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성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오늘 구유 위에는 조그만 한 아이가 누워 있습니다. 그 아이는 천사가 알려 준대로 임마누엘이라고 불리고, 예수란 이름을 가진 아이입니다. 임마누엘이란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뜻이고, 예수란 ‘구원자’라는 뜻입니다. 2000년 전 예수님은 당신 이름대로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것, 하느님께서 결코 우리를 버리지 않으셨다는 것을 알려 주셨습니다.
이제 세상은 예수님을 보면서 영원하신 하느님을 볼 수 있게 되었고, 하느님께서 무엇을 바라는지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놀라운 신비 한 가지를 발견하게 됩니다. 바로 영원이 세상 안으로 들어와 세상과 함께하게 되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곧 영원이 현재라는 제한된 시간 속으로 들어와 현재를 영원으로 만들어 주었다는 말입니다. 예수의 탄생. 그것은 하느님, 곧 영원이 세상 속에서 현재화되었다는 놀라운 신비를 보여주는 사건이었습니다.
사실 태초 아담의 범죄 이후 그 누구도 영원을 제대로 바라보지도, 알지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세상 속에 들어오신 예수님을 통해 영원을 제대로 볼 수 있게 되었고, 또 그 영원과 더불어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우리는 압니다. 요한 복음사가가 말하듯이 아직도 영원한 분이 세상에 들어와 우리와 함께 계심을, 또 우리 모두 그분을 통해 영원을 보고 만질 수 있음을 깨닫지 못하는 이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말입니다. 세상은 영원을 추구하기보다 사라져 없어질 다른 것들에 더 많은 관심을 집중하기도 합니다.
이런 모습은 예수님을 모르는 이들뿐만 아니라, 그분을 안다고 말하는 이들 가운데서도 자주 발견됩니다. 영원을 믿는다고 말하면서도, 실상은 영원을 추구하고 영원과 함께 살아가기보다 다른 것들을 추구하고 살아갑니다. 그러나 우리는 잘 압니다. 세상 것들을 추구하는 삶의 끝은 언제나 실망으로 가득 차리라는 점을 말입니다. 그런 것은 우리를 결코 온전히 만족시킬 수 없고, 또 만족시킨다 하더라도 그 만족감은 이내 사라져 버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것들은 언제나 우리를 노심초사하게 만들 뿐입니다. 결국 영원, 곧 하느님이 아니고서는 결코 우리를 온전히 만족시켜주지는 못할 것입니다.
물론 이 땅에 발을 딛고 사는 한, 세상 것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그랬다가는 세상을 떠나야 할지도 모릅니다. 또한 자칫 잘못하게 되면 세상의 문제를 외면하고 도외시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참된 행복은 세상 것에 달려 있지 않고, 오직 하느님께만 달려 있음을, 우리가 오직 하느님과 함께할 때 주어진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아기 예수님의 탄생은 이 점을 기억하게 만들어 줍니다. 지금 그 예수님께서 정말 조그만 아이의 모습으로 구유 위에 누워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의 눈에 별것 아닌 존재의 모습으로 누워 있습니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 눈에는 영원을 추구한다는 것이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세상이 어리석게 여기는 그런 일들이 하느님의 일이며, 그런 비천한 아이의 모습이 바로 하느님의 모습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그리스도인들입니다.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기억하는 오늘, 다시 한 번 하느님께서 우리 가운데 살아계신다는 것을 기억하며 그 살아 계신 하느님과 함께 살아가겠다고 다짐합시다. 그리고 주변에 특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 안에 살아계신 하느님을 만나러 갑시다. 우리가 영원을 진정 추구하느냐 하지 않느냐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어떻게 대하느냐에서 드러날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그들은 언제나 우리 구원에 대한 표징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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