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게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다가 엄마의 강요로 억지로 시작한 저녁기도가 지겨운 한 사춘기 아이가 물었다.
“엄마, 하느님 나라에 가기 위해선 매일 이런 지겨운 기도만 해야 해? 하느님 나라에서는 재미있고 신나는 것 없이 매일 기도하고 성가 부르고 미사 참례만 해야 하는 거야? 그런 나라에 꼭 가야만 하는 거야?”
당돌한 질문에 당황한 엄마는 잠깐 생각을 하더니 아이를 달래며 말했다. “그런 거 생각하지 말고 얼른 기도나 해!” 이러한 대화는 우리 주위의 어느 가정에서나 일어날 것 같은 익숙한 풍경 같다.
우리가 염원하는 하느님 나라는 어떠한 나라일까? 내가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는 놀이동산 같을까? 아니면 내가 하던 재미있는 것들을 하지 못하게 되는 지루하고 따분하며 엄숙한 무엇일까? 내가 고대하고 염원하는 선물처럼 다가올 것인가? 아니면 내가 지금 누리는 행복을 빼앗기는 두려운 미래가 될 것인가?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하느님 나라의 신비’를 ‘재밋거리’만 찾고 싶은 사춘기 청소년들에게 어떻게 설명해 줄 수 있을 지를 헤아려 보게 된다.
그러다 재밌지만 재미없어 보이는 성탄의 모습 속에 숨어있는 하느님 나라의 기쁨을 그려본다.
어느 고요한 밤, 무료함과 지루함에 지쳐있던 사춘기의 어린 목동들이 있었다. 그 목동들에게 주님의 천사가 다가와 ‘오늘, 너희를 위하여 다윗 고을에서 구원자가 나셨으니, 주 그리스도이시다. 너희는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있는 아기를 보게 될 터인데, 그것이 너희를 위한 표징이다’라고 말해줬다. 이 이야기를 들은 목동은 ‘우리를 위하여 태어난 구원자’가 ‘구유에 누워있는 아기’라는 설정을 재미있어하며 ‘정말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라며 이야기를 나누었을 것이다. 사실일지 아닐지,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목동들은 고민했다.
하지만 그들은 베들레헴으로 달려갔고, 정말 천사의 말대로 마리아와 요셉과 함께 있는 구유에 누운 아기를 마침내 찾아내었다(루카 2,8-20). 목동들도 놀라고, 아기의 부모들도 놀랐다.
이들이 누린 감격적인 ‘놀라운 체험’을 단순한 ‘즐거움’에 비길 수 있을까? 이 기쁨을 어떻게 말과 글과 노래와 춤과 그림으로 표현해 줄 수 있을까? 성경 속의 말씀과 인류의 기다림보다 내 즐거움을 만족시키고자 하는 시뮬레이션 게임의 프로그램과 스토리에 익숙한 이들에게, 가난한 이들의 기다림과 하느님께서 인간과 연대하시는 어마어마하게 놀라운 ‘성취의 감동’과 ‘기쁨의 체험’이 하느님 나라임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어쩌면 우리는 해마다 습관적이고 익숙한 방식으로 화려하게 치장된 ‘만족’이라는 성탄을 즐기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기다림과 설렘의 목적인 하느님 나라가 나랑은 상관없는 진부하고 식상한 그 무엇으로 취급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그토록 기다려온 생명인 한 아기의 탄생이 구세주임은 얼마나 커다란 기쁨이며 놀라움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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