다고 믿었다. 일상의 모든 것을 기도로 봉헌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아픔을 참는 것조차도 하느님을 위해 한다면 훌륭한 기도라고 생각했다.
이런 영성은 그가 세운 수도회의 서약 안에서도 나타난다. 천주교사도직회는 정결, 가난, 순명 외에도 자원의 공유, 인내, 봉사를 서약한다.
그의 생애에는 천주교사도직회에 단 12명의 회원만이 있었지만, 오늘날 크게 성장해 세계 각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천주교사도직회는 그 시대, 그 장소에 필요한 사도직활동을 펼치기에, 수행하고 있는 사도직의 형태는 서로 다르지만 팔로티의 영성을 따른다는 점에서 서로 일치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팔로티가 세운 수녀회는 들어오지 않았지만, 1990년 김남수 주교의 초청으로 천주교사도직회가 진출했다.
성남 분당에 위치한 한국지부는 국내에 하느님의 자비 신심을 전파하고, 성직자·수도자·평신도가 함께하는 천주교사도직연합회를 운영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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