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필리핀 마닐라 WYD는 500만 명이 운집했던 파견미사와 같이 그 규모 면에서도 주목을 받았지만, 인구 대다수가 가톨릭 신자인 나라답게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여러 세대의 신자들도 WYD에 열정적으로 참여함으로써 대회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대회 자체의 운영뿐만 아니라, 대회 이후 전국에 걸친 청소년 사목 조직을 구축해내고, 그 시스템을 기반으로 오늘날까지 청소년 사목 활성화를 일구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필리핀 마닐라 WYD는 많은 시사점을 주는 대회 중 하나다.
이와 같은 마닐라 WYD의 사례를 참조해볼 때, 한국에서도 WYD를 개최하게 된다면 대회 이후 그 은총을 이어나가기 위한 방향 설정과 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떠올리게 된다. 사실 WYD라는 기회를 맞이하고 체험한다는 것은 한국교회 전체에, 젊은이들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세대의 신자들에게 인간의 기대를 넘어서는 하느님의 은총이 아로새겨지는 여정일 것이며, 그 은총의 크기는 수치화할 수 없는 것이리라 본다. 다만 우리가 인간의 힘으로 애써야 할 부분은 각 사람들 안에, 특별히 젊은이들 안에 새겨질 그 은총의 힘을 구조적으로 묶어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WYD 대회를 치르기 전, 봉사자 조직 및 교육에서부터 대회 이후의 전국적 구조를 염두에 두고 구성해야 할 것이다. 본대회의 전례 및 프로그램 봉사는 물론 DID(교구대회)의 면면에 이르기까지, WYD 대회 준비에 직접 참여하며 전 세계에서 모여들 젊은이들을 맞이할 이들 봉사자들은 일반 참여자들에 비해 WYD 여정을 보다 깊이 있게 체험함으로써 양성될 수 있는 그룹이다. 따라서 이 봉사자 그룹에 보다 더 많은 젊은이들이 함께할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하고 모집 대상을 확대, 20~30대 청년들뿐만 아니라 10대 청소년들도 함께할 수 있도록 구성하고, 현재 교회 활동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 하더라도 WYD 봉사자 양성을 통해 성장할 수 있도록 초대해야 한다.
이처럼 공동체 형성 훈련을 받은 봉사자들은 WYD 대회를 통해 또래 젊은이들을 활성화하는 ‘사목적 양성 과정’에 참여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 안에서 교회 복음화 사명을 위해 좀 더 깊이 있게 투신하고자 하는 갈망을 갖는 젊은이들이 드러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WYD 대회 과정 중에는 봉사자 그룹 안에서 양성 받고자 하는 갈망, 투신하고자 하는 갈망을 표현하는 젊은이들을 눈여겨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대회를 마치고 나면 봉사자 그룹을 바로 해체하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자신들의 갈망을 표현하는 젊은이들을 주축으로 삼아 조직화함으로써 그 다음 단계의 양성과 투신 과정으로 이끌어주어야 한다. 대회를 마치고 난 뒤의 WYD 봉사자 그룹은 이미 청소년·청년들이 함께 어우러져 ‘WYD를 함께 치러냈다’는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을 것이며, 그 놀라운 체험을 더 널리 증거하고자 하는 열의가 있는 상태일 것이다. 또한 WYD 대회란 전국적인 협력과 연대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만큼, 이들 봉사자 그룹도 이미 전국적으로 연계된 시스템을 갖추고 있게 된다. 바로 이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여, 이제까지 교구나 본당별로 흩어져 있거나 참여 인원이 많지 않아 활성화되기 어려웠던 기존의 청년 조직, 청소년 대표 조직의 전국적 통합 및 체계화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통합된 조직의 젊은이들이 지속적인 사목 양성을 받도록 하고, 성장한 만큼 더 투신할 수 있도록 각종 사목 캠페인이나 KYD(한국청년대회) 등의 봉사 기회로 초대한다면 전국에 걸쳐 청소년·청년 사목을 활성화하는 기초 토대 역할을 하리라 본다. 이로써 WYD를 통해, 청소년 사목 구조 활성화의 핵심 이론 중 하나인 F-O-M 단계, 양성하고(Formation) 조직화하여(Organization) 활동하도록 하는(Mobilization) 구조가 한국교회 안에도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청소년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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