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광주시 ‘나눔의 집’에서 생활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 중 가톨릭 신자는 김군자(요안나·89), 이옥선(안나·88) 할머니다. 할머니들의 사연과 이번 한·일 협상에 대한 목소리를 대화 형태로 재구성했다.
김군자(요안나) 할머니
“절대 인정 못해… 명예회복도 안됐는데 무슨 합의를 하냐고”
13살 때 고아가 됐어. 동생 둘이 있었지. 어렵게 살고 배우지 못한 것도 한인데, 중국에 있는 일본군 주둔지 위안부로 끌려간 거야. 겨우 17살이었어.
살려고 발버둥 쳤어. 끌려간 첫날에 일본 군인을 밀치면서 저항도 해봤어. 그런데 무슨 소용이야, 어린 여자애 힘으로 어떻게 이겨. 엄청나게 맞았어. 고막이 터졌어.
하루에 수십 명을 강제로 상대하는 게 상상이나 돼? 참다못해서 도망쳤어. 다시 붙잡혀 와서는 모질게 또 맞았지. 3년 동안 자살도 여러 번 하려고 했었어.
해방이 되고 한국에 왔는데 동생들도 돌봐야 하고, 너무 가난했어. 못 배운 것도 서러웠고. 한숨만 내쉬면서 살다가 종교에 의지했지. 1997년 나눔의 집에 들어온 뒤로 세례를 받았는데 기도하고 신부님을 뵙고 나면 그렇게 평안해질 수가 없어.
정부에서 합의했다고? 난 절대 인정 못해. 피해는 우리가 입었는데 우리 말도 안 듣고 무슨 합의를 했다는 거야? 법적 배상 받게 해주고 명예를 회복시켜 달라는 거야.
이옥선(안나) 할머니
“우리를 또 팔아먹어…日 정부 공식 사과와 법적 배상 꼭 받을 것”
찢어지게 가난했지. 공부는커녕 밥 챙겨먹기도 힘들었어. 15살 되던 때였어. 어떤 여자가 나한테 묻더라고. 자기 집 수양딸로 들어오면 학교를 보내주겠다는 거야.
어린 마음에 뭘 알았겠어.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소리에 따라나선 거지. 그런데 학교가 아니라 어느 식당에 나를 보내더니 일을 시키더라고. 그러다 남의집살이도 하게 됐는데 거기서 일을 못한다고 구박을 주더니 술집에 나를 팔아넘긴 거야.
주방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난데없이 남자 두 명이 나를 낚아채고 트럭에 싣더라고. 중국까지 끌려가서 닿은 곳이 ‘위안소’였어. 성 노예로 취급당했지. 원통함은 말로 다 못하겠어.
해방이 돼서야 빠져 나왔어. 한국 땅에 발 디뎠지만 뭐 먹고 살 방법이 있어야지. 노숙도 했어.
20년 전에 중국에서 세례를 받았어. 종교가 없었더라면 정말 힘들었을 거야. 협상했다고 하는데 결국 정부가 우리 할머니들을 팔아먹은 거나 매한가지야. 우리는 다른 요구 없어. 일본이 공식으로, 진정으로 사죄해야 돼. 법적인 배상도 꼭 받아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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