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수도회성 장관 주앙 브라스 지 아비스 추기경은 한국의 수도자들과 만나 그들의 고민과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 격려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급격하게 변화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수도자들에게 애정 어린 조언을 전하기도 했다.
한국의 수도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아비스 추기경이 강조했던 메시지를 중심으로 그의 방한 일정을 따라가 본다.
공존과 연대
아비스 추기경은 11월 18일 오전 11시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와 교구 수도회 담당 주교인 이성효 주교(수원교구), 정순택 주교(서울대교구)와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아비스 추기경은 교계제도와 카리스마의 균형에 대해 강조하고, 주교들이 수도자들의 이야기를 경청해 줄 것을 당부했다.
“교계제도와 카리스마 사이에는 자유가 존재합니다. 주교님들께서 서두르지 말고 인내심을 갖고 수도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십시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주교와 수도자 간의 관계입니다. 주교가 카리스마의 주인이 아니듯 수도자 역시 교회 밖의 구성원이 아닙니다. 이 둘은 함께 가야합니다.”
이에 앞서 17일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과 만난 자리에서도 이와 같은 내용을 전달하며, 교구와 수도회 관계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같은 날 오후 6시 서울 성북동 한국외방선교회 본부에서 열린 사도생활단과의 간담회에서 아비스 추기경은 ‘협력’과 ‘연대’를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한국외방선교회, 메리놀외방전교회, 골롬반외방선교회, 과달루페외방선교회, 필리핀외방선교회, 파리외방전교회 등 여섯 선교회의 장상들은 한국에서의 활동을 소개했다.
아비스 추기경은 “한국에서 선교 사명을 실천하는 데 있어 협조하는 것에 감사한다”며 “협력, 연대라는 것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덕목이다”고 강조했다.
복음과 창립 정신 그리고 쇄신
19일 서울 명동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본원에서 마련된 수도회 장상들과의 간담회는 아비스 추기경의 기조 강연으로 시작됐다. 추기경은 간담회에 모인 80여 명의 장상들에게 쇄신을 촉구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가 돼야 하며, 설립자를 다시금 바라봐야 한다”고 말한 아비스 추기경은 “수도생활의 원천으로 돌아가는 동시에 시대에 발맞춰 변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비스 추기경의 마지막 공식 일정은 20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한국 남녀 수도자들과의 만남’과 ‘축성생활의 해 감사미사’였다. 전국의 수도자 1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아비스 추기경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빛에 비추어 본 축성생활의 쇄신, 오늘을 위한 도전’을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그는 “가난한 이들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중심부에서 나갈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며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할 때 가져야 할 태도는 ‘케노시스’(Kenosis) 즉 ‘자기비움’이다”고 강조했다.
이날 만남에서는 추기경과 수도자들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있었다.
신임 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 회장 차진숙 수녀(성가소비녀회)는 “아비스 추기경과의 시간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예언자적 사명을 충실히 살아가야 하는지 깨닫고 새롭게 출발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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