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그 말을 쓰는 이의 정신을 담고 있다. 말에서는 그 말을 쓰는 이들의 정체성이 드러난다. 이 때문에 말을 통해 하나가 되기도 하고 갈라지기도 한다.
그리스도인의 삶도 말과 떼려야 뗄 수가 없는 관계에 있다. 그리스도인이 쓰는 말은 하느님과 인간, 인간과 인간을 이어주는 소통의 도구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말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그리스도인 생활에 있어 참다운 그리스도인으로 거듭나기 위한 전제이기도 하다.
믿는다는 행위는 단순히 표현의 문제만이 아니다. 무엇을, 어떻게 믿느냐에 따라 믿음의 방향도, 깊이도 달라진다.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을 비롯한 초월적인 존재를 믿는 그리스도인의 삶은 결국 함께 쓰는 말을 어떻게 공유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지니게 된다.
가톨릭신문은 이 땅의 그리스도인이 쓰는 말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도움으로써 신앙에 깊이를 더할 수 있는 기획을 통해 독자들의 신앙생활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
■ 왜 ‘가톨릭’이라고 할까요(1)
우리가 믿는 종교를 표현할 때 보통 ‘천주교’ ‘가톨릭’이라고 합니다. 전에는 프로테스탄트(개신교)에 대비해 ‘구교’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천주교의 영어 표기가 「catholic」이니 ‘카톨릭’으로 불러야 하는 게 아니냐는 말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쓰는 ‘가톨릭’이라는 말은 ‘보편적’이라는 뜻을 지닌 그리스말 καθολικοs(catholicos)에서 유래한 라틴어라는데 답이 숨겨져 있습니다. 외래어 표기법의 최우선 기준은 현지 발음에 최대한 가깝게 쓰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catholic」의 라틴어 발음에 가까운 ‘가톨릭’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보편’(普遍)은 ‘특수’(特殊)와 반대되는 말로 ‘모든 것에 두루 미침’을 뜻합니다. ‘보편적’이라는 뜻을 지닌 ‘가톨릭’이란 말을 처음 사용한 이는 안티오키아의 이냐시오 성인입니다. 안티오키아는 소아시아 남쪽, 오늘날 시리아 국경과 가까운 터키 남부 지중해 연안에 있는 도시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는 제자들이 처음으로 ‘그리스도인’이라고 불리게 된 곳도 안티오키아였습니다.(사도 11,26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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