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올해는 특별히 ‘자비의 희년’이므로 주님께서 여러분 모두에게 ‘자비의 복’을 차고 넘치게 베풀어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저는 이번 주부터 1년간 격주로 ‘국악성가’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로 여러분을 만나게 될 예수 고난회 강수근 신부입니다. 먼저 제 소개를 간단하게 드리면서 ‘국악성가’가 어떻게 생겨나게 된 건지 그 배경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구교 집안의 차남으로 태어나, 11일 만에 바오로라는 세례명으로 세례를 받고, 말이 터지는 순간부터 성호경으로 시작하여 식사기도, 주모경, 조과, 만과 등을 바치며 자라났습니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학교 가는 것보다 주일날 성당 미사에 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배웠지요.
중학교 때부터 국악을 공부하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국악중・고등학교가 되었지만 당시에는 ‘국립국악원 부설 국악사양성소’라는 학교였답니다. 일반 학교처럼 인문과목들도 공부하고, 민요, 가곡, 단소, 소금, 무용, 시창, 청음, 국악이론, 양악이론 등 많은 과목들을 공부하게 되었는데 참 재미있었어요. 이때부터 저는 음악에 국악과 양악이 있다는 뚜렷한 인식을 가지게 되었고 물론 국악을 더 많이 공부했지요.
그런데 문제는 주일이었어요. 토요일까지 학교에서 국악을 배우고 주일미사에 가면 국악은 전혀 들을 수 없고 온통 서양음악뿐인 거예요. 어린 마음에 참 이상했습니다. “어, 이상하다. 분명히 우리나라 음악이 있는데 왜 성당에서는 우리 음악으로 된 성가를 들을 수 없을까?”
그래서 그때 다짐했지요. 나중에 크면 국악성가를 만들겠다고. 이후 고등학교, 대학교를 거쳐 군대를 다녀와 국립국악원에서 한해 근무하고 예수 고난회에 입회했습니다. 수련을 받던 중, 수련장님의 권유로 ‘국악미사곡 하나’를 작곡하게 되면서 어린 시절의 다짐을 지키게 되었습니다.
올해는 바로 제가 처음 ‘국악성가’를 작곡한지 꼭 30년째가 되는 해입니다. 이제는 전국 여러 본당들의 주일미사나 부활, 성탄대축일 미사, 수도회들의 서원미사나 기념미사, 여러 성지들의 순교자 현양미사 등에서 종종 국악성가를 듣게 됩니다. 참 기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국악성가를 접할 기회를 가지지 못한 신자 분들이 여전히 많이 계실 겁니다. 아마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들 중에도 “국악성가? 그게 뭐야? 그런 게 있어?”하고 의아해하시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예, 그런 게 있습니다. 제 입으로 말씀드리기는 좀 쑥스럽지만 국악성가를 통해 감동받으신 분들의 표현에 의하면 ‘절로 어깨가 들썩일 정도로 흥겹고’, ‘절로 코끝이 찡해지며 눈물이 흐르게 되는’ 그런 성가가 바로 국악성가입니다. 우리말로 된 기도문이 우리 가락을 타고 전달되면서 우리 마음과 영혼에 깊이 파고들어 잠들어 있는 우리 신심을 일깨우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말이 있지요. 국악성가의 경우는 ‘백문이 불여일청’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백 번 읽는 것보다 한 번 들어보고, 한 번 불러보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이지요. 어때요? 국악성가 한 번 들어보시지 않으실래요?
강수근 신부(예수 그리스도의 고난 수도회 한국관구장)
1992년 사제로 서품됐다. 미국 메리우드대학 음악대학원을 졸업했으며 로마 교황청립 성음악대학 작곡과를 수료했다. 현재 국악성가연구소 소장과 우리소리합창단(서울) 담당 사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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