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모일 수 있는 조그만 마당이라도 생기면 당장 새롭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당신이 불러 모으신 이들을 허망하게 흩어버리진 않으시겠죠.”
주님께 대한 사랑만으로 열악하기만 한 아프리카에서 키워오던 선교사의 꿈이 스러질 위기에 처했다. 지난 예수 성탄 대축일 날 선교지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 일시 귀국한 박치영 수녀(메리놀수녀회)가 전하는 선교 현실은 고난 그 자체였다. 한국인으로는 처음 1999년 짐바브웨에 파견된 박 수녀가 지난 17년 간 일궈온 복음의 터전이 송두리째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2003년 수도 하라레에서 가난한 이들이 모여 사는 노튼으로 옮겨 무료교육시설 ‘노튼청소년센터’를 설립 운영하면서도 이처럼 암담했던 적은 없었다. 2012년 12월, 센터 자리를 빌려주던 초등학교에서 쫓겨나 센터 문을 닫을 때도 이토록 상심하진 않았다.
“2013년 1헥타르(약 3000평)의 땅을 25년 동안 임대하기로 노튼 시와 협약을 맺었을 때의 기쁨이란…. 마치 천국을 거니는 기분이었습니다.”
새로 빌린 땅은 습지대로 버려지다시피 한 곳이었다. 그렇지만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곳이 생겼다는 생각에 벅차오르던 기쁨이란…. 희망에 차 한 걸음씩 뗐다. 기초공사부터 배수로 설비 등에 적잖은 돈이 들어가야 했다. ‘미래’ ‘꿈’이란 말조차 모르던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터전을 일군다는 생각에 고달픔조차 기꺼웠다.
그런데 지난해 4월 노튼 시가 애써 개간한 땅을 협의도 없이 팔아버린 것이다. 독재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일,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었다. 한동안 가슴앓이만 해야 했다. 좀 더 수월한 선교지로 오라는 제안도 적지 않았다.
“거리에서 만나는 아이들은 하나 같이 언제 센터 문을 여냐고 합니다. 그 눈망울을 잊을 수 없습니다.”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2012년부터 사회복지부에 등록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시다 지난해 12월 16일 NGO로 정식 허가를 받게 됐다. 이제 눈치 안 보고 땅도 사고 건물도 지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갈 길이 멀다. 당장 수중에는 조그만 땅뙈기 마련할 돈도 없다.
“조그만 마당이라도 빌릴 수 있으면 새롭게 시작할 겁니다. 주님께서 함께하시는데 겁날 게 뭐가 있겠습니까.”
매일 1000명 넘는 아이들이 찾아와 희망의 눈망울을 굴리던 노튼청소년센터. 박 수녀의 눈길은 그 너머를 향해있는 듯했다.
※도움 주실 분 370-910101-42807 하나은행(예금주 박치영)
※문의 010-5424-48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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