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칠 듯 선물이 가득 담긴 상자 안에 자필로 쓴 한 장의 성탄 카드가 놓여 있다. “이름 모르는 병사님! 크리스마스 즐겁게 보내시고 힘드시겠지만 남은 군생활 내내 건강하게 보내시길 기도하겠습니다. 저도 아들이 군대 다녀왔거든요.”
한국가톨릭군종후원회 서울 신천동본당(주임 이강구 신부) 지회(지회장 이봉숙) 회원들은 12월 9일 하루 종일 병사들에게 보낼 성탄 선물을 포장하고 발송하느라 추위를 느낄 틈이 없었다. 75개나 되는 선물 상자를 한곳에 모으고 주소를 붙여 우체국에서 발송하기까지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갔다.
성탄 카드와 함께 성탄 선물을 보내는 이는 자신이 정성껏 마련한 선물 상자가 어느 곳 어떤 병사에게 전해질지 모르면서도 정성과 기도만큼은 한가득 담아낸다. 이날 꼼꼼하게 선물 상자를 포장하던 한 회원은 몇 년 전 본당에서 보낸 성탄 선물을 받은 병사가 감사의 마음을 담아 보내온 편지를 손에 들고 있었다.
편지에는 “뜻밖의 선물 잘 받았습니다. 이 많은 선물들은 저희 중대에 주는 걸로 알고 전우들과 나누어 먹고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성당이란 곳에 갈 용기가 없었는데 용기를 내서 가봐야겠습니다. 군대에서 보내는 첫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게 됐습니다”라는 사연이 담겨 있었다.
올해 병사들에게 보내는 선물은 방한용 요술장갑, 고추장, 캐러멜, 초코파이, 핸드크림, 수면양말, 책 등 스무 가지 가까이 된다. 신천동본당 군종후원회 회원들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해 겨울을 나는 병사들에게 꼭 필요하고 성탄의 기쁨이 될 선물들을 골랐다. 이봉숙(로사·59) 지회장은 “병사들이 내무반에서 건빵을 깨서 ‘컵케이크’를 만들어 먹는 모습을 TV로 보니 우리 회원들이 준비한 선물을 좋아할까 걱정도 된다”며 “엄마의 마음으로 최고의 선물만을 담았다”고 말했다.
한 상자당 선물 비용은 5만5000원으로 본당 반별로 선물 상자 하나씩을 준비한 셈이다. 75상자 중 40여 개는 본당 신자 자녀 가운데 군복무 중인 병사에게 보내고 나머지는 성탄절 당일 군종교구장 유수일 주교가 미사를 봉헌하는 국군교도소 희망대성당에 전달한다. 신천동본당 군종후원회는 매년 희망대성당이나 국군수도병원에도 선물을 빠뜨리지 않는다. 성탄절을 외롭고 힘겹게 보내는 이들을 생각해서다.
황숙란(체칠리아·58) 전 지회장은 “선물 상자를 ‘신천동성당’ 이름으로 보내기 때문에 선물을 받은 병사와 함께 내무반 생활을 하는 다른 병사들에게도 천주교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군복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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