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보면 아주 오래 전에 발명된 이래 그 기본적인 원리나 디자인이 바뀌지 않고 지금까지 쓰이는 고마운 것들이 우리 주위에 많다.
우리가 태어났을 때 세상에 이미 존재해 있었고 일상에서 너무 쉽게 접할 수 있어 그 소중함을 모를 정도로, 단순하지만 놀라운 이 발명품들이 없었다면 우리는 곧 문명 이전으로 회귀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면 바퀴, 가위, 단추, 바늘, 경첩, 돌쩌귀 등이 그것으로, 수백 년 이상 인류가 사용했지만 더 이상 기본적인 디자인에 손볼게 없는 것들이다.
그 중에서 문을 회전시켜 열 수 있게 하는 핵심장치인 돌쩌귀는 우리가 매일 열고 닫는 문을 힘들이지 않고 편안하게 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고마운 발명품이다. 암수 두 개의 쇠붙이를 끼워 맞춘 단순한 구조이지만 돌쩌귀가 없다면 우리는 무거운 문을 회전시킬 도리가 없다.
실제로 아프리카 남수단 선교사 시절, 원시 현지인들은 문이 없는 현실을 극복하고자 원두막 같은 이층집을 지었고 그것조차 힘든 이들은 문이 없는 난처함을 토로하면서도 밤이 되면 하이에나의 울음소리에 두려워 떨 수밖에 없는 것을 보았다.
위험으로부터 보호해 줄 문이 없다는 것은 가난한 현실의 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문이 있다 하더라도 한번 닫히면 열 수 없는 문이라면 그것은 무덤의 문일 것이다. 삶을 위한 문은 늘 열리고 닫혀야 했고 그러기 위해선 돌쩌귀가 필요했다.
남수단에서 철 대문을 만들 때 현지 시장에서는 돌쩌귀를 구할 수 없었으므로 비행기를 타고 케냐에 나왔을 때 그 소중한 발명품인 경첩과 돌쩌귀를 구해왔다. 대문이 아무리 튼튼하고 아름답다 하더라도 돌쩌귀가 없는 문은 그냥 철 덩어리일 뿐이었다.
문득 생각하게 된다. 왜 인간은 한번 닫아버린 마음의 문을 다시 열지 못할까?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는 것은 자물쇠로 잠겨있기 때문이 아니라 마음 안에 돌쩌귀가 없기 때문은 아닐까? 그렇다면 마음을 열 수 있는 지혜의 돌쩌귀는 무엇일까? 나의 마음 안에 회개를 통한 자비, 사랑, 우정, 신뢰, 희망이 없다면 우리는 어떻게 마음의 문을 이웃이나 하느님께 열 수 있을까?
마음의 돌쩌귀는 우리를 닫힘에서 열림으로 전환시키는 영적인 힘이다. 모두들 나 자신을 위해 문을 닫고 잠그는 데에만 열중할 뿐 마음의 돌쩌귀가 없는 이기심의 무덤 속으로 들어가려 하는 것은 아닐까?
얼마 전 자비의 희년의 문이 열렸다.
하느님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자비와 구원의 문을 활짝 여신 것처럼,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성령께서는 보편교회가 현대 사회에 구원의 문을 용기를 내어 활짝 열도록 이끌어 주었다. 마음이든 교회든 사회든 문을 열기 위해선 ‘회심’이라는 돌쩌귀가 있어야 한다.
대림시기가 다 가기 전에 우리 마음에 돌쩌귀를 달아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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