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별처럼 많은 대림특강 강사들이 있는데 제가 왜 강의 요청을 받게 됐는지 하느님의 계획을 밤새 고민했습니다.”
주변 장애인들 사이에서는 ‘인간승리’의 표본으로 여겨지는 홍민선(피델리스·55) 인천교구 가톨릭장애인연합회 전 회장은 12월 15일 오후 서울 광장동본당(주임 박근태 신부)에서 대림특강을 했다. 태어나서 처음 맡은 특강이었다. 성당 입구에 내걸린 대림특강 안내 현수막에는 ‘12월 8일 장익 주교, 12월 15일 홍민선 피델리스’라고 나란히 적혀 있었다.
홍 전 회장은 다리를 쓰지 못하는 지체장애로 성당 계단을 오르기 힘들어 23세 때인 1983년 4월 통신교리로 세례를 받았다. 그는 “영세 한 달 후 인천교구 지체장애인 단체 ‘엠마우스’에 들어가 혼자서는 숟가락질도 못하는 중증장애인들의 현실을 알게 되면서 ‘나는 하느님의 커다란 축복을 받은 사람’이라는 신앙적 깨우침을 얻었다”고 고백했다. 이후 27년간 엠마우스와 가톨릭장애인연합회장 등으로 봉사했다.
홍 전 회장은 특강 시작 전 “신자 단 한 명이라도 내 삶의 이야기를 듣고 신앙을 다시 찾게 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가 광장동본당에서 대림특강을 맡게 된 것은 박근태 주임 신부가 홍 전 회장의 자전적 수기를 모은 책 「생각하며 실천하는 자유인」을 접하면서 비롯됐다.
“한 달 전쯤 박 신부님으로부터 연락받았습니다. 나약하고 무기력한 신앙에 빠져 있는 신자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라는 요청을 받고 고민 없이 ‘예’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나 곧바로 태산같은 후회가 밀려오면서 일주일 가까이 밤잠을 설쳤다. 그는 “지체장애인으로 역경을 딛고 살았던 이야기와 신앙인으로서 체험한 기쁨을 솔직담백하게 전달하자는 마음으로 한 달간 기도하며 특강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4살 때 소아마비 진단을 받고 어머니 등에 업혀 일반 중학교까지 졸업한 사연, 걷고 싶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척추뼈를 깎고 맞추는 대수술을 세 차례 받은 끝에 27년 만에 홀로 목발을 짚고 일어서 자립하는 여정 등 광장동본당 신자 200여 명은 그의 한 마디 한 마디를 놓치지 않았다. 홍 전 회장이“왕복 5시간이 걸려 주회에 참석하는 시각장애인 레지오 쁘레시디움 단장을 16년째 하고 있다”며 “우리 단원들은 죽어서 하늘나라에 가야 헤어진다”고 말하자 몇몇 신자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날 대림특강을 들은 전은정(소피아·34)씨는 “신체적 장애가 있어도 마음의 장애가 없는 이에게 하느님이 축복을 내린다는 사실을 배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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