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아들이 다니는 학교에 다문화 학생이 전학을 왔답니다. 아들은 전학생을 ‘이상하다’고 말하는데, 어떻게 조언해야 잘 지낼 수 있을까요?
아들이 초등학교 4학년입니다. 아들의 반에 다문화 학생이 전학을 왔다고 합니다. 생김새도 다르고 피부색도 다르다며 전학생에 대해 ‘이상하다’고 말하더군요. 저는 아들이 선입견을 가지지 않고 친구로서 잘 지내줬으면 좋겠습니다. 다문화에 대해 설명을 해줬지만 잘 이해를 못하는 것 같아요. 아들에게 어떻게 조언을 해야 할까요?
A. 대한민국은 이미 다민족 국가로 변모했습니다. 우리 모두가 이주민들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그들을 알아가려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이주민들을 배척할 것이 아니라 먼저 손 내밀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제가 사는 곳은 서울에서 다문화인들이 가장 많이 모여 사는 영등포 지역입니다. 점점 그들이 사는 주택과 가게들이 눈에 띄게 불어나고 있습니다. 솔직히 위협과 압박감이 듭니다. 기성세대인 어른도 우리 사회 안에 다문화가 들어와 확장되는 것을 보고 우리 것을 침입한다? 빼앗아 간다? 우리와 너네. 이런 사고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다문화 아이들이 많은 이 지역 초등학교에서는 자기 아이를 전학시키기 위해 이사를 가는 현상도 빚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가 학교에서 피부색과 외형적으로 다른 친구를 만날 때 문화적 충격이 옵니다. 그래서 아이가 집에 와서 물었습니다. “엄마, 우리 학교에 다문화 아이가 왔어. 이상해. 말도 잘 못해”하면서 대부분 첫 번째로 언어문제를 꼽습니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나? 먼저 그 다문화 아이 부모의 배경을 묻고 얘기해 주면 좋습니다. “엄마가 어느 나라 분이야? 아마 엄마가 다른 나라에서 오셨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한국말을 잘 못하실 거야. 그래서 그 친구가 말을 조금 더듬을 수 있어. 그런데 너하고 학급에서 계속 얘기하다보면 앞으로 훨씬 잘 할 수 있을 거야”하면서 다문화 친구 부모의 배경을 아는 만큼 얘기해 줍니다. 선입견을 가지지 않고 잘 지내길 바라시니 다행이라 여겨지나 아이에게 다문화를 이해시키고 알아듣게 하는 데는 많은 설명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다문화 문제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아이들보다 어른들의 변화가 먼저입니다. 다문화 사목을 하고 있는 수녀님의 말입니다. 봉사하러 온 중고등학생들에게 다문화에 대해 들었던 말을 써보라고 했더니 우리 어른들이 했던 부정적인 말들과 그들에 대한 차별을 가장 많이 썼습니다. 노린내 나고, 혼혈이고, 침 탁탁 뱉고, 우리도 먹고 살기 힘든데 남에 나라에 와서 판치고….
러시아 엄마를 둔 아이가 학교에서 ‘독도는 우리 땅’ 노래를 불렀더니 옆에 있는 아이가 “네가 왜 그 노랠 불러? 너희 나라 노래 아니야. 부르지 마” 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다문화 아이가 외국인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다문화 아이가 한국 학교에 다닌다는 것은 분명 한국 국적을 가진 아이라는 것을 어른도 아이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이제 다문화 아이는 바로 우리 아이와 같이 커서, 같이 살아가는 운명적 관계의 대한민국 사람입니다. 이 사실을 우리는 머리와 마음에 깊이 깔려 있어야 하겠습니다. 그 바탕 위에 다문화에 대해 어른도 아이도 배운다는 자세로 하나하나 꾸준히 알아가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다문화 학생을 피하거나 왕따를 시키거나 안 놀아 주고, 놀리고 그런 차원이 아니라는 현실을 어른도 아이도 깊이 깨달아야 하겠습니다. 지금은 다문화 가정을 받아들일 준비를 넘어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대한민국은 다민족 국가입니다.
※이번호로 ‘돈보스코 상담실’ 연재를 마칩니다. 지금까지 집필해 주신 윤명희·김인숙 수녀님과 애독해 주신 독자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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