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모 : 민이 형제님, 세라 자매님! 성탄과 연말연시 잘 지냈나요?
민이 : 저는 가족과 미사 참례도 하고 기도도 같이 드렸어요. 친구 세례식에서 대부도 섰네요.
세라 : 오, 민이 형제님이 대부를 섰다고요? 그나저나, 신부님! 세례 이야기가 나오니 평소 가졌던 질문이 떠올랐어요. 죄인인 우리는 죄를 씻는 세례를 받는 것이 당연한데, 아무 죄 없는 예수님은 왜 세례를 받으신 건가요?
티모 : 죄 없는 분의 세례는 하느님 아들이 왜 인간이 되셨을까 라는 성탄에 대한 질문과 연결지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민이 : 영원하고 전능하신 하느님께서 왜 죽음을 거스를 수 없는 무능력한 인간이 되는 것을 선택했을까 하는 말씀이지요? 생각해보면, 사람인 저 보고 개나 돼지가 되라고 하는 것보다 더 못한 것일 수도 있겠어요.
티모 : 성탄은 인간 스스로가 구원을 얻을 수 없기에 하느님이 자신의 아들을 인간이 되게 하셔서 구원을 얻도록 한 큰 사건이지요. 주님 세례도 마찬가지로, 아무 죄 없는 분이 일부러 죄인이 되어 세례를 받아, 물로만 받던 인간의 세례를 영이 함께 하는 하느님의 세례로 업그레이드 시킨 것으로 볼 수 있지요. 결국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직접 세례를 받아 모든 사람들이 당신을 따라 세례를 받고 당신 말씀을 따라 살면 하느님 자녀로 거듭 태어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으셨던 거지요.
세라 : 세례 받은 사람들은 모두 하느님 자녀로 다시 태어난다고 하셨는데요. 그럼 그전에 지은 죄는 마치 밥 먹고 설거지하면 그릇들이 깨끗하게 되듯이 싹~ 없어진다는 뜻인가요?
티모 : 죄에는 아담으로부터 이어온 원죄(原罪)와 우리가 지은 본죄(本罪)가 있다고 하지요. 아마 주일학교 다닐 적에 배웠을 거예요. 세례 받으면 이 두 죄를 모두 없애주게 되어 가장 깨끗한 사람이 된다고 말이지요. 오늘 우리가 지내는 주님 세례 축일도 예수님께서 세례 받음으로써 구원의 길이 무엇이고 당신이 누구인지를 밝혀주심을 기념하죠. 그럼, 두 분에게 문제를 내지요. 이 축일부터 전례주년에서 무슨 시기가 시작될까요?
세라 : 성탄은 아닐 테고…, 사순도 아닐 테고…. 그럼 연중시기 아닌가요?
티모 : 딩동댕! 정답입니다. 주님 세례 축일은 예수님의 공생활 시작을 드러내고, 전례주년으로는 성탄시기가 끝나고 연중시기가 시작됐음을 알리는 분기점이기도 하죠. 그래서 이때부터 성당에서 구유와 성탄트리를 볼 수 없게 됩니다. 그럼, 질문 하나 더 드릴게요. 두 분은 세례 때 어떤 마음이셨는지 궁금하네요.
민이 : 저는 유아세례를 받아 잘 모르지만, 지금 세례를 받는다고 가정하면 이웃들을 더욱 사랑하며 살겠다고 다짐할 것 같아요.
세라 : 저는 세상에 예수님을 많이 알리는 데 작은 도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었지요.
티모 : 세례 받은 사람으로서 이웃에게 사랑을 나누고 참 사랑이신 예수님을 널리 알릴 때 하느님 자녀로서의 모습이 잘 드러나지요. 두 분 다짐과 바람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가 꾸준히 도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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