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친구에게 “하느님을 믿어라”라고 권하니 “차라리 내 주먹을 믿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저도 종교에 대한 신념이 없었고 천주교와 개신교의 차이조차 구분하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여보! 아들이 성당에 가고 싶다는데요”라고 말했습니다. 유치원 다니는 아들이 친구를 따라 성당 여름학교에 가겠다는 것이었지요. 저는 ‘성당에서 나쁜 것을 가르치겠나’하는 마음에 선뜻 승낙을 했습니다. 아들은 주일마다 열심히 성당에 다녔고 몇 년 후 세례를 받았습니다. 이후 아내가 세례를 받았고, 저는 불혹의 나이가 돼서야 성당에 다니게 됐습니다. 보통 부모를 따라 자녀가 성당에 다니게 되는데 저희 가정은 아들을 통해서 가족 모두가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은 것입니다.
저는 제 인생을 세례 받은 전후를 기준으로 구분합니다. 그만큼 신앙생활이 제 인생 전반에 미친 영향이 컸기 때문입니다. 공교롭게도 세례를 받은 해에 중령으로 진급했고 견진을 받은 후 대령으로 진급했습니다.
신앙인이 되고 먼저 제 마음과 일상생활이 ‘신앙생활’을 중심으로 바뀌었습니다. 세례를 받은 초기에는 ‘어떻게 하면 주일미사에 빠질 수 있을까’라는 구실을 찾은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신앙생활을 가장 우선으로 생각합니다. 약속을 해도 미사에 지장이 없도록 조정하고, 불가피하게 주일 미사에 참석할 수 없으면 토요일에 성당에 갔으며, 여행을 가서도 근처 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두 번째는 마음이 편안해졌고 성격이 너그럽게 변했습니다. 상급자에게 싫은 소리를 들어도 예전처럼 깊은 상처를 받지 않았고, 하급자가 좀 잘못을 해도 이해의 폭이 넓어졌으며, 일상사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어려움이나 시련이 닥쳤을 때 하느님을 믿고 낙천적으로 바라보게 됐습니다. 특히 가족 간 소통의 폭은 넓어졌고 반대로 갈등의 폭은 줄었습니다. 그런 결과 일상사에서 알게 모르게 받았던 스트레스의 강도도 크게 줄었습니다.
세 번째는 나눔을 실천하게 됐습니다. 내 것을 아무 조건 없이 내준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하지만 성당에 다니며 ‘내가 가진 모든 것이 내 것이 아니고, 하느님께서 주신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그 결과 재물을 모으겠다는 욕심보다는 작은 것이라도 나누는 행복을 느끼게 됐습니다. 지금은 몇 군데 불우한 시설에 정기적인 나눔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재능 기부를 통해서도 나눔을 확장하려고 합니다.
과거 10년 전과 비교해보면 성당에 다니는 장병의 수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하느님을 믿느냐, 주먹을 믿느냐’는 물론 개인의 자유입니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는 「인생이란 무엇인가」에서 “신앙이 강하면 강할수록 삶은 견고하다. 우리의 삶에 신앙이 없으면 그것은 곧 짐승의 삶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저와 같이 신앙의 참맛을 깨달아 참 신앙인이 되는 사람이 많이 늘어나기를 하느님께 기도드립니다.
아멘!
군복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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