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사제생활을 시작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계속 사람 냄새나는 사제로 살아가는 게 제 소망입니다.”
조원규 신부는 11월 28일 성남대리구 중심성당인 분당성요한성당에서 은퇴 감사미사를 봉헌하고 현직에서 물러났다. 조 신부는 “은퇴라고는 하지만 행정적인 책임을 맡지 않을 뿐 사제생활을 계속하는 것”이라면서 “책임을 맡지 않으니 활동 폭이 넓어져 이젠 전국구”라고 말하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예수님은 사람들의 고통과 어려움에 함께하면서 사람 중심의 구원활동을 펼치셨습니다. 41년 사제생활동안 그런 예수님을 닮는 복음적 열정을 간직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사람 중심. 조 신부의 사목활동에 늘 따라다니는 말이었다. 어떤 사목현장에서도 일보다 사람을 중심으로 생각하려 애썼다.
여러 본당을 사목하면서 4개의 본당을 새로 짓거나 리모델링했지만, 성전건축이라는 사업보다는 신자들이 영적으로 지치지 않도록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황무지와도 같았던 한국외방선교회의 총장을 맡았을 때도 그랬다. 막 설립된 선교회의 사명을 이어나가기 위해 그가 했던 작업은 사제를, 그리고 그들을 지원해줄 후원회원을 양성하는 일이었다.
1987년 40대 초반이었던 조 신부에게 총장직은 무거운 십자가였지만, 그 노력을 밑바탕으로 선교회가 성장할 수 있었다.
조 신부는 “인간적으로 고생과 어려움은 많았지만, 그것들이 지금의 기틀이 됐다”면서 “지금에 와서는 그 과정에 양성한 신자들이 교회 내에서 중요한 직책을 맡아 잘 수행하는 모습을 본다”고 말했다.
“대리구의 초점은 바로 복음화입니다. 주교님의 복음화 사업을 대신해서 주교님의 말씀이 널리 파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대리구제가 잘 운영되기 위해서는 사제들이 일치·쇄신하고 평신도들이 복음화에 참여하는 활발한 공동체를 형성해야 합니다.”
조 신부는 대리구제 준비에서부터 대리구장으로서 대리구를 직접 운영하기까지 교구 대리구제를 일궈온 장본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5년 대리구제 준비위원회가 결성돼 준비위원장으로 활동해온 조 신부는 대리구제의 기초를 준비하면서 ‘우리 교구식 대리구제’를 만들었다. 하지만 그는 대리구제도가 완전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사제와 평신도의 참여로 끊임없이 보완돼야 한다는 것이다.
조 신부는 “사람이 제도를 운영하는 것이지 제도에 사람이 끌려다녀서는 안 된다”면서 “대리구제를 앞으로 더욱 효과적으로 끌고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회가 물질적으로 크게 성장한 반면 정신적으로는 성숙하지 못하면서 신자들이 점점 메말라 가고 있습니다. 이것을 채워주는 것이 바로 신부님들입니다. 그를 위해 후배 신부님들이 신자들과 소통·공감하고 배려하는 사제가 돼주시길 바랍니다.”
조 신부는 은퇴하는 선배 사제로서 후배 사제들이 “섬기고 나누는 신자들의 진정한 목자”가 돼주길 당부했다.
조 신부의 당부는 지금까지 그가 걸어온 길이기도 했다.
자신의 서품 성구 ‘주님은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어라’를 늘 가슴에 품고 살아온 조 신부는 “대사제이신 예수 그리스도가 있어 아쉬울 것이 없다는 마음으로 나눔과 섬김의 자세로 생활하려 노력했다”면서 “그를 위해서는 늘 기도하고 공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직에서 물러나는 조 신부지만 여전히 사제로서 ‘복음적 열정’을 지니고 살고자 한다.
은퇴 후에도 6년간 총장직을 맡았던 한국외방선교회에서 선교사제들의 영적충전을 위한 피정지도를 하고, 수원 지역 본당의 협조사제로서 성사·미사·강의 등을 도울 생각이다.
“죽을 때까지 사제로서 살아갈 것입니다. 은퇴 후에도 현직 사제와 같이 대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를 위해 많이 기도해주십시오. 저도 여러분을 기도 중에 기억하겠습니다.”
조원규 신부 약력
1974년 12월 7일 사제서품
1974년 12월 14일 중앙본당 보좌
1975년 5월 15일 서정동본당 주임
1977년 3월 2일 군종
1981년 4월 3일 지동본당 주임
1984년 2월 21일 교구 사목국장
1987년 2월 19일 한국외방선교회 총장
1993년 2월 18일 용인본당 주임
1995년 2월 8일 상록수본당 주임
2000년 1월 25일 권선동본당 주임
2004년 10월 1일 공도본당 주임
2006년 5월 22일 평택대리구장
2009년 9월 1일 성남대리구장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