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바쁜 현대 사회, 어른은 어른대로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바쁘다. 세대 격차는 이제 부모와 자녀 간 뿐만 아니라 맏이와 막내 사이에도 있다. 하지만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모두 꿰뚫는 소통 방식이 있다. 함께 영상물, 즉 영화를 감상하는 것이다. 가정에서 좋은 영화를 함께 감상할 방법을 생각해보자.
적절하게 엄선한 영화를, 약간의 의무감(?)을 부여해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감상하고, 느낀 바를 나눈다면 나름대로 문화적인 수단을 활용한 훌륭한 가정사목 방법이 될 듯하다. 문제는 어떤 영화를 어떻게 고르는가이다. 잘 모를 때는 역시 교회에 물어보자. 이미 교황청에서는 오래전에 내용과 수준이 검증된 영화들을 골라 놨다.
교황청은 영화 탄생 100주년을 맞은 1995년 45개의 ‘위대한 영화들’을 엄선했다. 아주 오래전의 일이니 최근 영화는 제외되는 약점이 있긴 하다. 무려 20년 전이다. 하지만, 이후의 영화는 또 다른 곳에서 엄선해놨으니 나중에 소개하기로 한다. 또한 항상 고전은 곱씹을 가치가 있기에 흑백영화까지 포함해, 훌륭한 고전 영화들을 감상하는 것도 가족의 문화적 수준을 고양하는 데 도움이 된다.
45편의 영화들은 종교, 가치, 그리고 예술 등 세 가지 범주로 분류, 각 범주마다 15편씩이 소개된다. 이 영화들은 교회가 영화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영화의 내용이 반드시 직접적으로 종교적일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복음적인 것이고, 인간의 영혼을 고양시키며, 인류 사회의 고귀한 가치를 진작할 수 있는가이다.
물론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선사하신 예술적인 감성과 감흥을 불러와야 할 것이다. 고전들이니만큼 현대적 세련미를 기대할 수는 없지만, 깊은 주제 의식, 인간과 세상에 대한 성찰 등은 신앙의 깊이를 더하고 인간적인 성숙을 선사할 것이다.
먼저 종교(religion) 범주에서는 그리스도교와 직접적으로 연관되거나 교리적 주제, 혹은 성경의 사건, 인물을 모티브로 한 작품들을 포함한다.
안드레이 루블료프(Andrei Rublev, 1966)를 시작으로 바베트의 만찬(Babette’s Feast, 1987), 벤허(Ben-Hur, 1959), 4계절의 사나이(A Man for All Seasons, 1966), 미션(The Mission, 1986) 등 한국 신자들에게도 친근한 영화들이 꼽힌다.
벤허나 미션이야 워낙 유명한 작품들이고 성모성화로 유명한 러시아 화가를 소재로 한 안드레이 류블로프, 소박한 만찬을 통해 제사와 희생의 의미를 성찰하는 바베트의 만찬 역시 탁월한 영혼의 고양을 기대함직하다.
가치(values) 범주에는 굿바이 칠드런(Au Revoir les Enfants, 1988), 자전거 도둑(Bicycle Thieves, 1949), 불의 전차(Chariots of Fire, 1981), 십계(The Decalogue, 1988), 간디(Gandhi, 1982), 쉰들러 리스트(Schindler’s List, 1993), 제7의 봉인(The Seventh Seal, 1956) 등이 있다. 하나 같이 고귀한 인간애, 인간 지성과 이성의 위대한 정수들이 구체화된 주제들을 다룬다.
2차 세계대전 후 전쟁의 폐허에서, 사회의 부조리에 힘들어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린 자전거 도둑, 집념과 투지로 육상 경기를 제패한 영웅을 다룬 불의 전차, 비폭력의 이상 간디, 목숨을 걸고 1100명의 유대인을 구한 이야기 쉰들러리스트, 14세기 유럽, 신의 존재와 구원의 의미를 찾는 기사의 여정을 그린 제7의 봉인 등은 미소한 인간 존재의 위대한 정신과 영혼을 그렸다.
예술(Art)에서는 시민 케인(Citizen Kane, 1941), 모던 타임즈(Modern Times, 1936),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2001: A Space Odyssey, 1968)가 눈에 들어온다. 산업혁명 당시 기계화된 인간 존재의 무력감을 허무와 슬픔이 어우러진 묘한 웃음으로 그린 모던 타임즈는 1936년 이후에도 수없이 재개봉됐고 지금도 여전히 설득력을 갖는 명작이다. 매년 수없이 제작되는 할리우드 SF 영화의 할아버지격으로, SF 영화의 교과서적 구성과 상상력을 구축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역시 필히 감상해야 할 고전 영화이다.
가정/생활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