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올 한해, 한국교회는 세계교회와 함께 ‘봉헌생활의 해’, 제2차 바티칸공의회 폐막 50주년 등을 지내면서 내적 쇄신에 박차를 가해왔다.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1주년과 남북 분단 70년을 맞아 대사회적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사회교리를 실천하는 노력에 큰 힘을 실어왔다. 연이어 ‘자비의 문’을 열고, 특별 희년의 참뜻을 잘 실천하기 위한 디딤돌도 차근차근 쌓아온 시간이었다.
2015년을 뒤로하며, 교회사목 전반에서 펼쳐온 굵직굵직한 기억들을 되짚어본다.
하나의 교회, 쇄신에 박차
2015년을 시작하면서 들려온 기쁜 소식 중 하나는 한국 주교들의 ‘사도좌 방문’(Ad Limina Apostolorum, 이하 앗 리미나)이었다. 장장 8년 만에 성사된 자리였다.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만남에서 한국 주교들은 “주교들이 먼저 ‘복음의 기쁨’을 살면서,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가 되고 고통 받는 이들과 연대하는데 힘쓰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전주교구를 비롯해 전국 대부분의 교구들은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을 교구와 본당, 기관단체 활동 지침으로 제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하는데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
주교들은 사제, 수도자, 평신도들이 자발적으로 쇄신과 대사회적 복음화에 매진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데 더욱 힘썼다. 작은 차를 타고 ‘착한 사마리아인 통장’ 등을 개설해 구체적으로 나눔을 실천하는 등의 노력도 세속화된 교회 안팎에 반향이 됐다. 사제들 또한 아래에서부터 의견을 모으고 열린 토의를 통해 겸손한 삶, 가난하고 고통 받는 이들을 먼저 찾아가 함께하는 삶을 구현할 실천 사항을 내놓았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폐막 50주년을 맞아 한국교회 곳곳에서는 그동안의 복음화 노력을 되짚어보고 앞으로 실천할 과제를 공유하는 장이 마련되기도 했다. 특히 수원가톨릭대학교와 서울대교구 새천년복음화연구소 등은 국내외 가톨릭·개신교 신학자들을 초청해 한국 교회가 공의회 정신을 사목현장에 적용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해왔는지를 냉정하게 성찰하는 시간도 마련해 관심을 모았다.
신자들 일상에 다가가는 사목 활동
올해 한국교회를 비롯해 전 세계 교회의 시선은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제14차 정기총회에 줄곧 쏠려 있었다. ‘교회와 현대 세계에서의 가정의 소명과 사명’을 주제로 연 시노드를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혼 후 재혼자의 영성체 등과 관련한 교회법적 문제뿐 아니라 빈곤가정 등 사회적 문제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가정과 관련된 긴급한 쟁점들에 관한 입장을 다뤘다. 교회법상 혼인 무효화 절차도 간소화시켰다.
이에 따라 한국교회에서도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와 교회법위원회 주관으로 이혼 후 재혼한 이들이 성사생활을 할 수 있도록 대안을 모색하는 장을 마련했다. 제주교구의 경우 각 본당에서 예비부부와 청년들에게 혼인성사의 중요성을 전할 ‘혼인 멘토’도 양성했다.
또한 주교회의는 신자들이 보다 깊이 있고 올바른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노력의 하나로 신자 재교육용 교리상식서를 편찬하고, 판공성사 기간 이후라도 성사를 보고 성사표를 제출하면 된다는 내용 등을 적극 공지했다. 신자들이 언제든 성사를 볼 수 있도록 교구마다 상설 및 면담 고해소도 확대했다.
주교회의 산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는 한국교회 ‘사목지표’ 개발의 필요성과 방향을 공유, 각 본당 사목이 본래의 사목적 목적에 따라 이뤄질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있다.
봉헌생활의 해, 다채로운 행사
‘봉헌생활의 해’는 수도자들만의 축제가 아니라, 지역교회 하느님 백성 전체가 봉헌생활에 관해 성찰하고 개개인의 일상에 적용하기 위해 특별히 노력한 시기였다. 이 기간 동안 특히 한국 수도자들은 내적 쇄신과 ‘봉헌생활’의 기쁨을 재인식하는데 박차를 가해왔다. 이를 위해 광주, 대구, 서울 등을 순회하며 수도생활과 복음의 삶, 수도생활의 현실과 미래지향적인 대안 등을 공유하는 심포지엄과 모임 등을 열어왔다.
또 2015년은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대구수녀원 설립 100주년을 맞이한 해였다. 예수성심시녀회가 설립 80주년, 툿찡 포교 베네딕도수녀회 대구수녀원이 한국 진출 90주년, 서울가르멜여자수도원이 한국 진출 75주년을 맞았으며, 예수회와 성골롬반외방선교수녀회, 인보성체수녀회가 각각 진출과 설립 60주년을 지냈다. 수원성빈센트드뽈자비의수녀회와 예수성심전교수녀회는 진출 50주년을, 한국외방선교회는 설립 40주년을 맞았다. 예수의 성녀 데레사 탄생 500주년을 맞아 가르멜수도회 한국관구가 다양한 영성강좌와 총서 발간을 진행하고, 살레시오회 한국관구가 돈보스코 성인 탄생 200주년을 맞아 역사관을 개관한 등의 여정도 관심을 모았다.
이밖에도 한국프라도사제회는 한국 진출 40주년을 맞아 ‘자립 프라도회’로 승격됐고, 예수의 꽃동네형제회·자매회는 공립단체로 활동을 시작한 지 29년 만에 교구 설립 수도회로 교황청 인준을 받았다.
‘답게 살겠습니다’ 평신도활동 확산
한국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가 시작한 실천운동 ‘답게 살겠습니다’가 범종교, 범국민 운동으로 확산되는 모습은 교회 안팎에 큰 모범으로 회자됐다. ‘사람답게’, ‘가정의 일원답게’, ‘종교인답게’, ‘직업인답게’, ‘사회인답게’, ‘국민답게’, ‘지구인답게’…. ‘답게 살겠습니다’라는 다짐은 자기 성찰을 바탕으로 인간 존엄성과 공동체성을 회복하고 화합과 상생을 이끌어내는 실천운동이다. 지난 2월 7대 종단 종교인들이 선포식을 가진 이후, ‘답게 살겠습니다’ 운동은 7대 종단 내 기관단체 등에서는 물론 국회의원, 청소년 등도 참가하는 범국민 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다. 대구대교구 사제단이 11월 3일 이 운동에 동참해 ‘사제들부터 교회 쇄신에 앞장서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새로운 복음화’를 실현하기 위해 평신도들이 자발적으로 일군 서울대교구 새천년복음화사도직협회도 올해 설립 25주년을 맞아 국내 이주민과 아시아 지역민들을 위한 복음화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하느님 자녀로서 역할 더욱 확대
서울대교구와 수원교구가 각각 새로운 보좌주교를 맞이한 것 또한 한국교회의 큰 은총이었다. 서울대교구는 손희송 주교 임명으로 역사상 처음으로 4명의 보좌주교 체제를 마련했고, 수원교구 또한 문희종 주교 임명으로 교구 설정 이후 처음으로 두 번째 보좌주교를 맞이하게 됐다.
지난해 교회 사목 여정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기념일이다. 한국교회는 복자 윤지충의 순교일인 5월 29일을 124위 복자 기념일로 정하고, 첫 기념일을 지냈다. 또 남북 분단과 한국전쟁 시기에 순교한 ‘하느님의 종 홍용호 프란치스코 보르지아 주교와 동료 80위’의 시복 준비에도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신자들의 일상생활과 직접적이고 깊은 관련이 있는 ‘호스피스-완화의료’에 관해서도 교회 안팎에서 환영과 우려의 뜻이 교차했다. 한국교회의 숙원이기도 한 호스피스-완화의료의 제도화 시행되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관련 인프라가 충분히 마련되지 못한 상황에서 연명의료 결정 법제화가 성급히 이뤄지면 자칫 안락사를 용인하는 등의 문제점을 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교회 차원의 사제평생교육기관인 주교회의 ‘엠마오 연수원’은 올해부터 본격적인 프로그램 운영에 들어갔다.
아울러 올해는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 그리스도인 일치 아카데미’가 열렸고, 교황청 ‘국제 가톨릭 사목 원조기구’ 한국지부와 ‘동아시아 복음화 연구원’도 창립됐다. 군종교구는 올해부터 ‘병사세례본당’(가상본당)을 열고, 군복무 중 세례 받은 병사들이 이후에도 각 지역 본당공동체에서 안정적으로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각종 행정·사목적 지원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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