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은 그 어느 때보다도 활발한 문화사목이 이뤄졌다. 새로운 문화적 매체를 통한 다양한 시도와 함께 한국교회의 문화적 역사를 돌아보면서 정리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교구들은 새 복음화를 위한 문화의 중요성을 되짚고 문화를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자리를 마련해 교회 안팎으로 문화적 외연을 넓혔다.
한국교회의 미술사를 되짚다
올해 9월에는 교회미술의 중요성과 올바른 한국 교회미술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가 열렸다. 서울 혜화동 혜화아트센터에서 열린 ‘한국 교회미술 재정립을 위한 연구 세미나’다. 서울 가톨릭미술가회가 9월 4일 마련한 세미나는 교회미술의 이해를 새롭게 하고 한국 교회미술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뜻 깊은 자리였다.
특히 한국 교회미술이 당면한 현실과 이에 대한 비판과 격려, 그 동안 교회미술을 위해 애썼던 예술가들의 노력에 대한 언급은 한국 교회 미술사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했다.
이에 앞서 5월에는 우성 김종영(프란치스코, 1915~1982) 선생 탄생 100주년 기념전이 열렸다. 전시의 주제는 ‘불각의 아름다움, 조각가 김종영과 그 시대’. 한국 가톨릭미술의 개척자였던 장발 선생을 스승으로 만나 영향을 받고 한국 조각계 거장으로 거듭나기까지 그가 조각했던 많은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문화사목을 시작하는 교회들
부산교구는 2015년을 ‘문화복음화의 해’로 정했다. 문화를 매개로 한 새 복음화를 위해 교구가 총력을 기울인 것이다. ‘2015 부산교구 사목지침’을 보면, 문화복음화를 위한 교구의 자세와 다짐이 잘 나타나있다.
“신앙인의 사상과 도덕, 의식과 가치관으로 사회 전반의 생활양식과 일상에 건강하고 건전한 영향을 끼쳐야 한다”면서 “존중과 배려, 희생과 섬김의 가치관으로 복음의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자”고 강조한 것이다.
부산교구는 문화복음화의 실천지침으로 ‘영성문화 운동’과 ‘생활문화 운동’을 제시하고, 말씀 실천과 신심서적 읽기, 가톨릭 영상물 활용, 환경과 나눔, 생명존중에 대한 실천 등을 신자들이 함께해주기를 독려했다.
부산교구 전산홍보국은 가톨릭센터에서 가톨릭 영성을 담은 ‘이달의 영화’를 상영하는 등 영화를 매개로 지역사회와 본당 공동체에 문화복음화를 확산시켰으며, 한국 순교자 시복 1주년 기념 사진전, 전시 등 다양한 노력을 했다.
서울대교구는 8월 21일 교구 사제평의회 결정을 통해 문화위원회를 신설하고 문화사목을 강화해나가고 있다. 음악, 미술, 연극, 영화, 사진 등 교구 내 흩어져있던 각 단체들을 ‘문화’라는 하나의 주제로 통합하고 조직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문화위원회는 첫 행보로 10~12월 제1기 청년문화학교를 열고 청년들이 인문학을 통해 교회에 다가설 수 있도록 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교회와 신앙을 담은 영화들
‘영화’는 올해에도 문화사목의 매개로 주효했다. 지난해에 이어 가톨릭영화인협회가 준비한 제2회 가톨릭영화제는 ‘가족의 재발견’이라는 주제로 성대한 막을 올렸다.
이번 영화제는 1회 영화제보다 좀 더 내실을 기한 알찬 영화제로 마련됐다. 지난 영화제보다 선보인 영화 편수는 줄었지만 상영 횟수는 늘었고, 장편영화와 대중영화 상영, 배리어프리 버전의 영화 상영도 주목할 만한 일이었다.
특히 영화제가 열리기 전 신학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열었던 영화제작워크숍은 체계화된 프로그램으로 영화 제작을 돕고 문화사목에 대한 전반적 인식을 재고한다는 측면에서 유익했다. 이밖에도 모현 호스피스의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목숨’(이창재 감독, 1월 개봉)과 시청각장애인 마리 외르탱과 그를 보듬은 수녀의 실제 이야기를 다룬 영화 ‘마리 이야기 : 손끝의 기적’(장 피에르 아메리 감독, 8월 개봉)은 가톨릭을 알리고 영성을 담아내 호응을 받았다.
음반은 힙합이 강세
올해에는 가톨릭과 관련된 힙합음반이 출반돼 눈길을 끌었다. 노인빈 신부(수원교구 청북본당 주임)가 낸 힙합음반 ‘양탄자’(한국가톨릭문화원 제작)는 솔직하고 직설적인 힙합음악의 기본을 지켜가며 일상의 교회 모습을 고백한다. 교회 안에도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고 문화의 범위가 풍성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시작한 음악작업이다.
제치원(암브로시오·수원교구 서정동본당)씨는 ‘지저스 스타일’이라는 힙합 생활성가 음반을 냈다. 개인이 투자해 만든 음반이지만 내용은 하느님을 찬양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있다. 그는 랩의 가사량이 많아 구구절절 느낌을 풀어낼 수 있는데다가 박자가 다채로워 힙합이 듣는 재미가 있다고 했다. 미래세대인 젊은이들을 위한 문화사목의 새로운 활로를 찾은 셈이다.
다양한 노력들
‘팟캐스트’를 통해 문화사목을 시도한 이들도 있다. 김경희 수녀(성바오로딸수도회)와 황인수 신부(성바오로수도회)가 함께 진행하는 팟캐스트 ‘수도원 책방’(www.podbbang.com/ch/8788)은 문을 열자마자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매스컴사도직을 수행하는 바오로가족수도회가 시도한 이 방송은 책과 팟캐스트라는 매체를 엮어 팟캐스트의 효용성을 알리고 접근성과 경제성마저 잡았다.
사진을 통해 문화복음화에 힘쓴 이들도 있다. 서울 가톨릭사진가회가 2014년 초부터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675개 공소를 찾아내 사진을 찍어 마련한 전시다. 이들이 11월 연 ‘공소- 한국천주교회의 뿌리를 찾아서’ 사진전에는 교회 안팎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공소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돌아갔다. 서울 가톨릭사진가회는 이번 사진전에 출품했던 공소 자료들을 모아 사진집을 출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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