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힘든 한 해였다. 작년 세월호 참사에 이어 올해엔 186명의 환자와 38명의 사망자를 남긴 메르스 창궐로 아파하고 힘들어하는 이들이 넘쳐났다. 경제는 계속 뒷걸음을 치고 있고, 기업들은 희망퇴직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으로 직원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다. 승자가 독식하는 각박한 경쟁과 물질만능주의로 우리 사회는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잊은 지 오래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각박한 세상에서도 본지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독자들로부터 직접 나눔의 대상을 추천받았고, 역시 독자들에게 도움을 호소했다. 올해 소개된 사연은 모두 14건. 현재 기금을 모금 중인 이국이 부부(12월 13일자 보도)를 제외하고 지난해 연말에 성금을 전달한 김철수(가명, 12월 24일 2287만9000원)씨를 포함해 14명의 이웃에게 총 4억3865만5472원이 전달됐다.
본지 독자들은 팍팍한 살림에도 나눔의 손길은 거두지 않았다. 2014년에 비해 거의 50% 증가한 성금을 모아준 것이다. 가난하고 소외되고 아픈 이웃을 향한 독자들의 마음이 큰 사랑을 일궈냈으며 ‘사랑은 나눌수록 커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
본지 1월 1일자에 소개된 이예슬씨는 목숨 건 탈북 이후 남한에 정착, 간호사의 꿈을 키워오다 두 차례의 암 수술과 항암치료로 꿈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절망에 빠졌던 이씨는 본지에 사연이 소개된 이후 새 삶의 희망을 되찾았다.
이씨는 독자들의 도움으로 지난 4월 항암치료를 모두 마치고 회복 중이다. 현재는 일상생활을 하는 데 큰 어려움 없이 지내고 있다. 아직 몸이 완전히 회복되진 않았기에 여전히 요양원에서 생활 중이지만 기쁜 마음으로 봉사하며 생활하고 있다.
이씨는 “얼굴도 모르는 많은 분들의 도움에 힘입어 지금까지 잘 견딜 수 있었다”며 “저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해 다른 환자분들 심부름도 하며 봉사하는 삶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독자들에 대한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독자 여러분 덕분에 용기를 잃지 않고 살 수 있게 됐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만성폐쇄성 폐질환으로 수차례 생사의 기로에 섰던 박재현(베드로·39·부산교구 양산 물금본당)씨도 현재 재활치료를 받으며 새 삶을 꿈꾸고 있다. 본지 4월 26일자에 소개됐던 박씨는 1998년 폐 손상 이후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생활하며 두 번의 폐 절제술과 각혈, 기흉 등 고통을 겪었다.
폐 이식 수술이 절실했지만 수천만 원에 달하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던 박씨는 독자들 성금으로 무사히 수술을 마치고 삶의 희망을 얻게 됐다. 박씨는 현재 퇴원 상태며, 경남 양산 부산대학교병원에서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
박씨의 형 박수현(바오로·41·부산교구 김해본당)씨는 “동생은 나날이 회복돼 요즘은 매일 공원에서 걷기 운동을 하고 매주 2~3차례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며 “도움 주심에 늘 감사하며 살고 있고, 보답할 수 있는 길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투병 의지를 일깨우는 사랑
본지 9월 13일자에 소개됐던 필리핀 이주노동자 아눌포씨는 낯선 타국 땅에서 오직 고향의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그가 심근경색이라는 병을 얻자 가족은 그를 버렸다. 절망에 빠져 있던 아눌포씨는 독자들의 사랑 덕분에 치료를 마치고 퇴원, 현재는 통원치료를 하며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
가족에게 버림받은 상처로 힘들어했지만, 독자들에게 도움을 받은 이후 감사하는 마음으로 생활하고 있다. 매주 꼬박꼬박 성당에 나가며 주일미사에 열심히 참례하는 등 신앙생활에도 열심이다. “이제 몸이 많이 좋아졌어요. 아직 힘든 일은 못하지만, 딸기밭에도 한 번씩 나가고 있어요. 많은 분들이 도와주신 덕분입니다.”
의붓아들로부터 간을 이식 받고도 회복이 더디어 고통을 겪었던 시각장애인 김영숙(안나·50·부산 사상본당·본지 11월 1일자)씨도 현재 상태가 호전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아들 이훈재(예비신자·21)씨의 간 이식으로 지난 6월 경남 양산 부산대학교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던 김씨는 지병이던 당뇨 등 문제로 인해 회복이 되지 않아 오랫동안 중환자실 신세를 져야했다. 호전되지 않는 건강보다 막대한 치료비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이 더 컸던 김씨 가족은 본지에 소개된 후 독자들 정성을 통해 희망을 되찾을 수 있었다.
11월 18일 성금을 전달받은 후 김씨는 상태가 호전돼, 현재는 퇴원 후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 비록 오랜 병원생활로 인해 기력이 회복되지 않아 거동은 불편하지만, 가능한 한 가족과 미사에 빠지지 않고 참례하려 노력하면서 신앙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훈재씨는 “도와주신 분들 덕분에 어머니께서 건강이 많이 좋아지셨고, 앞으로 더 좋아지실 것 같다”며 “늘 보답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그래도 희망을
치매 부인과 뇌사상태 아들을 돌보는 이종권(시몬·83·의정부교구 고양동본당·본지 7월 12일자)씨는 취재 당시 고관절 통증으로 당장 수술을 받아야 하지만 부인과 아들을 돌보느라 엄두를 못 내고 있었다. 이씨는 불편한 다리로 매일 부인이 있는 요양원을 찾아 아내를 돌보고 있다. 이씨는 최근 병원을 찾아 진찰을 받고 수술을 하려 했지만 수술 시기를 놓쳐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현재는 물리치료와 주사 등으로 통증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다.
이씨는 “아내와 아들을 돌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의 몫”이라며 “가톨릭신문 독자들의 사랑으로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안타까운 소식도 들려왔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을 앓았던 김동환(가명·베드로·5월 17일자)씨는 11월 4일 하느님 품으로 돌아갔다. 김씨는 중국에서 공여자를 찾아 이식 수술을 받고 퇴원했었지만 병이 재발해 결국 세상을 떠났다.
뇌성마비 아들·뇌졸중 남편 돌보는 박희명(가명·아녜스·8월 23일자)씨는 남편 간병비와 병원비, 생활비를 벌기 위해 밤낮없이 일하지만 혼자서 감당하기엔 버거운 상황이었다. 또한 무상거주지에서 생활했지만 9월 초까지 집을 비워야 해 당장 살 곳도 없는 형편이었다. 박씨는 다행히도 독자 성금을 통해 새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박씨는 지난 11월 19일 남편을 주님 곁으로 보냈다. 그녀는 남편을 떠나보냈지만 여전히 밤낮없이 일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박씨는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면서 “희망을 잃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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