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은 루카 복음에 각각 떨어져 나오는 두 본문을 이어 놓은 것입니다. 먼저, 복음 시작 부분에 봉독한 대목은 루카 복음 서문(루카 1,1-4)입니다. 여기서 루카는 자신이 복음서를 왜 저술하였는지 설명합니다. 루카 자신은 예수님 사건을 직접 본 목격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목격했던 이들에게서 전해 듣고 예수를 따르게 되었는데, 자신이 전해 들은 바를 꼼꼼히 살펴보고 테오필로스도 그 내용을 잘 알아 신앙을 가질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몇 가지 중요한 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첫째, 루카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예수님을 직접 만나 뵙지는 못 했던 분이라는 사실입니다. 전통적으로 루카는 사도 바오로의 제자였으며, 의사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루카는 예수님을 직접 만나지 못했지만, 바오로와 다른 사도들의 증언을 듣고 예수님을 믿게 되었으며, 복음 선포 사업에 직접 동참합니다. 보지 못한 것을 믿어야 한다는 점에서 우리와 똑같은 상황이었지만, 루카는 자신의 온 생애를 바쳐 복음을 증거합니다. 성령께서 이끌어 주지 않으셨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둘째, 루카는 자신이 살펴본 바를 나름대로의 순서로 적는다는 점입니다. 처음부터 일어난 사건들을 직접 목격한 증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루카는 전해 들은 바를 나름대로 정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종종 다른 복음사가들과 다르게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루카는 예수님만이 참된 구원자이시며, 그리스도이심을 강하게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의 믿음을 바탕으로 나름대로 예수님 이야기를 소상히 엮어냅니다. 이런 루카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오늘날까지 예수님이 어린 시절을 어떻게 보내셨는지, 또 마리아와 즈카르야가 어떤 노래를 불렀는지, 시메온과 한나가 아기 예수님을 두고 어떤 이야기들을 남겼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누군가가 말로, 행동으로 증언해 주지 않으면 직접 보지 않은 이가 어떻게 그것을 알고, 믿을 수 있겠습니까? 직접 본 사람들에게 전해 듣고 우리에게까지 자신이 깨달은 바를 전해 준 루카 같은 복음사가들이 없었다면 우리는 아무도 예수님을 제대로 알지 못 했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의 두 번째 대목은 예수님께서 어떻게 공생활을 시작하셨는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루카 4,16-21). 예수님께서는 공생활을 시작하시면서 당신 고향 나자렛의 회당에 가시어 이사야 예언서를 읽은 뒤 그 말씀이 바로 당신에게서 이루어졌다고 선포하십니다. 여기서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바는 바로 주님의 영이 당신에게 내리시어, 가난하고 소외받은 이들, 잡혀간 이들, 눈멀고 억압받는 이들이 구원을 얻게 되었으며, 드디어 주님의 은혜로운 해가 시작되었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이제 막 당신의 공생활을 시작하셨을 때입니다. 그리고 모든 예언은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완성될 것입니다. 그런데도 예수님께서 “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고 선포하신 이유는 하느님의 말씀은 당신을 통해 반드시 이루어지리라는 점을 선포하신 것으로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아니, 이미 임마누엘이신 당신이 직접 사람들과 함께한다는 것 자체가 주님의 은혜로운 해임을 말씀하시는 듯합니다. 이제 청중은 이 말씀을 듣고 믿든지, 무시하든지 둘 중 하나의 태도를 취해야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루카는 우리 역시 예수님 말씀을 믿든지, 무시하든지 결정하라고 촉구하는 듯합니다.
오늘 복음 말씀을 묵상하면서, 우리에게 기쁜 소식을 전해 준 사람은 누구였는지 기억해 봅시다. 그리고 우리는 그 기쁜 소식을 어떻게 받아들여 주님의 종이 되었는지 되새겨 봅시다. 아울러 주님의 종으로써 우리는 누구에게 복음의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있는지 생각해 봅시다. 만약, 그런 복음 선포자로서의 삶을 살고 있지 못한다면 왜 그런 삶을 살지 못하고 있는지 지금 우리의 모습을 깊이 되돌아봅시다.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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