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마무리하며, 다시 또 시작한다.
“한 해의 끝은 정말 있는 것이고, 시작도 있는 것일까?”라는 다소 엉뚱한 생각도 해본다. 어제와 오늘이 다르지 않음인데, 한 해의 마지막 날짜인 12월 31일은 어찌도 그렇게 아끼고 소중히 할까? 달력 안에 한 해의 날짜가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 다음 날 뜨는 해의 모습은 매일 보던 곳에서의 해이고, 매일 뜨던 해가 다시 한 번 더 뜨며, 마치도 연극 무대의 장막이 가려졌다 나타나듯 다시 나타난다.
사람들에게 마지막 날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리고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며, 새롭게 맞이한 첫날의 의미는 무엇일까?
사실 매일 같은 날이고, 매일 같은 해가 뜨고 지며, 매일 하루가 시작된다.
우리에게 더 가치있고, 더 의미있는 이 날의, 이 시간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매년 달력의 마지막 달과 마지막 날만 소중히 할 것이 아니라 사실 매일 눈뜨고 잠자리에서 일어나 시작하는 그 날과 그 시간, 그 하루를 허락해 주신 하느님께서 감사해야 한다.
이 짧은 글을 쓰는 날 독서의 말씀이, “여러분은 세상도 또 세상 안에 있는 것들도 사랑하지 마십시오. 누가 세상을 사랑하면, 그 사람 안에는 아버지 사랑이 없습니다. 세상에 있는 모든 것, 곧 육의 욕망과 눈의 욕망과 살림살이에 대한 자만은 아버지에게서 온 것이 아니라 세상에서 온 것입니다(1요한 15-16)”였다.
시간의 의미, 그 시작과 마침을 오로지 달력에서만 찾고 아쉬워하며, 기뻐할 것이 아니라 나에게 새날을 주시는 하느님, 새 하루와 새 아침을 주시는 하느님. 그리고 또 그분이 여기서 시작하라 하심은 절망과 한숨 가득한 하루를 시작하라고 하심이 아니라 하느님 당신과 함께 이 하루를, 나의 하루를 희망과 함께 시작하라고 주신 하루이다.
나는 하루 안에서 몇 번 실망하고, 몇 번 희망하고, 몇 번 기도하며 살고 있는지 돌아보는 것은 무척이나 의미있는 일이다. 나는 하느님이 다시 시작하라고 주신 하루 안에서 인간적인 실망만 하며 사는지, 아니면 실망보다도 더 많이 희망하며 사는지, 그리고 그 희망을 넘어 더 많이 기도하는지 생각해보자.
모든 미사 때 마침영광송을 바친다. 하느님이 얼마나 영원하시고, 내가 그 영원하신 하느님께 나의 이 짧은 하루를 통해 영광을 돌린다. 이것이 얼마나 놀랍고 일인지 기도 안에서 모두가 깨달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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