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들이 그린 주님 세례 장면들
서양화가들이 그동안 그려온 주님 세례 장면들은 대체로 성경에 입각해 사실적으로 묘사돼 왔다.
이탈리아 르네상스시대 화가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1440~1450년경)는 작품 ‘그리스도의 세례’에서 예수가 요한 세례자에게 물로 세례를 받자 하늘이 열리고 성령이 비둘기처럼 그의 머리 위로 내려오는 모습을 그렸다. 화면 중앙에 두 손을 경건하게 모은 예수와 흐트러진 머리에 누런 털옷을 입은 요한 세례자가 보인다. 그림 왼쪽에는 세 인물이 서있는데 이들은 믿음, 소망, 사랑을 상징한다.
윤인복 교수(소화데레사·인천가톨릭대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는 “비둘기와 그릇에서 떨어지는 물, 예수님의 합장한 손이 일직선”이라며 “예수님이 세례성사를 통해 하느님의 아들이자 하느님의 존재임을 말한다”고 밝혔다.
엘 그레코(1541~1614)가 그린 ‘예수님의 세례’는 스페인 마드리드 아우구스티노 수도원 성당 제단화로 제작된 것이다. 길게 뻗은 작품을 통해 작가는 신비감을 불어넣고, 마르고 단단해 보이는 요한 세례자의 모습을 부각, 그의 강직한 신앙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도록 한다.
예수 위쪽에 자리한 붉은 천을 든 천사들은 그의 수난을 예고하고, 예수의 세례가 죽음으로써 받을 세례임을 강조한다. 윗자리에는 성부와 함께 요한 세례자의 손 위에 하얀 비둘기모양의 성령을 표현했다. 세례가 성부, 성령과 함께 이뤄진 삼위일체적 사건임을 알리고 있는 것이다.
▲ 주님 세례 장면을 그린 작품. -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 작품.
▲ 주님 세례 장면을 그린 작품. - 엘 그레코 작품.
지오토 디 본도네가 그린 프레스코화(1305년경) ‘주님의 세례’부터 독일의 사제화가 지거쾨더(1925~2015)의 ‘예수, 요한 세례자로부터 세례 받으시다’에 이르기까지 주님 세례 장면은 그리스도교 미술 주제의 하나로 자리잡아왔다.
▲ 주님 세례 장면을 그린 작품. - 지오토 디 본도네 작품.
▲ 주님 세례 장면을 그린 작품. - 지거쾨더 작품.
한국화가들이 그린 주님 세례 장면들
김겸순(마리 테레시타·노틀담수녀회) 수녀는 유화로 된 작품 ‘1월의 축일’을 통해 여러 장면을 담고 있다. 왼쪽 위에는 주님 공현의 모습을, 오른쪽 아래에는 카나의 혼인잔치를 사선구도로 배치하고 그 중앙에 예수 세례 장면을 두었다.
빛이 쏟아지는 한가운데 위치한 예수의 세례 장면은 보다 극적으로 묘사돼 있다. 금박으로 표현된 후광이 성스러움을 극대화시키고 있으며 단순화시킨 인물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친근감마저 느낄 수 있도록 한다.
먹과 붓펜으로 그려낸 변진의(소화데레사) 작가의 작품 또한 주님이 세례를 받고 있는 순간을 포착한다. 변 작가의 이 드로잉화는 예수를 통해 우리 스스로 세례 받던 초심을 기억하게 한다.
▲ 김겸순(마리 테레시타) 수녀 작품 ‘1월의 축일’.
▲ 주님 세례 장면을 그린 작품. - 변진의 작가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