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로우시고 자애로우신 하느님 이름으로…(Bismilla-hirrahmani-rahim)”
‘꾸란’ 1장 1절 첫머리이다. 제9장을 제외하고 꾸란의 모든 장은 이 문구로 시작된다. 꾸란은 모든 무슬림의 신앙과 실천의 첫 번째 원천이 되는 이슬람교 경전이다.
이주화 이맘(한국이슬람교 서울중앙성원 이맘)은 “꾸란에 따르면 하느님께서 예언자를 지상에 파견하신 가장 큰 목적도 ‘세상의 자비를 위함’”이라고 설명한다. 또 “모든 무슬림들은 세상에 자비와 사랑, 평화가 충만하길 바라는 이 가르침을 따른다”고 강조한다.
특히 이맘은 가톨릭신문 신년 인터뷰를 통해 “이 시대는 자비의 실천을 더욱 필요로 한다”면서 “가톨릭교회가 정한 자비의 특별희년이 가톨릭을 넘어 보다 많은 신앙인들이 자비의 중요성과 실천을 더욱 깊이 되새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자비는 모든 종교의 공통 가르침
“어떤 종교도 자비와 사랑을 실천하지 않는다면, 종교로서의 가치를 상실합니다. 누구에게서도 존중받을 수 없고 종교로서의 생명력도 잃는 것입니다.”
이주화 이맘은 “모든 종교는 자비를 추구하고, 모든 사람은 자비를 실천하기 위해 세상에 태어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면서 “현대 사회가 겪는 갖가지 문제들은 자비의 결여로 생겨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비의 특별희년’은 세계 평화 등을 위해 가톨릭교회가 더욱 큰 역할을 실천하는 장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슬람교 또한 하느님의 사랑으로 시작됐고, 자비를 실천하도록 독려하기 위해 하느님께서 이 세상에 예언자 무함마드를 보내주셨다고 가르친다.
이에 따라 이맘은 “하느님 가르침에 반하는 무참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종교인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면서 “자비의 특별희년은 무슬림들에게도 자비의 의미를 다시금 환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슬람 교리에 따르면 무슬림들은 그리스도교, 유다교와 동일한 하느님을 믿고 있으며, 무함마드는 창조주 하느님께서 보내신 마지막 예언자이다.
자비는 공존공생을 위한 근간
“자비를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노력은 인류의 공존공생을 위해 필수적입니다.”
이주화 이맘은 “서로 종교가 달라도 각자의 교리를 바탕으로 최선을 다해 공존공생을 모색하는 것이 ‘신앙인’으로서의 역할과 가치를 실천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맘은 “인류는 함께 살기 위해 창조의 본성을 늘 재현하고자 노력한다”고 설명하고 “누구든 자기만 옳다고 주장하면 자기 혼자서 살 수는 없다”고 말했다.
무슬림들이 인류의 공존공생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는 부분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예로 아프리카와 아랍 등지에서 펼쳐지는 각종 구호와 자선 사업들은 이슬람과 연계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어린이들의 생명을 구하고 삶을 돕는 유니세프에도 무슬림들의 대규모 기부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한국 이슬람교는 이웃종교들에 비해 교세가 약하지만, 다문화 가정 지원 등의 사회적 연대 활동에는 큰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맘은 특히 “서로를 알면 공존 공생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느님께서는 왜 남자와 여자를, 여러 민족들을 만드셨을까요? 왜 다양한 종교의 신앙인들이 있는 것을 허락하셨을까요? 이슬람에서는 하느님께서 서로가 서로를 알게 하기 위해서라고 단정적으로 말합니다. 내가 너를 알고 네가 나를 알면 서로 공존할 수 있고 공생할 수 있는 여지를 찾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신앙인이라면 공존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자비는 평화를 이루는 실천
자비의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슬람을 비롯한 모든 종교들이 지향하는 세계평화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노력이다.
이슬람이라는 단어는 ‘평화, 복종, 귀의’ 등을 뜻한다. 교리적인 차원에서는 유일신 하느님의 뜻에 순종해 평화를 추구하고, 하느님께 귀의함을 의미한다. 무슬림들의 대표적인 인사말도 ‘당신에게 하느님의 평화가 깃들길 기원합니다’이다. 하지만 중세 종교 전쟁 등으로 인해 왜곡된 ‘한 손에 칼, 한 손에 꾸란’이라는 메시지로 인해 이슬람교는 폭력과 테러 종교라는 오해를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이주화 이맘은 “이슬람은 평화를 추구하는 종교”라면서 “무고한 생명을 죽이고 평화를 깨트리는 IS의 만행은 이슬람 정신에 위배되고, 이슬람의 어떤 가르침과도 공감대를 이룰 수 없는 절대 용서받을 수 없는 죄악”이라고 단호하게 지적했다.
무슬림들은 무함마드를 공경하고 꾸란을 가장 성실하게 실천하기 위해 노력한다. 특히 꾸란은 무고한 생명을 해치는 것은 온 인류를 해치는 것과 같다고 가르친다.
이에 따라 아랍 이슬람 지역에서는 IS의 만행이 전혀 이슬람적이지 않다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 ‘IS’(이슬람 국가) 대신에 ‘다에쉬’(짓밟힘을 뜻하는 다에시와 발음이 비슷해 사용)라는 명칭을 쓴다. 최근 세계 각국에서도 테러리스트들이 원하는 대로 그들을 ‘이슬람국가’라고 불러줘선 안 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하지만 ‘이슬람’이라는 이름을 내세워 테러가 일어날 때마다 국내 무슬림들 또한 큰 곤혹을 치르는 것이 사실이다.
이맘은 “실제 무슬림이라면 절대 할 수 없는 행위들이 이슬람이라는 이름으로 일어날 때마다 무슬림으로서 부끄러움을 느낀다”면서 “테러는 절대 옹호해선 안 되며 철저히 규탄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철저한 자기성찰과 자비 실천이 빛과 소금 이뤄
이주화 이맘은 “현대는 그 어느 시기보다 철저한 자기성찰의 시간이 필요한 때”라면서 “신앙을 가진 이들이 먼저 깊이 성찰하고 이를 근간으로 한 자비의 실천을 통해, 그리스도교적 표현을 빌자면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세속화 등으로 인해 종교의 존재 가치를 점점 잊어버리는” 현실을 지적했다. 경제 성장을 이루면서 물질주의가 가속화되고 급기야 종교는 필요 없다는 등의 의식이 번지고 있다는 말이다. 때문에 개개인이 자기 삶의 목표와 행동 등을 성찰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맘은 “종교적 관심이 줄어드는 상황은 한편으론 종교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는 시기이기도 하다”면서 “개개인이 각자 종교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갖고 그 가르침을 따른다면, 상처받은 이들을 위로하고 올바른 삶의 원동력을 제공하는 종교의 역할을 충분히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독려했다.
“이슬람에서 가장 중요하게 강조하는 실천은 개개인의 삶이 모범적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모범적인 삶은 사회적으로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게 만들어줍니다. 특히 모든 신앙인들이 함께 ‘자비’를 실천한다면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고 모든 인류가 평화롭게 공존 공생하는데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이주화 이맘은…
이슬람교에는 성직자가 없다고 말하며, ‘이맘’은 예배를 주관하고 종무 업무를 수행하는 공동체 최고 지도자이다.
이주화 이맘은 현재 한국이슬람교 서울중앙성원 이맘직을 수행하고 있다. 이행래 원로이맘을 제외하고, 유일한 한국인 이슬람 신학자 이맘이다.
이 이맘은 사우디아라비아 메디나 국제 이슬람대학교 신학대학과 명지대 대학원에서 수학했으며, 한국이슬람교 중앙회 사무총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저서로는 「청소년을 우한 이슬람과 꾸란」. 「종교, 부를 허하다」(공저) 등이 있다.
세계 무슬림 인구는 17억 명으로 전 세계 인구의 1/4을 차지한다. 하지만 한국이슬람교는 외국인 무슬림 10만 여명과 한국인 무슬림 3만5000여명으로 구성, 소수종교로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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